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버전 자막⬇
💬프롤로그
만견 근처에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저녁, 나와 샤오이는 함께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내가 만나기로 한 장소 근처에 도착했을 때, 그는 멀리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시장 구경하는 건데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
"레이싱의 신 샤오님과 같이 구경하는 거잖아, 영광이라서."
우리는 웃으면서 시장으로 들어섰다. 저녁이라 마침 떠들썩한 시장 안은 초롱을 달고 오색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어른아이 할 거 없이 많은 인파로 붐볐다.
'탄생석'이라고 적혀 있는 노점이 내 관심을 끌었다. 다양한 색상의 동그란 돌 장신구들이 들쑥날쑥하게 놓여 있어서 마치 작은 우주처럼 보였다. 나는 그중 하나를 들어 샤오이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봐봐, 내 탄생석이야! 아쉽지만 끈 색깔은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 역시 대단한 디자이너님이네."
한 어린아이가 비집고 들어오더니 가득 늘어서 있는 돌을 가리키며 같이 온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거야!
생일날에는 자기 탄생석을 사서 몸에 지니고, 다음 일 년 동안 모든 일이 잘 풀리게 해야 한대."
나는 이런 말은 처음 들어서, 샤오이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생일을 맞이하는 다양한 의식이 있나 봐.
나는 어렸을 때 생일에는 그냥 케이크 먹으면 끝이었는데."
"맞아, 케이크만 먹어도 만족스럽지."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럼 너는? 어렸을 때 생일 어떻게 보냈어?"
"......내 기억에는 어렸을 때 생일은 별로 안 챙겼던 것 같아."
나는 반신반의하며 그를 훑어보았다.
"설마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쿨남이었던 거야?"
"응,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나는 그의 맑은 미소 속에서 은밀한 냄새를 맡았고, 문득 그와 처음 만났던 장면이 떠올라 무슨 일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때 머릿속에 번뜩 한 가지 생각이 스쳤고, 더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맞다, 곧 네 생일도 다가오지 않아?"
"응, 나한테 관심이 많네."
"일기예보 좀 봐야겠는데......잘 됐다, 그날 날씨가 좋아서 외출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
"어, 왜 이렇게 신났어?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서?"
나는 샤오이의 계획을 묻기도 전에 스스로 먼저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부끄러워졌다.
"......네가 원한다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아직도 모르겠어? 내 위시리스트에서 넌 언제나 1순위야."
사방에서 등불에 비친 그림자가 떠다녔다. 그의 웃고 있는 눈동자가 가까이서 반짝였고, 모든 빛보다 더 밝게 빛났다.
"네가 나랑 같이 생일을 보내준다니까 나는 형제들이랑 한 약속을 취소해야겠다."
"잠깐만, 너 선약이 있었어?"
"그전에는 별다른 생일 계획이 없어서 그날 같이 나가서 쉬다 오려고 했었지."
"급하게 취소하지 마. 생일인데, 친구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잖아.
뭐 하러 가려고 했는데? 들러리 하나 더 가도 괜찮지?"
"당연하지, 그런데--"
샤오이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나를 훑어보다가 잠시 고민했다.
"나랑 같이 노는 방식이 좀 거칠 수도 있는데, 정말 같이 갈 거야?"
"그럼 얼마나 거친지 들어봐야겠는데?"
그는 신비롭게 웃으며 팔을 내 어깨에 걸치더니, 아주 그럴듯하게 내 귓가에 몸을 기울였다.
"총 쏠 거야. 올래?"
어리둥절해진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그를 밀어냈다.
"그냥 사격이잖아! 갈래, 그런데 나 아직 사격해 본 적 없어.
네 생일날 시간 내서 사격 좀 하다가 다른 시간에는 우리 둘이 다른 거 해도 되고."
"좋아, 꽤 알찬 것 같은데."
"우리가 알게 된 뒤로 처음으로 맞이하는 네 생일인데, 내가 제대로 축하해줘야지.
광계 특별구에 평가가 괜찮은 사격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샤오이, 나 갑자기 멋진 계획이 떠올랐어!"
"오? 말해 볼래?"
"아니, 일단은 비밀이야!"
"그래, 내 생일은 너한테 맡길게."
"얼마든지 기대해!"
💬<마음껏 상상하기> 스토리_서론
곧 샤오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아침 8시 정각, 나는 조용한 복도에 서서 샤오이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여러 번 초인종을 누르자, 샤오이가 마침내 발걸음을 이끌고 문을 열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말한 8시가 진짜였다니."
"그럼! 너랑 같이 생일을 보내겠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최대한 빨리 너랑 같이 있어야지."
샤오이는 웃으며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말하려면 오늘 0시에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생일 축하한다고 해줘야지, 어떻게 메시지 하나만 보내고 끝이야."
"......
사실 이렇게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오늘 목적지가 좀 멀어서 그래."
"네가 지난번에 말한 광계시의 위성 도시야?"
"맞아, 광계 특별구(新光界)!"
나는 가방에서 요 며칠 동안 뒤적이던 광계 특별구 지도를 꺼내서 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전략은 내가 다 세워뒀어! 광계 특별구는 트렌디한 문화의 랜드마크여서, 온갖 재미있는 놀거리들이 모여 있거든.
유일한 단점이라 하면 시내에서 좀 멀기도 하고 주차할 곳도 찾기 어려워서 경전철을 타고 가는 게 가장 좋을 거라는 거지.
하지만 이 도시에 대해서는 네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소개해 주진 않을 거야, 나중에 다 알게 될 거고."
"누가 내가 다 안다 그래, 어디 봐봐."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지도를 뺏으려고 했다. 나는 지도에 붙인 각종 포스트잇과 그어놓은 밑줄이 생각나서 재빨리 등 뒤로 감췄다.
"안 보여줄 거야! 넌 빨리 씻고 옷 갈아입어. 우리 곧 나가야 해."
"알았어, 알았어.
쯧쯧, 네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나도 옷을 잘 골라야겠는데.
기다리고 있어."
10분 뒤, 침실 문이 열리면서 시원하고 화사한 형체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방금 감아서인지 촉촉하게 광택이 났고, 눈부시게 하얀 상의를 입고 있어 마치 청량한 사내아이 같았다.
"어? 전에 못 보던 옷인데......"
나는 그의 주위를 빙빙 돌며 앞뒤로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응, 산 지는 좀 됐는데 입을 일이 없어서.
말 돌리지 말고, 칭찬하고 싶으면 솔직하게 말해."
"응, 멋있어!"
"마음에 들면 됐어.
가자, 나가자."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손을 잡았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몸에서 풍기는 블랙 시더우드 향이 평소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의 눈가에 나타난 기분 좋은 호선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 보아하니, 그도 오늘 데이트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몰래 웃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빨리 가자!"
💬<마음껏 상상하기> 스토리_01
우리는 흔들거리는 열차를 한 시간 정도 타고 광계 특별구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상가에 도착했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이 상가 안에 있었다.
나는 샤오이를 끌고 앞으로 가다가 금색과 빨간색이 섞인 건물 앞에 멈췄다. 동화풍의 성 스타일이 독특한 가게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너도 불표범 장난감 타운이라는 가게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 같은데."
"응, 들어봤어.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장난감 상점인 것 같은데, 요즘 인기 많더라고."
"가자, 우리 들어가자!"
눈부시게 화려한 실내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었다.
3층 건물의 중앙에는 거대한 천장이 있었고, 그 천장 위에 정교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장식되어 있어 순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샤오이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거대한 진열대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진열대가 창의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진열대는 공중 주차장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현실 속 자동차 같은 것들의 비율이 축소된 모형들이 놓여있었다.
샤오이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차리고 진지하게 만지작거리며 놀기 시작했다.
"이거 봐, 이 빨간색 스포츠카 어때?"
"멋진데, 너랑 잘 어울려!"
"예전 같았으면 샀을 거야."
나는 샤오이가 모형과 같은 모델의 실제 차를 가리키는 거라는 걸 알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말뜻을 오해한 것 같았다.
"형아, 이거 갖고 싶어요? 오늘은 돈 안 주고 살 수 있어요!
이 모형은 오늘 미니카 레이스 상품인데, 하고 싶으면 위층으로 가서 경기에 참가하면 돼요!"
"그래? 고마워."
샤오이는 웃으며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남자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장난감을 안고 달려갔다.
"미니카 레이스? 그것도 네가 잘하는 거 아니야? 우리 가볼까?"
"가보자."
우리는 회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곧 경기가 열릴 곳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서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미니카 레이스에 참가하는 사람은 거의 어린이들뿐이었다.
"네가 참가하면 분명 1등 할 거야."
"맞아. 그래서 난 어린이들이랑 상품을 놓고 다투지는 않으려고. 차라리 우리 옆에 있는 거 하는 건 어때?"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큰 원탁 가운데에 새로 출시된 도트풍의 별장 모형이 놓여 있었다. 원탁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성인이었다.
모형 맞추기 대회인가? 나와 샤오이 둘 다 그 화려한 색채에 끌려 저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갔다.
"경기는 2인 1조로 진행되며, 20분 안에 전시 작품인--시골 별장을 완성하셔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도에 따라 1위, 2위, 3위를 시상할 예정이며, 1위에게는 시골 별장 세트를 드립니다!"
"이건 나도 해 본 적 없는데, 한번 해볼래?"
"좋아!"
죽이 척척 맞은 우리는 원탁으로 가서 의자를 당기고 앉았다. 작은 테이블은 참가자들로 가득했고, 내가 종아리를 조금 뻗자 샤오이의 다리와 찰싹 달라붙었다.
샤오이의 체온이 얇은 옷감을 통해 전해졌고, 내 마음은 살짝 산만해졌다.
"저쪽으로 좀만 가."
"더 갈 곳이 없는데. 그냥 내 다리 위에 앉을래?"
그는 사악하게 웃으며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고, 내 머릿속에는 나도 모르게 그 장면이 떠올라 뺨에 열기가 치솟았다.
"곧 경기 시작하니까 좀 진지해지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경기에 참가할 사람들이 전부 모였다. 나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과 눈빛을 교환했는데, 뜻밖에도 강렬한 적의가 느껴졌다......보아하니 다들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았다.
"샤오이, 너 이 모형 갖고 싶어?"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우리 최선을 다해야겠네!"
"응, 파이팅."
샤오이는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나는 바로 알아차리고 내 주먹을 그의 주먹과 가볍게 부딪쳤다.
직원들이 모형 부품을 나눠준 뒤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와 샤오이는 이미 사전에 이 과정에 대해 미리 논의했고, 심판의 호루라기가 울리자마자 나는 눈앞에 펼쳐진 부품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는 부품을 모양별로 분류해서 샤오이에게 순서대로 전달했다. 샤오이는 내 부품을 받아 맞는 위치에 꽂았다.
순식간에 우리는 수중의 일에 몰두했고, 시간이 늘어진 것처럼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 나는 무심코 힐끗 보다가 샤오이의 옆얼굴과 마주한 순간 갑자기 넋이 나갔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모형 앞에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아이처럼 순수하고 집중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오히려 색다르게 잘생긴 느낌이었다.
이때, 그가 나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고, 나는 그제야 그가 나를 향해 펼친 손바닥을 보았다......
알고 보니 내가 방금 정신이 팔려서 그에게 부품을 건네주지 않은 것이다!
"저기......뭐 보고 있어?"
"미안!"
나는 재빨리 주의력을 돌려서 필요한 부품을 찾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도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하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지만, 입가에서 희미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자리 옮기면, 충분히 보여줄게."
설마 들켰나? 나는 그가 속삭이는 걸 못 들은 척했지만, 귀뿌리는 조용히 뜨거워졌다.
곧,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나와 샤오이는 몸을 세웠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몸을 움직이며 만족스럽게 앞에 있는 별장을 바라보았다.
나는 우리 별장을 다른 배색으로 디자인했다. 하얀 벽과 붉은 지붕에, 창가마다 푸른 붓꽃을 심었다.
전시된 작품과는 전혀 다른 배색이었지만, 샤오이는 부품 하나 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봐봐, 우리 두 사람이 팀이 되면 틀릴 리가 없다니까."
"호흡이 잘 맞네. 내가 성공하면, 나의 디자이너 조수가 되어줘!"
"문제없지."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보니 우리의 별장이 모든 참여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성도도 높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우리 별장이 1위를 했고, 오늘의 일등상을 수상했다.
샤오이는 상품을 받아오라며 나를 보냈고, 나는 곧 무거운 모형 세트를 높이 들고 돌아왔다.
"봐봐, 우리만의 상품이야!
우리가 같이 노력해서 얻은 물건은 사 온 거랑은 정말 느낌이 다르네."
샤오이는 상자를 받아 손에 들었다.
"우리 앞으로 더 자주 오자.
여기 괜찮은데. 이벤트도 재미있고, 어린애 같은 네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네."
"에이, 어린애 같은 사람이 어디 나 하나뿐이야?"
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결국 아까 그의 모습은 들춰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형을 맞출 때 열심히 집중하던 그의 모습은 나만의 보물로 간직하면 되니까.
💬<마음껏 상상하기> 스토리_02
장난감 타운에서 나온 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응, 예상 시간이랑 비슷하네. 이제 길 건너편에서 버스 타야 돼."
"오, 우리 스케줄이 이렇게 빡빡하다고."
"당연하지, 연예인 스케줄보다 더 빡빡해."
"사실 너랑은 길가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꽤 재미있을 거야."
그가 갑자기 팔을 뻗더니 내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어젯밤에 잘 못 잤지? 다크서클이 다 생겼네."
나는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못생겼지? 보지 마!"
"왜 긴장하고 그래. 내가 보지 못한 모습이라서 그런 거야?"
"......"
나는 손가락 사이로 몰래 그를 보았고, 샤오이는 무고하다는 듯 눈을 깜박거렸다.
"넌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왜 내 얘기를 해, 먼저 잘못 생각한 건 너잖아."
우리는 바보처럼, 약속이나 한 듯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샤오이의 말이 맞다. 그와 함께라면 길가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나는 이미 샤오이에게 뜻깊은 생일을 선물하기로 결심했으니까.
곧, 우리는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받은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앞뒤를 살펴보았다.
"자연 박물관?"
나는 검지를 들어 그의 입가에 대고 말을 멈추게 했다.
"아무것도 묻지 마, 들어가면 알게 될 거야."
자동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뼈대가 우리의 시야를 전부 차지했고, 바닥 위에 거칠고 신비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입장하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모두 사로잡았고, 샤오이도 고개를 들고 놀랐는지 미간이 펴졌다.
"와, 이 공룡 화석은 완전하네."
"그치? 광계시에만 있는 거래! 남자라면 반드시 봐야지!"
"그럼 제대로 봐야겠는걸."
공룡 화석 주위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서 있어서, 샤오이는 나를 꽤 멀리 끌고 갔다. 펜스 밖의 사람들이 적은 쪽으로 돌아서자,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공룡의 키가 더 크게 느껴졌다. 공룡의 건장한 두 다리뼈는 거의 한 층 높이여서, 공룡의 머리를 보기 위해 우리는 목을 더 높이 들어야만 했다.
공룡의 모습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앞발을 들고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두 줄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공룡은 마치 바로 다음 순간에 사냥감을 덮칠 것만 같았다.
샤오이는 바로 공룡 맞은편에 서서 공룡과 대화하는 것처럼 고개를 들고 공룡의 눈구멍과 이빨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런 샤오이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공룡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 강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정말 큰 녀석이네. 마주 보고 있으니까 더 그렇게 느껴져.
이 작고 짧은 손 좀 봐봐, 티라노사우루스인 것 같아. "
"빨리 와봐, 여기 전시품 소개가 있어."
우리는 소개 문구가 인쇄되어 있는 전광판 앞으로 걸어가서 읽기 시작했다.
"티라노사우루스네. 티라노사우루스는 가장 몸집이 큰 육식 공룡이다.
이 티라노사우루스는 지금으로부터 6500만 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다."
"몸길이는 14.5m이고, 몸무게는 12톤에 달한다. 저 굵고 큰 꼬리 좀 봐봐, 한 번에 훑어보지도 못할 것 같은데."
"쯧, 우리가 티라노사우루스랑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아마 공룡의 간단한 간식쯤 됐겠지."
"인정! 나는 확실히 간식이었을 거야.
하지만 우리 샤오 형님은 이렇게 대단한데, 왜 공룡 간식밖에 안 된다는 거지?"
탐구하는 내 시선에 샤오이는 순간 놀랐지만, 곧 실소를 터뜨렸다.
"왜, 아니면? 너 설마 내가 티라노사우루스랑도 한 판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음......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 예전에는 네가 날 이렇게 숭배하는지 몰랐는데."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갑자기 허리를 굽혀서 가까이 다가오더니, 흥미롭게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서둘러 시선을 돌렸지만, 얼굴은 뜨거워졌다.
"......난 그냥 해본 말이거든."
"네가 그렇게 날 믿는다니까, 어느날 갑자기 우리가 공룡의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가 널 지켜줄게."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일 뿐이지만, 샤오이의 약속은 내 마음속에 씨를 뿌리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큰 나무로 빠르게 자란 것 같았다.
💬<마음껏 상상하기> 스토리_03
점심 식사 후, 샤오이의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광계 특별구 사격장에 도착했을 때 샤오이의 친구들은 이미 와있었다.
"박찬형 씨? 또 뵙네요."
温晚
"**누님, 안녕하세요. 저희를 위해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아주 좋아 보이세요!"
내가 처음 보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샤오이의 소개로 나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이 샤오이와 박찬형과 잘 아는 걸 보니 샤오이가 현상금 길드에서 사귄 친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인사를 나누는 동안 샤오이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왜 니다롱(倪大龙)은 안 보여?"
阿泰(아태)
"아, 다롱은 오늘 못 온대요.
샤오 형도 알죠? 임무 때문에 G국에 갔는데, 뭔가 일이 생겨서 귀국 시간이 지연됐어요."
임무? G국? 요즘 뉴스에서 그곳의 전란에 대해 보도 중인데, 설마 그의 임무가 이것과 관련 있는 건가......
그 말을 들은 샤오이의 안색이 좀 차가워졌다. 그의 시선이 곁에 있던 내게 닿자 그의 미간은 다시 내게 익숙한 온도로 돌아왔다.
"가자, 우리 먼저 들어가자."
그가 내 손을 잡았고, 손바닥의 따뜻한 온기가 불안한 마음을 전부 달래주는 것 같았다.
"응."
광계 특별구 사격장은 반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넓고 평평한 잔디 위에 다양한 과녁이 세워져 있었고, 한쪽에는 사격창이 하나씩 분리되어 있었다.
때때로 귀청이 터질 듯한 총성이 들려왔고, 공중에 긴 메아리를 남겼다.
우리는 총을 받았고, 샤오이의 친구들은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 나도 그들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샤오이가 옷깃을 잡고는 나를 뒤로 끌어당겼다.
"에?"
그는 내 어깨를 잡고 방향을 바꾸더니 나를 옆에 있는 사격창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왜 이렇게 급해, 앞은 '고수 구역'이야.
일단 여기서 해보자. 총 들어봐, 내가 동작 가르쳐줄게."
그의 두 팔이 갑자기 내 옆에서 뻗어 나왔고, 큰 키가 나를 품 안에 단단히 가두었다.
내 등은 그의 넓은 가슴에 바싹 달라붙었고, 온몸이 그의 침략적인 기운에 휩싸여 내 머릿속은 갑자기 텅 비어버렸다.
샤오이는 한 손으로 가볍게 내 팔꿈치를 받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등을 덮어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나는 그의 손가락에 박혀있는 얇은 굳은살을 건드렸고, 나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 특유의 숨결을 머금고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갔는데, 평소보다 더 매력적이고 뜨거웠다.
"엄지는 엄지를 누르고, 네 손가락은 네 손가락을 감싸고. 응, 네가 잡은 방법이 기본이야.
눈으로는 여기 홈을 봐야 하는데, 가늠쇠 보여? 시선은 가늠쇠에 초점을 맞춰서 가늠쇠가 홈 중앙에 오도록 해야 해."
사격 기술을 설명하고, 또 나의 자세를 바로잡아 준 샤오이는 나 대신 방음 귀마개를 씌워주었고, 턱을 들어 내게 한 번 쏴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건 나의 첫 번째 샷이다! 나는 재빨리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은 멈추고, 조준하는 데 집중했다.
나는 조준기 안에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뒤에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큰 소리와 함께 손목에 강한 추진력이 전해졌고, 잠시 후 탄피 하나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굴러떨어졌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 어안이 좀 벙벙해졌다. 총알 한 발을 쏘았다는 걸 깨달은 후에야 뒤늦은 기쁨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어때? 내가 쏜 거 어땠어?!"
"어디 보자......6점이네. 처음치고는 괜찮은데."
"정말? 나 한 번 더 해볼래!"
샤오이는 주머니에서 다시 총알을 하나 꺼내 채워주었다.
"에이 참, 한 번에 여러 개 채워줘."
"안 줄 건데."
"제발요, 샤오 형님, 샤오 코치님."
나는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총을 들고 두 번째 사격을 시도했다.
이번에 나는 7점을 맞췄다.
"음, 빨리 배우네."
그는 꽤 칭찬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또 나를 향해 손을 내밀더니, 두 개의 총알을 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보상으로 이번에는 많이 줄게. 자, 직접 넣어봐."
"......두 개밖에 없잖아."
"너는 초보자니까 안전이 제일 중요해. 착하지."
그가 달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낮은 소리로 어르고 달래서 순간 상대하기 어려웠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방금 그의 모습을 따라 총알을 조심스럽게 뜨거워진 탄창에 넣었고,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십여 번을 더 연습하고 나니 나는 어느 정도 감각을 익힌 것 같았고, 권총을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8.5점. 좋은데, 앞으로는 네가 날 지켜줘도 되겠어."
그는 스위치를 눌러서 창밖에서 만신창이가 된 과녁 종이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어떤 증명서라도 되는 것처럼 그 종이를 정중하게 받아들였다.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너나한테 대단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코치님?"
"좋아, 가자.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샤오이는 마침내 나를 아까 말했던 '고수 구역'으로 데려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저 멀리서 아태 일행이 진지하게 사격 연습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의 '초보 구역'과 달리 여기 사격창에서는 붉은 비행접시가 끊임없이 공중에 날아오르고 있었다. 저걸 맞추는 건 아니겠지? 나는 믿을 수 없는 추측을 했다.
내가 넋을 놓고 감상하고 있을 때, 샤오이는 벌써 어디선가 소총 한 자루를 들고 오더니 사격창 앞에서 능숙하게 총알을 장전했고, 힘센 팔로 소총을 안정적으로 쥐고 있었다.
조준기를 눈에 가까이 대자 그의 기세는 온몸이 무기로 변한 것처럼 순식간에 침착하고 차가워졌다.
이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다......
다음 순간, 샤오이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세 번의 탕탕 소리와 함께, 곧 먼 곳으로 사라질 것 같았던 그 작고 붉은 점들이 순서대로 폭발했다!
"!!!"
감탄사가 이미 입가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그대로 삼켜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8점을 쏘는 것도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샤오이의 실력을 보니 그 작은 자만은 숭배의 감정으로 바뀌었다.
"샤오이, 너 얼마나 연습한 거야? 진짜......정말 대단하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샤오이 대신 대답했다.
阿泰(아태)
"하하, 형수님, 샤오 형은 더 대단할 때도 있어요. 다음에 특별히 형수님한테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네?"
그 호칭을 들은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샤오이, 너 아태 씨한테 무슨 말 한 거 아니야?"
"무슨 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데."
그는 무심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총을 들고 비행접시를 겨냥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오히려 옅은 웃음기가 흘렀고, 자신만만하게 활짝 피어나며 나의 모든 시야를 차지했다.
💬<마음껏 상상하기> 스토리_04
사격장을 떠난 뒤 우리는 샤오이의 친구들과 헤어졌다.
"말해봐,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보아하니 샤오이는 내 계획을 꽤 즐기고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은근히 만족스러워서 웃으며 그를 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급한 것 좀 봐, 이 가이드가 쉬지도 못하게 하고."
"당연히 쉴 수 있지. 내가 업어줄까? 아니면, 안아줄까?"
"저리 가, 사람들이 보잖아!"
우리는 큰길을 따라 몇 분 정도 걷다가 모퉁이를 돌았고, 푸른 잔디가 무성하게 깔린 광계 특별구의 중앙공원에 도착했다.
태양은 이미 하늘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정오처럼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지금이 공원에서 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푸르고 부드러운 잔디밭 위에 놀러 온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여 앉아 햇빛을 쬐며 한 폭의 여유롭고 즐거운 그림을 연출했다.
우리는 잔디밭을 지나 렌탈 센터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드론을 빌릴 수 있다고 하던데, 샤오이, 해볼래?"
"좋아."
우리는 드론을 한 대 빌렸고, 나는 조종기와 설명서를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
"생일 주인공이 먼저 해봐."
"그래. 근데 설명서는 안 볼래, 나는 실전파라서."
그는 설명서를 다시 나에게 넘겨주었고, 직접 조종기로 몇 번 시도해 본 끝에 드론이 비틀거리며 날아올랐다.
하지만 드론은 불안정하게 날았고, 우리 머리 위에서 낮게 빙빙 돌고 있어서 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감쌌다.
"샤오이, 좀 더 높이 날려봐! 지금 머리 위에 거대한 말벌 한 마리가 있는 것 같다고."
"분부대로."
샤오이가 조이스틱을 움직이자 드론이 빠르게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나는 실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점점 작아지는 드론을 바라보았다.
"너 눈치챘어? 우리 드론에 LED 조명이 달려 있더라고.
밤이 되면 드론으로 밤하늘에 낙서도 하고, 입체적인 그림도 그릴 수 있어."
"하늘을 캔버스처럼 쓰는 거야?......낭만적이네. 그런데 아직은 날이 밝아서 그런지 궤적이 잘 안 보여서 아쉽다."
"네가 그리면 내가 맞혀볼게. 어때, 한번 해볼래?"
그는 내게 조이스틱을 건네주었다. 나는 드론을 조종하는 게 처음이라 잠깐 망설였지만, 순간 간단한 도안이 떠올라서 허공에 천천히 그려보았다.
"어때? 맞힐 수 있겠어?"
내가 조종한 드론은 약간 변형된 타원을 그렸다. 그다음에는 더 큰 호를 그리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많이 방향을 틀어서 그런지 드론의 궤적이 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드론은 공중에서 방향을 틀다가 곧바로 나무 한 그루와 충돌했다.
내 눈앞에 드론이 나무에 끼어서 빼내지 못하는 난처한 장면이 그려졌다.
"아악, 샤오이, 어떡해!!"
"내가 할게."
그는 내 뒤로 다가왔고, 두 개의 넓은 손바닥이 내 손을 감싸더니 나와 함께 조종기를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온도에 나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지만 곧 그가 이끄는 대로 다시 조종을 시작했다.
드론은 그의 조종에 따라 빠르게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나무의 수관을 거의 스치듯 신속하게 방향을 틀었다. 나뭇잎을 몇 장 잘라낸 후에야 드론은 큰 나무에서 멀어졌고, 무사히 공중에 맴돌았다.
"나의 작은 화가님, 네가 창작하는 시간이라 하더라도 나를 너무 잊으면 안 되지. 하마터면 나무 머리를 깎을 뻔했잖아."
나는 멋쩍게 웃으며 큰 나무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나무님, 미안해요!"
"그냥 내가 해볼게. 네가 뭘 그리고 싶은지 말해주면 내가 그려줄게."
"좋아, 난 샤오화룡 그리고 싶어!"
"오케이."
선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둘 다 엄청 집중해서 드론의 궤적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내가 방금 그린 타원 위에 이어서 진지하게 머리와 네 다리, 그리고 꼬리를 추가했다.
"또 있어?"
"음......그럼 등 위에다 몇 글자 써볼까?"
"말해 봐."
"O-s-b-o-r-n, No.1."
샤오이는 손동작을 멈췄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 이건 레이서를 응원해 주는 거야? 그런데 왜 거북이 등에 쓰라는 거야?"
"왜냐하면 샤오화룡은 네 보물이니까."
"하지만 나한테는 또 다른 보물도 있는데,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어?"
그는 눈꼬리를 구부리고 나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나는 순간 멍해져서 황급히 그의 이글이글한 시선을 피했다.
"......아니야, 알파벳은 쓰기 어렵잖아. 우리 드론으로 사진이나 찍자!"
"그래, 네 말대로 할게."
"안녕! 드론아, 여기 봐!"
나는 드론을 향해 사진을 찍으라는 손짓을 했다. 드론은 그 움직임을 감지했고, 동체를 돌려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곧 내 핸드폰으로 전송되었다. 동그란 잔디밭 위에, 조그만 우리는 한가운데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두 팔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음껏 상상하기> 스토리_05
어둠이 내려앉자, 나와 샤오이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다 마침내 광계 특별구의 데이트 성지인--광계항에 도착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이 항구의 호를 따라 퍼져 나갔고, 수면에 거꾸로 비치며 한 줄기의 휘황찬란한 강을 이루었다.
우리 앞에 멀지 않은 해안가에는 10년 전 폐기된 원양 크루즈 한 척이 정박해 있었는데, 마치 깊이 잠든 강철 거인처럼 도시의 야경 속 일부가 되어 있었다.
크루즈를 보자 샤오이의 두 눈이 분명하게 반짝였다.
"이 배는 정비가 잘 되어 있는데."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이 배는 외부에 개방되어 있거든. 자, 우리 올라가 보자."
갑판으로 올라서자 샤오이는 참지 못하고 사방을 훑어보았고, 입가의 웃음기도 거의 감추지 못했다.
"이걸 식당으로 개조하다니.
이 배도 바다에서 수십 년 동안 일했는데, 항구로 돌아와서 인간 세상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야. 나도 그건 좀 부럽네."
"그렇구나. 그런데 아직 좋아하긴 일러, 안에 더 재미있는 게 있거든!"
나는 그를 선실로 밀어 넣었고, 좁은 계단을 따라 한 계단씩 올라갔다. 2층의 모든 선실은 한 칸씩 룸으로 개조되어 있었고, 문틈 사이로 즐거운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좁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마침내, 나는 굳게 닫힌 문 앞에 서서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칠흑같이 캄캄했지만 방 중앙에 있는 테이블 위에 독특한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 초의 불빛이 흩날리고 있었다.
" ......와, 이렇게 제대로 준비했다고?"
그는 이런 성대한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지 문밖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를 방으로 밀어 넣고, 다시 그의 뒤에서 불을 켰다.
딸깍--
따뜻한 노란색 불빛이 갑자기 켜졌고, 샤오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똑똑히 보고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성껏 꾸며진 방은, 식당이라기보다는 아이의 공부방에 가까웠다.
눈이 닿는 곳마다 활기찬 색채가 가득했다. 벽지 위의 무늬는 마치 아이가 직접 그린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고, 풍부한 상상력이 느껴졌다.
정교한 장난감 모형, 애니메이션 포스터, 그리고 재미있는 책들이 방 구석구석을 장식했다. 방 중앙에는 작고 깜찍한 책걸상이 놓여 있었는데, 어린아이 용이었다.
용감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아이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명력이 넘치는 작은 집에서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매일 이런 아침저녁을 보냈을 것이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생일 축하 노래의 신나는 선율이 이 알록달록한 작은 공간에 따스함을 더해주었다.
샤오이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소중한 것들을 전부 계속해서 살펴보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샤오이를 작은 의자로 끌고 가서 앉으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걸상이 그에게는 너무 작아서 앉고 나니 그의 긴 다리를 둘 곳이 전혀 없었고, 그렇게 어색한 모습이 익살스럽고도 귀여웠다.
"그러니까......이게 전부 네가 날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거야?"
"응, 샤오 어린이.
이 선물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응. 열 살이었던 내가 이런 방에서 살 수 있었다면, 꿈이었다 해도 웃으면서 깨어났을 거야.
아--알 것 같다. 장난감 타운, 박물관......오늘 난 네가 있는 곳에서 다시 어린이가 된 거구나."
"맞아. 전에 네가 어렸을 때 생일을 별로 안 챙겼다고 했잖아.
난, 이게 좀 아쉽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던 중, 내 눈앞에 우리가 어렸을 때 창고에서 만났던 모습이 또다시 떠올랐다.
먼지투성이의 소년이 형언할 수 없는 집착과 갈증으로 번뜩이는 듯한 눈빛으로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난, 너에게 가장 평범하고도 가장 따뜻한, 진짜 아이의 생일을 선물해 주고 싶었어."
난 시간 속에 버려져 사랑받지 못한 그 소년을, 아이 같은 순수함이 가득한 데이트로 채워주고 싶었다.
다만 샤오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그 소년이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샤오이, 생일 축하해!"
그는 의자 등받이에 엎드려 불빛이 일렁이는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 두 눈은 기억 속의 그 소년과 똑같았고, 서서히 합쳐지는 것 같았다.
늘 여유로웠던 그가 반 박자 늦게야 정신을 차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너......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고마워, 나......나 오늘 정말 재밌었어.
그리고, 어떻게 말해야 하지......감동했어."
그가 보기 드물게 서툰 모습을 보이자 나는 가슴 속에 벅차오르는 기쁨을 참을 수 없어서 한술 더 떴다.
"응? 얼마나 감동적이었는데? 울컥할 것 같은 그런 감동이야, 샤오이 어린이?"
"응, 지금 네가 달래주지 않으면, 금방 네 앞에서 엉엉 울어버릴지도 몰라."
애교에 가까운 말투에 내 마음은 녹아내릴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나는 작은 걸상을 가까이 옮기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좌우로 쓰다듬어주었다.
"그래그래, 착하지.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생일을 보낼 거니까.
앞으로 매년 오늘, 우리는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 거야."
그는 내 손길에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참을 그렇게 즐기던 그는 내 손을 떼어내고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좋아, 여기 있는 한 어린이가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거든. 그러니까 절대 번복하면 안 돼."
정말 얘기할수록 더 유치해진다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너한테 거짓말 안 해! 초가 거의 다 타려고 하니까 빨리 와서 소원 빌어!
그동안 놓쳤던 생일 소원을 이제 전부 채울 수 있어."
"응, 이건 잊으면 안 되지."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다리를 거두고 케이크 앞에 단정하게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뭔가 달콤한 일이 생각났는지, 그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위로 올라갔다. 나는 미리 준비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그가 방심한 사이 이 소중한 순간을 기록했다.
나는, 샤오이 어린이의 소원이 반드시, 전부,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조력자가 없으니까 갑자기 모형 맞추기 체험이 그렇게 재밌지 않다
(1)
↪역시 내가 도와줘야 한다니까.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또 하나 늘었네
(2)
↪모형 맞추기가 정말 스트레스 풀기 딱이어서, 나는 다시 사서 맞춰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내가 여러 개 샀으니까 주말에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맞춰보자
(3)
↪우리 장난감 타운에 한 번 더 가보자. 어쩌면 별장 모형을 하나 더 따고 올지도 모르잖아.
↪↪좋은 생각인데? 그럼 디자이너님, 주말에 시간 있으신가요?
신작 게임 <공룡과 싸우는 용사> 를 집에 가져오자마자 하루 만에 클리어했다
(1)
↪내가 뭐라고 했어, 샤오 용사 정말 최고라니까
↪↪이렇게 열심히 칭찬하다니, 설마 나한테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겠지
(2)
↪ 왜 나 안 부르고 몰래 게임했어?
↪↪싱글 모드만 클리어했고, 2인용 모드는 아직 안 했어. 거기에 빨간 치마를 입은 캐릭터가 너랑 닮았는데, 한 번 해볼래?
(3)
↪이 시리즈 진짜 옛날 거잖아~그런데 아직도 하고 있다니!
↪↪누군가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공룡과 싸우는 기술을 미리 익혀둬야 하니까
내게 처음으로 사격을 배운 학생은 8.5점이라는 좋은 기록을 냈다
(1)
↪내 착각인가, 말투가 좀 거만해진 것 같은데?
↪↪착각 아닌데. 손도 안정적이고 빨리 배워서 칭찬할 만해
(2)
↪뭔가 신입생 모집하는 것 같은데
↪↪당연히 아니지, 난 아무나 코치해 주지 않거든
(3)
↪내가 처음이라니! 코치님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응, 다음에 또 부를게
드론은 처음 조종해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1)
↪오늘 나도 처음 해봤는데 너무 재밌었어!
↪↪우리 헤어 디자이너 아가씨한테 머리를 빡빡 깎일 뻔했던 나무님도 정말 재밌었을 거야
(2)
↪넌 처음인 것 같지 않던데, 엄청 빨리 익혔잖아!
↪↪많은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
(3)
↪하하, 드론으로 네가 그리고 내가 맞히는 것도 처음인데 재미있었어!
↪↪응, 앞으로 우리만의 처음을 더 많이 개척할 수 있을 것 같아
대단하신 패션 디자이너야,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통달했다니
(1)
↪후후, 그럼 당연하지. 앞으로 네 집도 얼마든지 내게 맡겨!
↪↪문제없어, 우리 집은 앞으로 네가 원하는 대로 꾸며도 돼
(2)
↪아니야~난 그냥 상상한 대로 꾸민 것뿐이야,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지
↪↪난 과장한 거 아닌데, 그거 알아? 크루즈 관리자가 그 방의 인테리어를 보존하기로 했대
(3)
↪인테리어 디자인은 난 정말 문외한이야. 그냥 그 공간은 널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영감이 넘친 거야.
↪↪그 말은, 내가 네 영감의 원천이라는 거지? 그럼 날 보러 네가 더 자주 와야겠네
획득 아이템
'이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0912~240920] 缀色焕新 샤오이 이벤트 스토리 번역 (0) | 2024.09.12 |
---|---|
[240810~240811] 2024 칠석 이벤트 大漠归墟・昪朔寻迹 예열 이벤트 스토리 번역 (0) | 2024.08.12 |
蔚蓝白日梦: 짙푸른 백일몽 샤오이 이벤트 스토리 번역 (복각) (0) | 2024.07.04 |
[240703~240904] 线条大作战 라인 대작전: 몰티즈 콜라보 공통 프롤로그 번역 (0) | 2024.07.03 |
回归活动 복귀 유저 이벤트 샤오이 메시지&영상통화 번역 (0) | 2024.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