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구름이 둥실둥실 흘러가며 정원의 빛이 점점 약해졌지만, 높은 곳에서 자라는 접난의 가지와 잎에 충분히 부드럽게 희석되며 고르게 뿌려졌다.
주말 내내 나는 치스리 집에 머물렀다. 식사 후에 졸음이 몰려왔지만 나는 고개를 괴고 화초를 돌보는 치스리의 옆얼굴을 열심히 훔쳐보며 눈을 감으려 하지 않았다.
시간은 마치 매듭 없는 리본처럼 조용히 흘러내려 따뜻한 바람 속에 흩어졌다.
"오늘 저녁 식사가 마음에 안 들었어?"
"아니요, 하나하나 전부 다 정말 맛있었는데요!"
음식 이름으로 주문하는 방법에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치스리는 내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내가 어떻게 만족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아직 배가 안 부른 거야?"
"그럴리가요! 그렇게 많은 음식을 다 먹어 치웠는데, 더 먹으면 풍선이 되버릴 거예요."
나는 내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랫배를 통통 두드리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치스리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네가 날 이렇게 오랫동안 뚫어지게 보길래, 나는 네가 무슨 식후 의견을 발표하는 줄 알았어."
"당신이 보기 좋아서 본 건데 보면 안 되는 건가요......"
나는 내 입에서 나오는대로 대답하며 뜨끔해서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려고 했다.
내일 치스리는 '산해'의 협력 공장을 방문하고, 현지 공급망을 유지하고 미디어 채널을 열기 위해 남부 해안 도시로 출발한다.
산처럼 쌓인 많은 일들을 그가 처리해야 한다. 즉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일주일 간 만나지 못할 것이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 시간에 나는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그의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다.
"좀 더 쉬어. 어두워지면 집에 데려다 줄게."
'집에'라는 두 글자가 비상벨 같아서, 나는 재빨리 책상 위에서 그려둔 초안을 찾아 치스리에게 내밀며 그에게 눈을 돌렸다.
치스리는 내 이마를 가볍게 눌렀다.
"뭐하는 거야? 배불리 먹고 나니까 갑자기 수업 받고 싶어졌어?"
"수업 아니어도 아무 말이나 해도 돼요, 투덜거리는 것도 받을 수 있어요."
치스리는 한숨을 내쉬며 초안 위로 다시 시선을 돌려 살펴보다가, 이따금씩 개선된 몇 가지 제안도 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디자인 초안이 거의 다 끝나가려 했고, 나는 또 다시 사방을 살펴보며 시간을 끌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정신도 딴 데 팔고 있고, 무슨 생각하는지 얼굴에 다 써 있어."
"저 듣고 있어요......"
내가 창피해서 머리를 긁적거리자, 치스리는 한 번 웃은 것 같았다. 너무 가볍고 짧아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는 디자인 초안을 내려놓았지만, 내가 한 눈 판 행위에 대해 추궁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우리 집에서 영화 보자고 난리치지 않았었나?
지금 볼래?"
치스리가 자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고, 나는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닭이 모이를 쪼아먹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봐요봐요, 지금 봐요!
음......저 《우림의 소리》 보고 싶어요."
《우림의 소리》는 6편의 80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적어도 우리가 한밤중까지 있을 수 있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확실해? 저번에도 이 영화 골라놓고, 10분 만에 주공 만나러 갔잖아."
"이번에는 절대 안 그럴 거예요! 그럼 이걸로 하는 거예요?"
치스리의 입은 속아 넘어가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팔을 흔들어서 결국 이 영화로 골랐다.
지금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우리는 불을 켜지 않았다. 다큐멘터리가 화면 전환을 하고 있어서 방안의 유일한 광원이 되었다.
나와 치스리는 함께 서로 기댔고, 이런 의지가 가져다주는 평화를 묵묵히 공유했다.
몸 아래는 푹신푹신한 소파가 있었고 귓가에서는 가벼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는 은은한 단향목향의 호흡이 감돌았다.
식곤증이 생긴 건지, 너무 안전하게 품에 안아줘서 그런 건지, 내 눈꺼풀은 결국 주인의 의지를 거스르고 다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스피커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가 어느새 그쳐버리자 나는 몽롱하게 고개를 들었고, 달빛만이 마루를 하얗게 비추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졸리면 쉬어."
"음, 저 1분만 더 눈 붙이고, 갈게--요?"
몽롱한 졸음이 가시지 않아 입꼬리가 저절로 쑥 올라갔고, 치스리는 조금 웃긴지 나를 바라보았다.
"왜 바보같이 웃는 거야? 오늘은 그냥 남아 있어."
"아싸!"
나는 졸음이 완전히 달아나서 고개를 들었고, 치스리의 턱과 거의 부딪힐 뻔했지만 그는 피하지도 않고 이미 준비된 것처럼 내 이마를 감쌌다.
"처음 묵고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당신은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시간이 되면 절 보낼 줄 알았거든요."
"필요한 준비는 벌써 다 했어."
은백색의 속눈썹이 살짝 움직이며 일찍이 그를 드러냈다. 아마도 며칠 전, 그는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과 행동을 예상했을 것이다.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달려들어 치스리를 껴안았다.
"오늘 왜 이렇게 달라붙어?"
"뻔히 알면서 물어보는 것 같지만, 당신이랑 헤어지기 아쉬우니까요."
치스리의 아래턱이 나의 머리에 닿자, 마치 작은 동물이 동족을 위로하듯 가볍게 문질렀다.
"너는 거리가 있어도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꽤 정통하잖아?
앞으로 7일 동안 조금도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지는 않을 거야."
"무슨 뜻이에요?"
"언제든지 네가 나한테 메시지나 전화를 해도 된다는 뜻이야. 만약에 네가--"
치스리는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저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목 피부가 내 숨결 때문에 뜨거워졌다.
"알았어요, 내가 보고 싶어지기만 하면 당신 괴롭힐 거예요!
그 반대여도, 마찬가지로요."
잠시 후, 하마터면 바깥 밤새의 울음소리와 섞일 뻔했지만 나는 머리 위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주 가벼운 대답을 들었다.
원래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던 7일에 갑자기 새로운 의미가 생겼다.
우리는 서로가 그리워지면 연락할 수 있다. 이 시간은 언제나, 그리고 매분 매초일 것이다.
<他的行程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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