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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描摹期许 기대 묘사>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 질 무렵에 가까웠다. 내가 침실 문을 열자 이불 속에 있는 사람은 길게 숨을 내쉬고 있었고, 보아하니 깊이 잠든 것이 분명했다.
어제 샤오이는 막 해외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고,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였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난색의 반점이 그의 이마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의 미간이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졌다가 그가 얼굴을 조금 기울여 베개 속에 깊이 파묻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커튼을 닫아 단잠을 깨우는 마지막 한 가닥의 하늘빛을 차단했다.
침실 안은 희미한 어둠에 빠져 마치 소리도 전부 차단된 듯했고, 나는 가볍게 살금살금 샤오이 옆으로 다가가 누웠다.
부드러운 침대가 살짝 내려앉았을 뿐인데 샤오이는 무의식적으로 나를 품에 안았고, 따뜻한 숨결이 내 목에 가볍고도 자유롭게 뿌려졌다.
"고양이는 분명 야행성 동물인데 왜 날이 다 어두워지니까 집에 돌아온 거야?"
귓가에 샤오이의 살짝 잠긴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가볍게 훑었고, 절대 누구를 위해 돌아가지 않는 샤오샤오이를 흉내 내며 겁도 없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야행은 외출할 수도 있는 거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거잖아. 난 지금 집에 오는 걸 선택한 건데, 안 될까?"
당당한 대답과 계속 나쁜 짓을 하는 손끝이 기분 좋은 진동을 일으키며 낮게 가라앉은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왜 안 되겠어, 내 품이 바로 네 집인데."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더니 나를 단단히 껴안았다.
"여주인님이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며칠 동안 보지 못했다는 그리움이 마음속에 밀려왔지만 또 오랜만의 포옹에 치유되었다. 긴장이 풀린 나는 나도 모르게 하품을 했다.
"내 잠벌레가 너한테 옮긴 건가?"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아직 야행할 수 있을지도 몰라.
꿈속에서 다시 만나서 같이 모험을 떠날 수도 있고."
익숙한 숨결과 온도에 싸여서 나는 자꾸 졸음이 밀려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샤오이는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억누르고 내 머리에 키스했다.
"그래, 꿈속에서 만나."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품속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았고,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모험하자고 약속했지만, 나는 꿈도 꾸지 않고 유난히 편안하게 잤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창가에는 이미 아침 햇살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하룻밤 숙면을 취한 뒤의 나른함 속에서 나는 편안하게 기지개를 켜고 고개를 들었다가 샤오이의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과 마주쳤다.
샤오이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어깨에 수건을 아무렇게나 걸쳐 놓았고, 그가 손을 뻗어 아직 촉촉하게 젖어있는 앞머리를 쓸어올리자 그의 눈빛이 더 선명하게 나를 주시했다.
"깼어?"
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좀 민망해서 잠옷을 만지작거리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샤오이를 바라보았다.
분명 그야말로 휴식이 필요한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 나는 이불을 반쯤 걷어차서 침대에서 떨어뜨렸다.
"내가 왜 너보다 오래 잤지......!"
나는 침대 머리맡의 시계를 훑어봤다가 웃고 있는 샤오이의 눈빛을 받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내 생체 시계를 예상한 듯 샤오이는 치약까지 짜서 내가 가져가길 기다렸다.
내가 입을 오므리고 이를 닦고 있는데 거울 속에서 샤오이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대리석 받침대에 기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즘 잠이 부족해? 원고 서두르느라 몰래 밤샌 건 아니고?"
"너 어떻게 알았어? 난 분명히......콜록콜록!"
말을 반이나 하고 나서야 난 스스로 자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가 입안에 가득 찬 치약 거품 때문에 거의 사레가 들릴 뻔했다.
샤오이는 순간 실소를 터뜨리며 손으로 가볍게 내 등을 쓰다듬었다.
"내가 출국해 있는 동안 넌 분명 매일 정시에 나한테 굿나잇 인사를 해줬는데 네가 원고를 서두르는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나는 눈을 두어 번 깜박이며 어디서 덜미가 잡혔는지 빠르게 생각했고, 샤오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진작 발견했는데, 일부러 너한테 티 안 냈어.
우리가 저번에 연동해 둔 커플 계정 있잖아. 네가 전원을 켜기만 하면 내 쪽에 있는 컴퓨터도 켜지거든."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아무리 숨기려 해도 금방 들킬 것 같아서 나는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그냥 일을 빨리 끝내려고 한 거야.
다행히 네 생일날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생일만 축하할 수 있게 시간 냈어."
샤오이가 갑자기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렇게 본격적으로?"
"당연히 본격적이어야지.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너한테 쏟고 싶으니까."
예전이라면 아마 나도 농담을 좀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생일이고, 일 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이의 표정은 뭔가 녹아내린 것 같았고, 그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너의 세상은 그렇게나 훌륭하고 풍성한데 내가 다 차지할 수는 없지. 나한테는 일부만 나눠줘도 충분해."
나는 멍하니 샤오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자연스러운 일을 말하는 것처럼 여전히 확고하고 부드러웠다.
평소의 습관 같은 장난과 농담은 해안에 세게 부딪치는 파도 같았고, 더 깊게 들여다보니 그 광활한 바다의 바탕은 사랑과 소중함으로 쓰여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 마음도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나도 그와 똑같은 확신으로 보답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일 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달라.
생일날 눈앞에 있는 이 생일 주인공이 내 모든 세상을 차지하도록 초대할 거니까.
물론 대가가 없는 건 아니야."
샤오이는 입꼬리를 올리고 마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듯 그 청록색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대가는......너의 그날도 전부 내게 맡기는 거야."
샤오이는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안 그러면 누구한테 맡기겠어?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내 몸과 마음도 전부 오직 너에게만 열려 있는데."
샤오이가 턱을 치켜들자 나는 바로 그의 품속으로 달려들어 고개를 들었고, 똑같이 상큼한 맛이 나는 굿모닝 키스를 받았다.
옆에 있는 거울은 마치 액자처럼 우리가 몇 번이고 그려낸 약속과 그 속에서 더 강렬해지는 기대를 고정하는 것 같았다.
뭇별이 흩어진 숨결을 넘고
새로 태어난 약한 불꽃은 우주의 가장자리를 떠다닌다
만물을 뒤흔들 융합을 기다리며
끝이 없는 곳에 운명의 파도를 새길 것이다
우리의 수많은 순간들을 영원으로 맺을 수 있게
시야라는 선물_Q1.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세상을 발견하고 탐색할 건가요?
💬未知旅行 미지의 여행
💬太空遨游 우주 여행
💬特殊食物 특별한 음식
🎥<眼中世界 눈 속 세상>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 마음은 벌써 차창 밖으로 뒷걸음질치는 풍경을 따라 들떠있었다.
우리가 가는 리조트 호텔은 놀이기구도 잘 갖춰져 있고, 다양한 이벤트도 구성되어 있어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것 같아 그동안 쌓인 피로도 거의 사라졌다.
나와 샤오이는 무사히 리조트 호텔 입구에 도착했고, 막 차에서 내리자마자 상쾌하고 한적한 냄새가 느껴졌다.
이곳은 도시와 인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고, 건물들은 넓은 자연의 식생을 보전한 채 지세에 따라 지어져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유려한 외형의 선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인 나는 손에 있던 작은 카메라도 높이 들고 샤오이의 생일 독점 기념 vlog를 계속해서 촬영했다.
"우리 촬영 감독님 오는 내내 바빴는데 손 안 아파? 내가 대신 찍어줄까?"
나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샤오이의 등을 밀고는 그에게 계속 앞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나도 안 힘들어, vlog의 주인공은 넌데 네가 어떻게 비하인드 작업을 할 수 있어?
잘생긴 주인공은 카메라를 봐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샤오이는 고집부리는 내 모습을 보고 '주인공'의 직책을 계속 이행했다.
걸어가는 동안 그는 자연스럽게 이 호텔의 주역인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 연결하면서도 내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가끔 구도 제안을 하면 카메라 감각이 뛰어난 그는 늘 빠르게 이해했고, 내게 너무 신나서 발밑 조심하는 거 잊지 말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빛을 거슬러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딱 손을 들었을 때 멀리서 플라밍고가 날갯짓하는 모습......더없이 아름다운 장면을 여러 장 찍자 나는 자신감이 커졌다.
"이런 소재까지 있으니까 영상은 분명 멋있을 거야!"
나는 즐겁게 궁리하며 카메라를 줌인해 클로즈업 사진을 몇 장 더 찍으려고 하는데, 샤오이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액션카메라를 꺼내더니 가슴 앞에 꽂았다.
"에, 너 왜 나 찍는 거야?"
"한 사람만 나오는 vlog는 단조롭지 않겠어? 커플의 시각에서 보는 게 더 좋지.
인터넷 보니까 이런 편집 방식은 거의 쓰지 않더라고. 한번 해볼래?"
"오, 남들과 다르고 싶어? 그런데 샤느님은 별로 비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목소리를 길게 끌며 농담했지만, 샤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자랑하고 싶어서."
나는 뷰파인더 뒤에서 고개를 들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덩달아 샤오이도 걸음을 멈추자 나뭇잎 사이로 실날같은 햇빛이 쏟아지며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윤곽을 그렸다.
"누군가가 이렇게......진심으로 내가 태어난 걸 축하해주고, 심지어 그녀 자신의 생일보다도 더 기뻐해 준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
마주 보고 있는 렌즈가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을 이어주는 것처럼 우리 사이를 휘감았다. 샤오이의 목소리가 그 선을 따라 살며시 내 심금을 울렸다.
편집할 때 지금 이 순간의 화면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떨림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참을 수 없어서 아예 내버려뒀다.
잠깐 멈춘 후에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뜰 한가운데에 가까워질수록 돌로 된 길가에 철제 울타리가 더 생겼고, 미세한 소리가 몇 번 들리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앞에 있는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긴 목이 튀어나와 있었는데 바로 기린이었다!
나는 흥분해서 샤오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빨리 저기 봐봐!
이 호텔의 특징이 동물들과 가까이서 접촉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어......"
"꽤 얌전해 보이는데."
우리가 귓속말하는 동안 천천히 걷고 있던 기린은 이미 샤오이의 옆으로 와있었다. 나는 서둘러 손을 들고 이 귀한 vlog의 소재를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기린의 키가 너무 커서 내가 렌즈를 여러 번 조정해도 샤오이와 기린의 전신을 동시에 찍을 수 없었다.
"샤오이, 어떡하지. 지금 카메라에 기린은 없고 목만 나오는데......"
샤오이는 내 말에 입꼬리를 올렸고, 그가 살짝 까치발을 들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나뭇가지 끝에 닿았다. 그리고 기린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며 기린이 고개를 숙이도록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나도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작은 카메라를 들어 식사하고 있는 기린부터 찍고, 천천히 멀어지면서 샤오이까지 렌즈 속에 담았다.
그들의 투샷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문득 샤오이가 기린을 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기린은 이미 이렇게 먹이를 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호의를 보였다. 하지만 샤오이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고 내게 쏠려있었다.
나뭇잎이 기린에게 뜯기고 있었지만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선도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다 찍었어? 이 나뭇잎까지 다 먹으면 너무 높아서 나도 안 닿을 거야."
치기 어린 말이 나를 웃게 했고, 어느새 카메라는 샤오이만 클로즈업한 상태로 돌아갔다.
그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 나는 순간 동물과 사람이 친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귀한 장면을 포착하는데 흥미를 잃었다.
"좀 더 가까이 와볼래?"
"목만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목만 봐도 기린인 건 알 수 있잖아!"
샤오이가 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전에 내가 이미 먼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고, 카메라 속 그의 표정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 투명한 두 눈동자는 여전히 나만 바라보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우리가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광활한 천지나 훌륭한 경치에 초점을 맞춰봤자 서로와 비교하면 그저 배경일 뿐인 것 같다는 걸.
샤오이의 이름을 도색한 주문 제작 드론. 드론은 아주 멀리 날아서 일상의 한구석도 담을 수 있고, 세상의 끝도 실을 수 있다.
시야라는 선물_Q2. 미래의 우리에게 어떤 축복을 주고 싶은가요?
💬环球比赛 세계 일주 시합
💬彩色旋律 채색 멜로디
💬独家捏捏 독점 말랑이
💬私享电影 프라이빗한 영화
🎥<再度圆满 다시 완벽하게>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따뜻하게 몸을 감싸주는 가운데, 나는 씻고 나서 다시 푹신한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 나른하게 호텔 팸플릿을 뒤적거렸다.
눈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부대시설 중에서 블록 체험 구역으로 한번에 시선이 고정된 나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 간 샤오이에게 보내려고 했다.
"무슨 좋은 걸 발견했길래 이렇게 활짝 웃어."
사진을 보내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벌써 귓가에 울려 퍼졌다. 운동을 마치고 막 샤워를 했는지 맑고 상쾌한 기운이 순식간에 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화면을 돌려 그에게 보여주었다.
"블록 체험 구역? 블록 장난감이라면 집에 많이 있잖아. 그걸로는 부족해?"
"집에 있는 건 다 만들고 나면 보통 다시 분해하지는 않잖아, 약간 일회성 체험 같고.
그런데 이 체험 구역에는 선택할 수 있는 시리즈가 많으니까 마음껏 놀 수 있단 말이지!"
"일리가 있네. 중간에 다른 걸로 바꾸고 싶어도 고민할 필요도 없고."
"맞아맞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신나게 샤오이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체험 구역이 있는 층에 도착한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지만 순간 멍해졌다.
실내에는 미취학 어린이들로 가득해 보였는데,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난처해졌다.
설마 여기가 어린이 전용이라는 걸 내가 놓친 건가?
"우리 여기랑은 좀 안 어울리지 않나......"
"다른 아이들은 모두 담담한데. 우리가 여기 있어도 괜찮다는 뜻이겠지.
게다가 내가 놀고 싶은 거 가지고 논다는데 누가 연령 제한이 있다고 정하기라도 했어?"
이 말에 심지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도 있었다.
"누나, 누나가 못 맞춘다고 해도 우리는 비웃지 않을게요."
"비웃음당할까 봐 그런 거 아니거든......"
나는 샤오이의 손을 잡고 실내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빨리 블록을 고르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부신 진열대 앞에 서니 기분도 정말 들뜨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시중에서 인기 있는 종류 외에도 절판된 한정판까지 있었다.
나는 어렵게 결정을 내려 결국 후드를 쓰고 있는 마법사를 선택했는데, 샤오이가 들고 있는 건 검을 휘두르고 있는 멋진 무사였다.
"공교롭게도 이 둘의 부품 수가 같은데."
"잘 됐다, 그럼 우리 누가 더 빨리 맞추는지 대결해보자!"
샤오이는 도전을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비어 있는 원탁에 가서 앉았다. 그의 늘씬한 몸이 알록달록한 어린이용 의자를 비집고 앉자 너무 귀여워서 나는 눈을 구부릴 수밖에 없었다.
"샤오이 어린이, 준비하세요, 경기 시작!"
정교하고 작은 부품들이 연이어 빈틈없이 맞춰지고, 맑고 경쾌한 딸칵 소리에 더없이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빠져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맞추다가 누락된 부품이 있다는 걸 발견한 나는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되었다. 옆에 있던 샤오이도 도감을 뒤적거리며 뭔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쯧, 왜 부족하지?"
"나도 그래, 맞지 않는 게 많은데."
샤오이가 도감을 옮기자 책상 위에 '누락된 부품이 있을 경우 피드백을 제출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는 메시지가 보였다.
"꽤 친절한 호텔이네, 기록할 것도 준비해 놓고."
해결법이긴 하지만 피드백을 보낸 후 언제 보충될지는 알 수 없었다. 손에 들린 반제품을 보니 난 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럼 어떡하지?"
"누가 설명서대로만 조립해야 한다고 했어? 장난감이니까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되지.
설명서대로 안 해도 어쩌면 특별한 완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맞다, 나 어떤 사람이 꽃 부품으로 이상한 인간형 생물을 만들었던 게 생각났어!
어쩌면 반대로 조립할 수도 있겠지, 두 인간형 레고 부품으로 꽃을 만든다던가......"
손가락으로 흩어진 작은 부품들을 모은 나는 곧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무사의 본체는 파란색이고 마법사는 흰색이잖아. 봐봐, 이 조합, 붓꽃의 배색 같지 않아?"
"좀 비슷하긴 하네. 이름의 발음만 비슷한 게 아니라 색깔도 잘 어울리는데."
샤오이는 말하면서 손도 움직였다. 꽃잎 한 장이 그의 손에서 빠르게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합치기 시작했는데, 두 사람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아서 꽃잎이 계속해서 손바닥에 떨어졌다.
아까부터 우리를 몰래 훑어보던 아이들도 모여들었고, 자진해서 우리의 부품들을 찾아주는 아이들도 있어서 작은 원탁은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효율도 높아졌고, 곧 절반 이상을 맞췄다. 나는 갑자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샤오이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렇게 막 맞추다 보면 나중에 부품을 못 쓰게 되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이 상자에서 쏟아진 게 뭔지, 몇 개가 어디에 쓰였는지 내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대단하다고?"
내가 놀라서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걸 본 샤오이는 웃으며 내 얼굴을 꼬집었다.
"생활 속에서 너의 그 많은 작은 습관들도 나는 다 기억하고 있잖아?"
"이게 어떻게 같을 수 있어?
나도 너의 취미나 습관은 기억할 수 있지만 그건 생활 속에 녹아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기억하는 거라고."
뒤늦게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조금 전까지 열정적으로 부품을 찾아주던 아이들도 모두 손을 멈추고 하나 같이 눈을 깜박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나이를 초월한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문질렀다.
"형, 누나, 우리 먼저 다 맞춘 다음에 나중에 연애하면 안 돼요?"
"아?......그, 그래, 그러자."
뜨거운 기운이 얼굴 위로 번지자 나는 대충 대답하고 또 몰래 샤오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헛기침을 몇 번 하며 안 그런 척하고는 이내 부품을 조립했고, 손도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원탁 주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보니 구경하는 아이들이나 우리나 모두 이 '창의적인 꽃다발'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과 흰색의 붓꽃은 모양을 갖추고, 꽃잎을 활짝 편 채 탁자 위에 우아하게 섰다.
주변에서 아이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고, 나와 샤오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의외로 성공적이네."
"말하지 않으면 이게 원래 마법사고 무사였다고 생각도 못 할 것 같아."
나는 보면 볼수록 만족스러워서 샤오이와 함께 영원히 시들지 않는 붓꽃 한 다발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었다.
연이은 셔터 소리에 내 생각도 덩달아 펄쩍 뛰어올랐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서로의 그런 사소한 습관들은 이 부품 하나하나와는 같지 않다.
작지만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니까, 우리가 함께 만든 청사진 속에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흩어져 있는 것 같아도 언제나 새롭게 완벽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블록 꽃다발은 우리의 번쩍이는 빛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시간은 시들지 몰라도, 사랑은 영원히 찬란하게 눈부실 것이다.
시야라는 선물_Q3. 미래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鲸游旅记 고래 헤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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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家出动 온 가족 출동>
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욕실 문을 열었다. 객실에 딸린 개인 수영장은 크지는 않지만 실내가 밝아서 맑은 물결이 반짝였다.
벤치에 기대서 근육을 풀고 있는 샤오이의 모습을 보자 나는 나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살금살금 등 뒤로 가까이 다가가서 허리를 굽혔고, 그의 어깨를 콕콕 찔러보고 또 가볍게 꼬집었다.
"이 정도는 연습해야 너처럼 빨리 수영할 수 있는 거야?"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
내가 꼬집으면서 정면으로 몸을 돌리자 샤오이는 팔을 뻗어 나를 품에 안았고, 여기저기서 마구 장난치는 내 손을 막았다.
"왜, 나랑 대결해 보고 싶어?"
나는 그의 품에 갇혀 있었는데, 실수로 내 손끝이 그의 허리와 배를 스치자 나를 껴안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샤오샤오우, 넌 참 궁금한 게 많네......
네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보수를 좀 받아야겠는데."
깊은 눈매가 점점 가까워지자 나는 잽싸게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수영장으로 몸을 던졌다.
"문제없지, 내 수영 자세가 요즘 많이 좋아졌는데 마음껏 참관하는 걸로 갚는 건 어때?"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농담했고, 물장구를 치며 앞으로 헤엄쳐 갔다.
시원한 물결이 온몸을 스치고 나서야 나는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개인 수영장은 테마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곳의 테마는 바다 극장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풍선 돌고래 한 쌍이 둥둥 떠다니고 있어서 나는 손이 가는 대로 한 마리를 잡아 품에 안았다. 주변에는 많은 작은 물고기들과 불가사리 인형들이 떠다니며 함께 활발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물 밖의 프로젝터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다. 주꾸미는 곧 무대에 올라야 했지만 일반적인 옷으로는 소매가 부족해서 옷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었다.
주꾸미가 손으로 매듭을 지을 정도로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옆에서 겹겹이 파도치는 물결에도 신경 쓰지 않고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수영 자세로 갚는다고 하지 않았어? 이건 게으름 피우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고, 또 익숙한 손이 내 옆구리를 긁적이며 간지러운 부위를 건드리자 나는 웃으며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너의 코치로서 참관하고 얻은 결론은 너에게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거야."
샤오이의 동작은 나보다 훨씬 빨라서 나는 아예 돌고래 풍선 뒤로 숨었다가 또 떠다니는 인형들을 그에게 던졌지만, 그는 의연하고 민첩하게 피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앞으로 헤엄쳐 왔다.
결국 패배한 나는 그의 품속에 안기고 말았다. 샤오이는 목적을 달성한 얼굴이었고, 나는 벗어날 수 없자 씩씩대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널 못 피한 게 아니라 내가 방심한 사이에 네가 날 기습한 거잖아!
나도 할 수 있거든!"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이 떠오른 나는 고개를 들고 샤오이의 입가에 냅다 키스했다.
원래는 그가 놀란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샤오이는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뼈마디가 분명한 손이 내가 막 벗어나려고 했을 때 내 뒤통수를 감쌌고, 살짝 닿으려고만 했던 키스는 그로 인해 더 깊어졌다.
격렬한 심장박동과 가쁜 호흡은 전부 그에게 빼앗겼고, 통제에 가까운 입술과 혀 사이의 침략은 거의 물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는 마침내 내게 다시 숨쉴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었다.
키스 때문에 내 머리는 텅 비어버렸고,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너......너 내가 뭘 할지 어떻게 예상한 거야?"
"예상한 게 아니라 마침 너한테 뽀뽀하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적극적으로 부딪치더라고."
"이런 우연이 어디 있어!"
"모든 우연은 의도적이라는 말이 있잖아.
난 아까도 지금도 너한테 뽀뽀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너의 기습은 언제든지 내 마음에 쏙 들어."
샤오이의 대답은 내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만큼 직설적이었고, 부끄럽기도 하고 다급하기도 해서 나는 아예 그의 목을 꽉 깨물고 분풀이를 했다.
"이것도 기습이야, 설마 나한테 맨날 물리고 싶은 건 아니겠지?"
내 마음속은 기습이 성공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해졌고, 샤오이는 순간 놀랐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맨날 고양이 같다고 했더니 진짜 고양이라고 생각하나 보네. 기분 안 좋으니까 사람을 깨물기나 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물속에 있고 싶어 하는 고양이가 어딨어."
나는 당당하게 반박했지만 샤오이는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매가 더 부드러워졌다.
"진짜 있는데? 샤오샤오이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거든.
샤오샤오이를 목욕시킨 적은 많지 않은데 목욕할 때마다 좋아하더라고. 너도 본받고 싶은 거야?"
샤오이의 말투는 떳떳했지만, 나는 늘 그의 말 속에 뭔가 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에 잠긴 피부는 점점 뜨거워졌고, 나는 뭔가 찔려서 그가 내 표정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게 눈을 몇 번 깜박였다.
"네가 그 말 하니까......샤오샤오이랑 애들이 정말 보고 싶어졌어."
너무 부자연스러운 내 말투에 샤오이는 놀리듯 웃다가 내 입가에 뽀뽀를 하고 나서야 말을 이어갔다.
"그럼 보면 되지, 집에 있는 펫캠에 연결해 줄 테니까 애들이랑 인사하자."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왔고, 샤오이가 핸드폰을 몇 번 두드리자 프로젝터가 거실 한구석을 비추었다.
"샤오 패밀리, 집합!"
'다다다'하는 발소리가 멀리서 가까워지더니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졌다. 그때, 그 안에 핑크빛 코끝과 유난히 더 동그랗게 보이는 보송보송한 머리가 있었다.
"샤오샤오이! 여기야! 우리 보고 싶었어?"
내 목소리를 들은 샤오샤오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야옹야옹 두 번 울었고, 나머지 꼬맹이들도 전부 흥분했는지 카메라 앞으로 몰려와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배경 속에서 또 한 마리의 담담한 샤오화룡이 유쾌한 틈 사이를 엉금엉금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샤오이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북적북적한 화면을 보다 마음이 움직인 나는 가볍게 그의 손가락을 걸었다.
"우리 나중에는 반려동물 친화 호텔을 찾아서 같이 휴가 보내자."
"좋아, 이 녀석들도 나와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으면 정말 좋아할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이 꼬맹이들을 걱정하는 여주인도 더 즐거워하겠지."
물빛에 비친 샤오이의 눈동자도 물처럼 부드러웠고, 나는 부드럽게 내려온 그의 옆얼굴 선을 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답했다.
배로 즐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가 좋아하는 집의 모습을 더 비슷해지기 때문이라고.
샤오샤오리우처럼 만든 범고래 손가락 인형, 바다 위에서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는 최상위 포식자도, 사실 따뜻함이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시야라는 선물_Q4. 미래의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와 함께할 건가요?
💬人生清单 버킷 리스트
💬开箱惊喜 언박싱 서프라이즈
💬雪球叠叠 눈덩이 쌓기
💬留声舞步 레코드 스텝
🎥<勇气银行 용기 은행>
불이 환하게 켜진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눈앞에 펼쳐진 각양각색의 노점들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이곳은 호텔이 주체한 자선 바자회로, 투숙객들은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교환하거나 수공예품을 구매하여 자선 활동에 동참할 수 있었다.
공지에는 저녁 7시부터 시작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원래 텅 비어 있던 로비는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북적북적했다.
노점마다 각각의 장식이 있어서 어떤 종류의 물건을 팔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샤오이를 끌고 즐겁게 발을 들여놓았고, 여기저기 관심이 가는 진열대를 둘러보았다.
앞에 있는 진열대는 멀리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서 몸을 기울이고 살펴보았다.
"에폭시로 만든 키링이네. 봐봐, 이 작은 모자 귀엽지?"
"응, 네가 작년에 꼬맹이 녀석들한테 떠준 거랑 비슷하네."
나는 그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진열대 위에 있는 에폭시 키링을 들어 불빛에 비추자 천천히 떨어지며 반짝이는 금빛 모래 뒤로 눈이 쌓인 소나무 한 그루가 천천히 나타났다.
"이 키링에 우리 같이 찍은 사진을 넣는 건 어떨까?
집 앞에서 열쇠 찾느라 오랫동안 가방 뒤질 필요 없이 더 크고,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중요한 게 사진이 아니라 모양인 거야?"
"당연히 사진도 중요하지, 이걸로 할까?"
나는 조금 심술궂은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앨범에서 방금 일어나서 머리가 까치집이 된 샤오이의 사진을 골랐는데, 나는 그 사진 한구석에서 두 줄의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나도 있는데, 내 핸드폰 앨범에서 골라 볼래?"
샤오이가 입꼬리를 올리자, 머릿속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얼굴을 찡그리고 코알라라도 된 양 샤오이에게 매달려 있던 내 사진이 떠올라서 바로 얌전해지기로 했다.
"좀, 좀 더 볼게, 하하."
농담하는 동안 우리는 수공예품이 가득 진열된 다른 노점 앞에 멈춰섰다. 그냥 둘러보고만 있었는데 노점 주인이 우리 대화의 키워드를 눈치챈 듯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다 가능합니다, 사진만 주시면 다 가능해요!"
샤오이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노점 주인이 들고 있는 모루를 신기한 듯 훑어보았다.
"그러니까, 이것만으로도 옆에 있는 고양이랑 강아지를 다 만들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럼요, 아주 간단해요. 자, 한번 해보세요."
노점 주인은 다짜고짜 샤오이에게 모루를 한 움큼 쥐여주며 자신의 동작을 따라 하라고 했다.
핸들을 잡으면 승패를 지배하던 기다란 손가락이 좀 어색하게 모루를 잡자 노점 주인이 슬쩍 보더니 다시 나에게 한 움큼 쥐여주었다.
"초보자가 혼자 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여자친구분이 도와주셔야겠네요."
이 보송보송한 모루에는 마력이라도 있는 건지 나는 모루를 받자마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돌리며 구부리기 시작했다.
"진짜 좀 어렵네......"
"그럼 반반씩 샤오화룡을 만드는 건 어때?"
"좋아, 거북이는 모양이 단순하니까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샤오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몇 번 구부렸는데, 점점 요령을 터득한 것 같았다. 나도 열심히 만들다 보니 곧 둥근 거북이의 등껍질이 완성되었다.
"난 다 만들었어! 너는 어......어?"
샤오이가 건넨 손에는 내 손에 있는 것과 똑같은 녹색 등껍질이 있었다.
둘 다 몸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어차피 팔다리 만드는 건 어려우니까 우리 샤오화룡이 부끄러워서 숨었다고 치자!"
내가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거북이의 등껍질을 콕 찌르며 당당하게 실수에 대한 핑계를 대자 샤오이도 내 등껍질을 찔렀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 아직 샤오화룡이 부끄러워하는 걸 본 적 없고, 껍데기 안에 숨는 것도 거의 본 적 없어."
"어? 정말 그런 것 같긴 하네, 나도 본 적 없는데......어쨌든 샤오화룡이 주인을 잘 따르니까 담이 큰 거겠지."
샤오이는 거북이의 두 녹색 등껍질을 만지작거리더니 갑자기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너랑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나 자신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용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내 앞에 있는 건 샤오이고, 그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놀라웠다.
"하지만 현상금 사냥꾼이든, 레이서든, 너는 지금까지 그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치는 일들을 해왔고, 무서워한 적 없었잖아."
내가 당연한 듯 대답하자 샤오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넘어 인파가 분주히 오가는 앞쪽으로 향했지만, 그 시선이 어디에 착륙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도 당연히 무섭지."
"뭐가 무서운데?"
샤오이는 마치 지나간 순간들이 많이 떠오른 듯 잠시 멈칫했다.
"중요한 사람이 다칠까 봐, 실수할까 봐, 임무나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가장 무서운 건,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거야."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두려움'이었다. 샤오이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향했고, 나는 그 두려움의 근원을 문득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의 시선을 조용히 마주했다.
"그러니까 목숨을 걸었던 너의 행동들이 사실 무섭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고......"
"단지 그때 당시의 최선의 판단이었을 뿐이야.
그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
샤오이는 다시 미소 지었다. 마치 겁 많은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지 않았던 것처럼.
노점에 걸려 있던 풍경이 갑자기 맑고 낭랑하게 울렸다. 이따금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그의 말속에 담긴 못다 한 의미를 내게 실어다 주었다.
눈앞에 조그마한 뒷모습이 떠오른 것 같았다. 검푸른 밤을 홀로 걸으며 그 가냘픈 몸이 다 자라날 때까지 이를 악물고 스스로 물러서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곁에는 한 사람이 더 생겨났다. 웃음소리가 어둠을 갈랐고,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에도 두 사람의 발걸음은 더 경쾌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손가락으로 거북이 등껍질을 가볍게 밀어 그의 등껍질과 빈틈없이 맞닿게 했다. 마치 서로를 지켜주는 요새 같았다.
"그래도 괜찮아, 네가 전에 나에게 준 용기를 내가 잘 저축해뒀는데 이자만 해도 엄청나거든!
그러니까 네가 용기가 좀 부족할 때는 나한테서 받아 가면 돼."
나는 손을 뻗어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쨌든 용기 은행의 주요 투자자는 너니까, 내가 언제든지 협조할게!"
샤오이는 살짝 웃었고, 다시 초점을 맞춘 그의 눈동자에는 따뜻한 빛이 모여 예전과 다름없이 내 윤곽을 그려냈다.
"좋아."
두려움이 있다는 건 용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바로 단단한 껍질을 벗고 서로를 꼭 끌어안았을 때 드러나는 부드럽고도 소중한 걱정인 것이다.
두 사람의 기억으로 코르크판을 장식하는 건 기억에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패치를 덧대는 것과 같다. 남은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갈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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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하나 만들어볼까냥?
그에게 주고 싶은 축복이 있으면 넣어달라냥!
늘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모든 일이 마음 먹은 대로 되기를
어떤 속박도 두려움도 없기를
자신감을 갖고 너 자신을 드러내기를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완성했다냥! 우리 같이 알이 깨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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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하늘에 점점 짙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상을 맑고 서늘한 색조로 물들였다. 갈색의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늦가을과 초겨울의 소슬함을 더해주었다.
실내는 여전히 따뜻했고, 화려한 화면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나와 샤오이는 소파에서 담요를 두른 채 컨트롤러를 잡고 판타지 게임 속 세계를 모험했다.
내가 광계시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게임이 로딩될 때마다 언제 첫눈이 내리는지 밖을 내다봐야 했다.
눈이 아직 내리지 않았는데도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일부러 기지개를 켜며 샤오이를 쿡쿡 밀었다.
"방안이 아직 좀 추운데 히터 온도 좀 올릴까?"
샤오이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나도 벌떡 일어나서 미리 숨겨둔 선물 상자를 카펫 위에 올려놓고 촛불을 켰다.
샤오이가 몸을 돌리는 것을 보며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짝이는 촛불 속에서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생일 주인공님, 선물 받으세요!"
샤오이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가볍게 웃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 쪼그리고 앉아 어깨로 내려온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 내 귀 뒤로 넘겨주었다.
"어쩐지 아까 네 손발이 다 따뜻하던데 춥다고 하더라니.
나한테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주려고 그랬던 거구나."
그의 반응이 담담한 것을 보니 나는 살짝 맥이 빠졌다.
"그런데 너는 놀라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고, 선물에 눈길도 안 주네......"
"그럼 한마디 변명을 하자면--
누가 우리집 샤오샤오우의 눈이 촛불보다 더 반짝이고 표정도 그렇게 귀여우라고 한 건데, 내가 너밖에 볼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기회를 줘, 다시 할까?"
"응! 다시!"
샤오이는 몸을 일으키고 몇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다. 촛불이 흔들리며 따뜻한 빛 속에 갇힌 그림자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곧장 걸어오더니 몸을 숙이고 내게 키스했다.
입술의 촉감은 분명 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고 날아오른 것처럼 가볍고 부드러웠지만, 나는 그가 일어날 때까지 멍하니 굳어있었다.
"이, 이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
"나는 아주 깜짝 놀랐을 때는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거든."
샤오이는 당연하다는 듯 내 앞에 앉았고, 내 볼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져서 나는 얼른 첫 번째 선물 상자를 그의 품에 안겨주었다.
"알겠어, 선물 빨리 뜯어봐!"
샤오이는 일부러 새빨개진 내 얼굴을 응시하며 손을 느리게 움직였고, 오히려 내가 구미가 당기는 것처럼 선물을 보는 그의 표정을 살피느라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샤오이는 결국 입꼬리를 구부리며 더 이상 꾸물거리지 않고 첫 번째 선물 포장을 열었다.
상자 속에서 눈부신 푸른빛이 나타났고, 그 선은 스쳐 지나가는 먼 하늘처럼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론인가?"
이 드론의 디자인은 내가 맞춤 제작한 것으로, 겉면에 푸른 불꽃과 샤오이의 이름을 그려 넣은 세상의 단 하나뿐인 제품이다.
"앞으로 이 드론을 데리고 다니면 우리 카메라에 상대방만 있고 같이 있는 모습은 없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시야가 머리 위에 있으니까 우리도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야."
"좋아, 아무리 큰 세상이라도 우리 전부 함께 보러 가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또 두 번째 선물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상자가 열렸을 때, 나는 샤오이의 맑고 깨끗한 눈에서 청백색의 꽃 그림자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짜잔! 이건 내가 블록으로 만든 붓꽃이야.
리조트 호텔 체험 구역에서 조립한 건 가져올 수 없어서, 내가 특별히 두 박스를 새로 사서 복원했어."
샤오이는 한 손으로 꽃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 내 손을 감싸고 내 손가락을 조물거렸다.
"이렇게 열심히 조립하느라 손 아프지 않았어?"
"내가 어떻게 그렇게 나약하겠어. 이번엔 부품이 다 제대로 갖춰져 있어서 두 사람이 했을 때보다도 느리지 않았다고."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른 상자도 그에게 건네주었다.
"맞다, 너한테 한 가지 임무가 있어. 남은 부품으로 작은 벌새를 만들어서 그 옆에서 꽃향기를 맡게 해줘야 해."
"꽤 난이도가 있는걸."
"시들지 않는 꽃은 영생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시간은 많으니까 우리 천천히 해도 돼!"
내 말을 들은 샤오이의 안색도 온유해졌다. 서로 맞잡은 두 손의 맥박이 연결되면서 마치 영원토록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무수히 피어난 꽃 사이로 오직 나만을 끌어당긴 이 손은 내게 붙잡혀 영원 속 지금 이 순간에 내려앉을 것이다. 그의 눈 속의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는 손에 있던 세 번째 상자를 시원스럽게 뜯었다.
샤오이는 상자 속에서 작은 범고래 한 마리를 꺼냈고, 그 동그란 머리는 그의 코끝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작은 범고래를 받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내가 바느질한 범고래 인형인데, 그날 수영장에서 봤던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거야."
나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샤오샤오리우예요! 사나워 보여도 무리를 지어 사는 군집 동물이고, 가족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해요.
앞으로 당신은 육지에 사는 저의 가족이에요!"
샤오이는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무의식적으로 범고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샤오......샤오리우?"
"맞아요, 맞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랑 악수해요!"
내가 손가락을 모으자 작은 범고래는 샤오이의 엄지손가락을 꼭 껴안았고, 동시에 증서 하나가 그의 손 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나는 목소리를 다시 원래대로 가다듬고 그에게 펼쳐보라고 했다.
"이건 입양 증서야.
내가 네 이름으로 구조된 범고래 한 마리를 입양했거든.
기관에서 내가 이름을 지어줄 수 있다고 해서, 샤오샤오리우라고 지었어."
샤오이가 작은 범고래의 이마를 콕콕 찌르자 범고래가 깊은 바다에서 뛰어올라 구슬 같은 물보라가 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의 미간과 눈 속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 가족의 세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네."
"헤헤, 만약에 함께 일출과 파도를 쫓고 싶다면 당연히 참가자가 많을수록 좋잖아!
당연히 거대한 우리 가족이 가지고 있는 그 추억들도 잘 간직해야 하고."
나는 눈빛으로 그에게 네 번째 상자를 열어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 안에는 큰 코르크 장식판과 다양한 소품들이 있었다.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장식판을 벽에 걸었고, 그 소중한 기념품들이 착륙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예전에 함께 만들었던 수제 거북이 등껍질, 해맑게 웃고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이국에서도 그리움을 전한 우편엽서까지......순식간에 반이 꽉 채워졌다.
"이 장식판은 금방 다 채워질 것 같은데."
"다 채워지면 한 판 더 만들면 되지!
너와 함께 보낸 1분 1초는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의미가 있든 없든 난 전부 간직하고 싶으니까.
한 번만 봐도 그때의 기분을 떠올릴 수 있잖아."
"야옹야옹!"
뒤에서 갑자기 우는 소리가 들려오자 우리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내 겨울 간식 한 봉지를 다 먹어 치운 샤오샤오이답게 역시 계획대로 순조롭게 걸어오더니 냥발을 앞으로 쭉 뻗으며 나아갔다.
샤오샤오얼과 샤오샤오산은 코로 가장 화려한 그 상자를 미는 역할을 맡았고, 진작 옆에서 웅크리고 있던 샤오샤오쓰는 상자 위에 발을 얹고 살며시 열었다.
샤오이가 상자에서 알 하나를 꺼내 이리저리 뒤집어보자 알이 갑자기 열리면서 미니 버전의 샤오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또 무슨 의미야?"
"어떤 책에서 새가 알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알껍데기가 원래의 세상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누구든지 태어나려면 먼저 그 세상을 파괴해야 한대.
너한테 즐겁고, 평안하고, 순조롭길 바란다는 이런 말은 너무 많이 해서 축복으로 바꾸고 싶었어."
나는 아주 정중하게 샤오이를 바라보며, 그의 손등을 내 손으로 덮었다.
"네가 항상 모든 걸 깨부수고 너 자신을 추구하는 용기를 가지길 바라.
그리고 새로운 한 해, 한 해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바라."
나를 바라보던 아래로 드리운 속눈썹이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날아오르는 새가 날갯짓하다가 그리움을 안고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샤오이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을 스쳤고, 열 손가락이 꽉 맞물렸다.
"난, 난 이미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를 찾았다고 생각해."
그의 표정은 부드럽고도 단호했으며, 솜인형은 나를 보고 천진난만하고 귀엽게 웃고 있었다. 한쪽에 있던 꼬맹이들은 일찍이 보물을 찾은 듯, 빈 상자 속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
분명히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인데, 나는 이 순간에 조금 미련이 남아서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우리 사진 찍자, 장식판에 이 순간의 기록도 남기는 거야!"
손바닥: 껍데기에서 벗어났으니 새로운 세상의 햇살을 즐겨봐야지.
머리 꼭대기: 나를 내 머리 위에 올린 건 처음인데, 떨어뜨리면 안 되겠지?
오른쪽 어깨: 얘는 샤오샤오이고, 나는 샤오이인데 잘 구별할 수 있겠지?
왼쪽 어깨: 네가 늘 기대는 곳이지만 예외적으로 이 알에게 한번 양보해줄게.
처음에는 '알을 깬 날'의 단독 사진이었지만, 그다음에는 꼬맹이들과 단체 사진도 찍었다. 샤오이는 내내 웃으면서 내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어서 화각이나 피사체의 심도는 모두 적절했지만, 행복감이 좀 과하게 드러났나 보다.
그래서 내가 만족스럽게 마무리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나를 품속으로 끌어당기더니 내 손에 있던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가운데 셔터가 몇 번 찰칵이더니 여러 장의 커플 셀카가 탄생했다.
"좋아, 이렇게 해야 완벽하지."
그의 입에서 나온 '완벽'에 생각이 닿은 나는 마지못해 창밖을 내다보았다.
"시간만 잘 맞췄으면 지금쯤 눈이 올 줄 알았는데......"
"왜 안 되겠어, 지금 바로 눈 오는 거 보여줄게."
샤오이는 컨트롤러를 잡고, 우리가 오랫동안 정지해 둔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기다란 손가락이 버튼 위를 유연하게 날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 속의 거대한 물건이 그의 검 아래로 와르르 쓰러졌고, 격앙된 전투 음악도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음악 소리가 다시 흘러나왔을 때 엔딩 장면도 서서히 떠올랐다. 도트 캐릭터들은 나란히 걸었고, 하늘과 땅 사이로 눈이 펑펑 내렸다.
샤오이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최대한 집중한 탓에 환하게 빛나는 기색이 남아있었고, 마치 흰 눈이 반사한 하늘빛처럼 밝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한없이 눈부신 불꽃이 되었고, 또 기꺼이 모든 열기를 다해 나를 밝게 비춰주었다. 이때의 나도 빛을 쫓는 것처럼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
모든 얼굴빛의 변화를 분명하게 보고 싶었던 나는 그의 턱을 잡고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렸다.
"왜 나한테 굳이 첫눈을 보려고 했던 건지 안 물어봐?"
청록색 눈동자가 마치 싹 트기 시작한 나뭇가지처럼 흔들거렸고, 맑은 바람과 공명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첫눈이 내릴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키스해야 한다는 건 나도 당연히 알고 있으니까."
키스가 떨어졌을 때 마침 게임 속에서 아득한 기적 소리가 울렸고, 온 하늘에 가득한 눈이 음표와 함께 떨어지며 입술과 이 사이에서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서로가 참지 못하고 달콤한 설탕을 깊이 맛보고, 끝없는 시간의 바다에 녹아들며 바다에 떨어지는 모든 눈꽃이 추억이 되었다.
그의 첫 번째 울음소리, 우리의 첫 키스, 그 이후의 수천 번의 설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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