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찰리수는 숟가락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의 입꼬리는 평평했고 표정은 엄숙했다.
나는 음식을 집으려다가 찰리수의 무슨 큰 일을 발표하려는 것 같은 표정에 왠지 긴장이 되어서 팔을 거두고 그를 바라보았다.
"의과대학 동기가 표피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처방을 발견했는데, 그게 특정 지역의 식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
그래서 나도 같이 그 마을에 가서 조사 연구를 하려는데 7일 동안 떠나야 할 것 같아."
"알겠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나는 기름을 걷어낸 뒤 국을 작은 그릇에 담아 찰리수 앞에 놓았다.
"아니, 반응이 왜 그래?
아쉽지 않아? 슬프지 않아? 오랫동안 헤어질 약혼자를 안고 울고 싶지 않아?"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찰리수를 안고 엉엉 울 정도는 아니었다.
"현대 통신 기술이 얼마나 편리한데,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면 되잖아요."
찰리수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 국을 식히지도 않은 채 한 입 가득 마시는 바람에 목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예절을 지키기 위해 그대로 삼켰다.
"하지만 내가 갈 마을은 신호도 불안정하고 인터넷도 안 된다는데."
이 말을 듣고 나니, 나는 뒤늦게 찰리가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어떤 시큼한 물질이 슬그머니 내 몸을 채우는 것 같았지만 난 너무 일찍 분위기를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도 있고......"
찰리수의 표정은 다시 밝아질 것 같은 기미가 보였고, 나에게 계속 말하라는 손짓에 나는 결국 패하고 말았다.
"맞아요, 나도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약혼녀의 그리움을 내가 미리 받은 거야."
내가 고백하자 드디어 웃음을 터뜨린 찰리수였지만, 여전히 어떤 일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는지 갑자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왜 아직도 한숨을 쉬는 거예요?"
"사람들은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데 최소 21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 습관을 깨는데는 7일도 걸리지 않잖아.
내가 여기 없으면 누가 이 시간에 약혼녀한테 노을을 보라고 얘기해줄까?"
걱정이 태산인 찰리수를 보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어쩐지 요즘 당신이 항상 저녁에 전화를 한다 했어요."
최근 일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를 떠올렸고, 그때마다 마침 창밖에서는 노을이 구름에 물들고 있었다.
그때 찰리수의 발랄하고 경쾌한 음색이 미세한 전류와 함께 찾아왔고, 때마침 저물어가는 태양과 함께 하루의 열기가 물러가며 성급했던 마음도 다시 차분해지곤 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매일 이렇게 스트레스를 벗어나던 순간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습관은 의존성을 만들고, 의존성은 반응을 심화시킨다고 했어.
이렇게 하면, 약혼녀는 노을을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할 수 있을 거야."
찰리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뭔가가 불안해졌는지 말을 멈췄다.
"열흘 정도는 지났으니까, 습관의 싹이 좀 자랐겠지?"
알아보는 것보다 찰리수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에 대해 확실한 확인이 필요한 것 같아서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요, 좀 더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외부의 힘을 빌리기로 했어요."
나는 휴대폰을 꺼내 찰리수 앞에서 매일 저녁 시점의 알람을 설정해서 건네주었다.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매일 조수에게 전용 알람을 녹음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찰리수는 방금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목청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받아 마이크에 맞췄다.
"약혼녀, 창밖을 봐."
녹음을 마친 찰리수가 또 '틈틈이 약속 시간'을 바꿀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우리 테이블 위로 갑자기 한 줄기 오렌지 빛이 더해졌다.
"오늘의 관람 시간이 되었네요."
찰리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창밖 건물 틈새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통유리를 뚫고 들어온 따스한 기운이 점점 우리를 감싸며 이별의 쓰라림을 씻어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시각의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건, 난 습관이라기보다 우리의 공통적인 비밀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에게는 더 많은 비밀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난 찰리수와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비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밀들이 우리 삶에서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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