다음날, 샤오이는 짙은 향기에 잠에서 깼다.
그는 잠이 덜 깬 채로 방에서 나갔다가 부엌에서 예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화장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촨은 왁스 한 캔을 들고 몇 가닥 되지 않는 머리카락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쓰는 거 아니야."
샤오이는 통에 쓰인 설명을 몇 번 보더니 왁스로 예촨의 헤어스타일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이렇게 해야 생기 있어 보이지."
예촨은 잠시 거울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다가 부엌으로 와서 데워진 아침 식사를 차렸다. 식탁 한가운데는 돼지 족발이 차지했다.
"아침부터 잘 드시네?"
샤오이가 의미심장하게 놀리자 예촨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샤오이에게 고기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너희 시험 보지 않니? 영양 잘 보충해야지."
TV에서는 아직도 어제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드라마 속 중년의 아버지는 이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나고 나서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만, 아이들의 반대로 실의에 빠져 있었다.
예촨은 조용히 샤오이를 힐끗 보더니 무심코 입을 열었다.
"만약에......만약에 말이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반대할 거니?"
샤오이는 고개를 들고 불안해하는 그의 눈빛을 읽었지만, 굳이 밝히려 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
"그럼 영감님이 좋아하는 대로 따라가야지. 다만 난 누가 영감님을 좋아하는지 못 믿겠는 것뿐이야."
긴장하고 있던 예촨의 기분은 눈에 띄게 풀어졌고, 말투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나도 젊었을 땐 얼굴값 했거늘!"
그렇게 말하던 중 예촨에게서 갑자기 어떤 말이 튀어나왔다.
"너 이 녀석, 애인 없어?"
샤오이는 물을 내뿜고 당황해하며 휴지를 찾았다. 예촨은 그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있어도 괜찮아, 그 나이에 연애하는 건 당연한 거잖니.
너 자신을 너무 억압하지 말렴. 청춘이 싹 트는 시기가 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공부에 너무 지장을 주는 건 안 된다."
"알았어, 알았어."
샤오이는 족발을 집어 예촨의 그릇에 담아주면서 그의 끝도 없는 가정을 끊어버렸다.
"너 설마 그럴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 좋아하는 여학생이 없어? 아니면 눈이 너무 높은 거냐?"
샤오이는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지루해."
"그게 어떻게 지루하다는 거니? 사랑을 추구한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데. 아이고, 네 얼굴이 다 아깝다!"
TV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복숭아꽃 나무 아래에서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흩날리는 꽃잎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에그그, 이런 건 보면 안 돼!"
예촨이 과장되게 손을 들어 눈을 가리자 샤오이는 말문이 막혀 그를 바라보았지만, 귀는 자기도 모르게 붉어져 있었다.
쉬는 시간에 웬완과 샤오이는 평소처럼 탁구를 치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 문을 열자마자, 그들은 우연히 어떤 알콩달콩한 커플과 마주쳤다.
서로 찰싹 붙어있던 커플은 마치 화들짝 놀란 새처럼 깜짝 놀라 함께 허겁지겁 도망쳤다.
"에휴, 연애한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예촨 아저씨처럼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도 좋은 걸까?"
"내가 어떻게 알아."
"예촨 아저씨는 너무 행복해 보이던데, 아, 진짜 부럽다......"
샤오이는 벽에 반쯤 기대 탁구를 쳤고, 웬완은 사춘기 소녀처럼 동경에 가득 찬 채 난간에 엎드려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고개를 돌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샤오이를 바라봤다.
"샤오 형, 형한테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형도 연애해서 정말 그렇게 행복한지 확인해 보는 건 어때?"
샤오이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라켓을 들어 그의 텅 빈 머리를 때렸고, 통곡이 터져 나왔다.
"그런 생각할 거면 시험 봐서 고등학교에 들어갈 생각하지 마. 꺼져, 가서 시험지나 풀어."
웬완은 속으로만 씩씩거리며 감히 화도 내지 못하고 떠났고, 혼자 남겨진 샤오이는 벽 가장자리에 앉아 무심하게 공을 가지고 놀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조금 전 웬완의 말과 예촨이 무심코 드러낸 행복한 미소가 재생되었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사랑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고, 서로를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각자의 고민거리를 갖고 있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그날의 사소한 일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지금도 그는 그 얼굴과 그 두 눈을 기억하고 있다. 예민하면서도 맑고, 환하게 빛나던.
샤오이는 일어나서 교무실을 찾아갔다. 선생님이 떠나자 샤오이는 몰래 들어가 시내의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간의 정보는 교류되지 않아 그가 원하는 정보는 찾지 못했다.
그는 그 여자아이의 이름을 몰랐고, 그와 같은 학년이라는 것만 알았기 때문에 학교 주소와 같은 다른 정보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찾는다는 건 바닷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그는 꼭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왜 갑자기 그녀를 찾고 싶어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당시에 그는 바람 맞았는데도, 알 수 없는 집착이 그녀를 찾아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었다.
샤오이는 다른 학교의 사람을 찾아 알아보고, 여러 학교의 커뮤니티에도 섞여 들어가 봤지만 끝내 단서를 찾지 못했다.
시간이 나면, 그는 그 버려진 공장에 가서 며칠 동안 앉아 있곤 했다. 가끔 들어오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 여자아이는 이미 이 도시를 떠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이곳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샤오이는 자신의 행동이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양이 통조림을 열어 창턱에 두고,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고 돌아서서 떠났다.
하지만 찾을 수 없을수록 그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다.
"영감님은 얼굴만 한 번 본 적 있고 오랫동안 연락하진 않은 그런 친구 있어?"
예촨은 이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 바로 대답했다.
"있지. 예전 직장 동료 중 한 명인데, 지금은 시에서 일하고 있어. 나랑 같은 곳 출신이야."
"그 사람이랑 연락해?"
"무슨, 날 기억하지도 못할걸. 뉴스에서나 봤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잘 지내보는 건데......"
"알겠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른 샤오이는 의자를 밀고 일어섰고, 예촨의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받으며 달려 나갔다.
그는 PC방에 뛰어 들어가 검색 엔진에 여자아이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고, 몇 초 만에 관련된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샤오이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 페이지씩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초등학교의 학사 정보에서 그 당시의 사진을 보았고, 매우 흐릿했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해 여자아이는 품행과 학업이 우수하여 모범 학생으로 표창받았다. 이 단서를 따라 조사하던 중 그는 그녀가 어떤 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시선이 그 학교의 이름을 몇 바퀴 빙빙 돌자, 샤오이는 갑자기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두려움(近乡情怯)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그날 밤 그는 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그때의 그 여자아이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만 계속 이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기억 속 모습과 같을까, 아니면 완전히 달라졌을까?
그 고등학교 교문 앞에 서서 샤오이는 소리없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혔다.
기대, 절박함과 망설임, 두려운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자 그는 한동안 감히 가까이 다가서질 못했다. 그는 불쑥 나타난 자신이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려우면서도, 그녀가 이미 자신을 잊어버렸을까 봐 불안했다.
그는 무심코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았지만, 이 사소한 정보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 그 학생은 샤오이의 동작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샤오이는 실망스럽게 눈썹을 찡그리며 그 사람을 놓아주었다.
"오늘 일은 비밀이야."
그는 며칠 동안 학교 정문을 배회한 데다가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아서 문지기 아저씨는 그를 나쁜 불량배라고 생각했다.
"어이! 넌 어느 학교 학생이길래 매일 여기를 어슬렁거리는 거야?"
샤오이는 화내지 않고 그에게도 에둘러 물어보았지만, 그는 정색하며 바로 거절했다.
"그건 학생의 사생활이라서 우리가 알려줄 수 없어. 너 이 녀석, 여기 또 나타나면 그땐 경비원을 부를 거야."
다행히 며칠 동안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끝에, 샤오이는 마침내 여자아이의 반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뒤따라 그들 사이의 거리도 알게 되었다. 여자아이는 곧 유학을 갈 예정이었다.
두 세상 사이의 큰 간격이 그의 앞에 가로놓였고,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그의 용기를 가로막았다.
살짝 낙담한 샤오이는 여자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았고, 하굣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그녀를 막아 세웠다.
그녀는 단발머리에 마르고 체구가 작은 소녀였는데, 자신의 친한 친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가장 강력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녀가 어렸을 때 다른 사람과 했던 약속에 대해 들은 거 있어?"
"벌써 이렇게 컸는데 어렸을 때 한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여학생은 책가방을 끌어안고 겁에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강인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경고했다.
"그 애한테 추근대지 마, 안 그러면 내가 오빠들 불러서 때려달라고 할 거야!"
샤오이는 어리둥절해하며 언짢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누가 또 걔한테 추근거려?"
"저, 저기."
여학생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남학생을 가리켰고, 샤오이가 쳐다보는 틈을 타 발 빠르게 도망갔다.
샤오이는 자전거를 타고 그 남학생 앞에 멈춰 섰고,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키는 그보다 크지 않았고, 얼굴은 평범하게 생겼으며 약해 보여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남학생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상대방이 오도 가도 못하고 거의 바닥에 주저 앉을뻔한 뒤에야 샤오이는 차갑게 입을 열어 그에게 여학생을 괴롭혔냐고 물었다.
겁에 질린 남학생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고, 앞으로는 모든 여학생들을 멀리하겠다고 맹세했다.
샤오이는 길을 비켜주며 남학생에게 각서를 쓰게 했고, 지문까지 찍게 했다.
"네가 한 말 기억해, 이제 꺼져."
남학생은 허겁지겁 도망쳤고, 샤오이는 홀로 자전거를 타고 어슴푸레한 석양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늘에서 너울대던 저녁 노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 같은 어둠으로 변했고, 그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그 불덩이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누가 어렸을 때의 약속을 기억하겠나 싶었다. 아직 여자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의 마음 속 응어리를 하나 푼 셈이었다.
다만 이 응어리를 풀고 나니 안도감보다는 텅 빈 것 같은 상실감이 더 컸다.
샤오이는 뭔가 이상해졌다는 게 안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웬완은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그날 샤오이가 공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웬완이 다가와 신비롭게 말했다.
"형이 찾던 그 여자아이 다음 주에 외국으로 간대."
샤오이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손에 들고 있던 탁구공은 높이 튀어올라 힘껏 날아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주 금요일에 시내 고등학교 합동 체육대회가 열린다더라.
더 공교로운 건 우리 학교와 그 학교가 계주에서 같은 조로 뽑혔다는 거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샤오이는 개의치 않고 다가가 공을 주운 뒤 다시 공을 쳤다. 공이 테이블 위로 떨어지며 맑은 소리를 냈다.
오후 수업이 끝난 뒤, 샤오이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저 체육대회 계주 참가 신청하고 싶어요."
참가 신청을 한 선수가 적지 않았지만 샤오이는 쉽게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했다.
웬완은 이미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서 응원했다.
"샤오 형, 이 기회를 잘 잡아서 사람들이 형을 잘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해!"
체육대회 날은 드물게 좋은 날씨였다. 맑고 밝은 하늘의 구름들이 마치 반짝이는 빛 같았다.
빨간 트랙 위에 서자, 샤오이의 심장 박동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관중석에서 큰 소리로 응원하는 웬완과 예촨을 보았고, 여자아이 학교의 그 관중석도 보았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도움닫기 자세를 취했다. 갑자기, 그의 눈빛도 굳건해졌다.
바통이 그의 손바닥에 강하게 부딪히자 그는 발걸음을 내딛고 뛰쳐나갔다. 마치 둥지를 떠난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는 것 같았다.
사나운 기류가 그의 상의를 파고들었고, 등에 붙어 있던 이름이 바람에 펄럭였다.
모든 소리가 이미 멀어진 듯 했지만, 그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다시 세차게 가까워졌다.
그는 두 팔을 들고 고개를 돌려 환호하는 인파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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