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달 내내 지옥 같은 강도 높은 야근 끝에 Pristine의 새 시즌 패션쇼 작업이 일단락됐다.
나는 혼이 나간 것처럼 문고리를 당겼고, 한 달 만에 처음으로 8시 전에 집에 들어갔다.
외투와 목도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옷걸이에 걸어놓은 뒤, 나는 기진맥진하게 침대에 쓰러졌고, 곧 따뜻한 히터 바람과 함께 솔솔 잠에 들었다.
비몽사몽한 가운데 옆에서 옷감이 스치는 듯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코끝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숨결이 밀려 들어왔다.
이마에 전해지는 따뜻한 감촉을 느낀 나는 힘겹게 눈을 떴지만 물안개에 시선이 흐려졌고, 샤오이의 얼굴마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깨웠어?"
나는 눈을 비볐다.
"돌아온 거야?"
샤오이는 이불을 젖히고 들어와 누웠고, 살짝 차가운 손가락 마디로 내 코끝을 가볍게 긁었다.
"오늘 이렇게 일찍 퇴근한 거 보니까 일은 끝난 거야?"
나는 '응'하고 중얼거렸고, 그의 두 팔의 힘을 따라 몸을 돌리자 맑고 서늘한 블랙 시더우드 향이 나를 감쌌다.
허리를 감싼 힘은 더 팽팽해졌고, 나는 그의 품에 더 꽉 안겼다.
샤오이는 약간 만족스러운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부드러운 머리카락으로 내 목을 비볐다.
"어떤 디자이너님이 요즘 계속 야근을 해서 우리 꽤 오랫동안 데이트를 못 했잖아.
네가 보상해 줘야지."
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손가락을 그의 머리카락 사이에 넣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알았어, 샤오 사장님은 어떤 보상을 원하는데?"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가볍게 어루만지자 찌릿하게 간지러웠다. 이어서 그는 귓불에 가볍게 바람을 불어넣었고, 다소 위험한 그의 속삭임과 함께 뜨겁고 촉촉한 숨결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일단 그동안 빚진 키스부터 갚는 게 좋겠어."
고개를 들어 그의 오뚝한 콧날과 날카로운 턱선을 바라보던 나는 결국 그의 입술 위로 시선이 멈췄고, 방금 전 찌릿하게 간지러웠던 느낌이 가슴속으로도 밀려온 것 같았다.
뺨에 열기가 올라 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샤오이의 뜨거운 입술이 좀 거칠게 덮쳐와서, 그동안 밤마다 자기 전에 살짝 맛보았던 가벼운 입맞춤보다 더 진한 욕망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억눌렸던 무언가가 거침없이 솟아나 우리의 뒤엉킨 입술 위로 전부 쏟아지는 것 같았다.
생각은 전율하는 호흡 사이에서 산산조각 났고, 나는 이렇게 사납고 거친 키스를 견디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받치고 벌을 주듯 그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참을 수 없는 나의 신음 소리는 순식간에 그의 키스에 삼켜졌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는 마침내 나를 놓아주었고, 거친 파도도 서서히 물러가며 부드러운 키스로 변했다.
나는 그의 품에 기대 호흡을 가다듬었고, 샤오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입을 열고 나에게 물었다.
"내일은 주말인데 뭐 하고 싶어?"
나는 웅얼대며 잠시 고민했다. 나가서 놀고 싶기도 했지만 또 온몸이 나른해서 움직이기 싫었다.
"그냥 집에 누워서 우리 배달이나 시켜 먹을까?
지난주에 새로 나온 2인용 게임 샀다고 하지 않았어? 나 일 끝나면 같이하기로 약속했잖아."
샤오이는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야근이 너무 심했던 2주 동안 내가 매일 나를 껴안고 애교 부리던 건 기억하지.
일이 끝나면 단 1초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여행 가자고 했잖아."
샤오이는 긴 팔을 쭉 뻗고 침대 협탁 위에 있는 핸드폰을 터치해 화면을 열었다.
"'광계시 주변 여행지 완벽 공략법', '저평가된 보물 마을에서 평화와 휴식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그리고......
'1초 만에 갈 수 있는 고대 도시 추천'. 여행 게시물을 나한테 이렇게 많이 보냈는데 모처럼 쉬는 날에 돌아다녀 보고 싶지 않아?"
샤오이의 제안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살짝 꿈틀거렸다.
"하긴, 나가서 노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산도 있고 물도 있고, 걸을 필요 없이 계속 누워있을 수 있는 곳이면 제일 좋을 것 같아."
내 머릿속에는 풍경이 좋은 곳에 큰 차양막을 두고, 나와 샤오이는 흔들의자에 누워 바람을 쐬며 과일을 먹는 장면이 떠올랐다.
"야근 때문에 심하게 망가져서 허약해진 이 몸은 이제 걷기 이상의 어떤 운동도 견딜 수 없거든."
"우리 옆집 할아버지는 여든 살이 넘으셨는데도 매일 날아다니시듯 조깅하시던데.
어떤 게으른 고양이는 한창 젊은 나이에 벌써 노년 생활에 접어든 거야?"
나는 히죽 웃었다.
"그것도 좋잖아, 노년 생활을 미리 익히는 셈이지."
나는 또 샤오이의 목에 머리를 파묻고 편안한 자리를 찾아 콕 박혀 있었더니, 나른해져서 움직이기 싫었다.
"우리 둘 다 여든이 됐을 때, 나는 헉헉대면서 빠르고 씩씩하게 걷는 샤오 사장님한테 물을 갖다주겠지."
머리 위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샤오이의 턱이 내 머리 위에 닿더니 가볍게 문질렀다.
"듣기엔 나쁘지 않네. 그때가 되면 나는 분명 공원 전체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할아버지가 됐을 거야."
그렇게 농담도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샤오이의 제안에 가슴이 설렜다.
"그래서 샤오 사장님은 우리 여행의 목적지에 대해서 무슨 생각이 있는 거야?"
"하나 생각해 둔 게 있지.
산도 있고 물도 있고, 계속 누워있을 수도 있고, 나가서 놀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것도 많거든."
샤오이가 고른 목적지가 있다는 말을 들은 나는 바로 흥미가 생겼다.
"어디, 어딘데, 보여줘!"
그가 내 말에 따라 앨범에 있는 사진을 터치하자 나는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화면에는 과수원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과일나무에는 싱싱하고 샛노란 귤이 등롱처럼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조금 더 먼 곳에는 하얀 백사장과 맑고 짙푸른 바다가 보였고, 하늘에는 흐릿하게 작고 검은 점들이 있었는데, 확대해서 보니 갈매기들이었다.
"경치가 정말 좋은데! 여긴 어디야?"
"광계시 남쪽에 바다랑 가까운 작은 산촌인데, 거긴 과수원이 많아서 과일도 딸 수 있어.
바닷가 풍경도 괜찮아서 우리 산책도 하고 바닷바람도 쐬러 갈 수 있고.
최근 2년 동안 그곳에서 팜스테이도 많이 해서 정말 밖에 나가기 싫으면 정원에 누워서 햇볕을 쫴도 돼."
샤오이는 한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내게 앨범에 있는 팜스테이 사진을 한 장씩 보여주면서 근처의 다른 명소와 놀거리를 설명해 주었다.
나는 샤오이의 허리를 콕 찔렀다.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 보니까 샤오 사장님이 미리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공부만 한 건 아니고, 대학 다닐 때 거기 간 적 있었거든. 그래서 그 동네의 한 가족도 알게 됐어.
며칠 전에 나한테 귤이 거의 다 익었으니까 놀러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라고.
어때, 갈래?"
대학 다닐 때? 나도 모르게 생각이 멀어져 갔다......
Seed 밴드의 고별 공연이 있었던 날 밤, 그의 친구 핸드폰에서 본 갑판 난간에 기대 바다를 바라보던 풋풋하고 날카로운 샤오이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샤오이와 다시 만난 뒤, 나는 다른 계기로 그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대학 시절의 그에 관해서는 단편적인 조각 몇 개만 모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의 내용만으로는 내가 아직 개입하지 않았던 시간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잘 알지 못했다.
대학 시절의 그는 어디 가는 것을 좋아했을까?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한가할 때는 뭘 하는 걸 좋아했을까? 나는 전부, 더, 조금 더 알고 싶었다.
생각이 난무하자 내 손가락도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를 휘저었다.
다음 순간 난동을 부리던 손이 그에게 잡혔고, 샤오이가 몸을 숙이자 그 잘생긴 얼굴이 내 눈앞에서 확대되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나랑 얘기하는 데도 한눈팔고."
나는 입꼬리를 구부리고 내친김에 그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널 생각하고 있었지, 네가 대학생 때 갔던 곳에 가보고 싶고, 네가 그때 봤던 풍경들을 보고 싶어서.
여기로 가자! 내일 출발해서 첫 번째 목적지로 네가 알고 지내는 그 가족을 만나러 가는 거야!"
내 대답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의 눈 속에 아주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기분 좋게 그의 품에서 뒹굴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챙길 물건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샤오이의 품속이 너무 편안해서 조금 더 꾸물댈 수밖에 없었다.
바쁜 일은 이미 끝났고, 내일은 여행을 떠나는 휴일이다. 창밖의 야경이 눈부시게 빛나고, 집 안에는 따뜻한 바람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누워있다.
심장은 마치 따뜻하고도 가벼운 물살에 잠긴 것 같았다. 이 말할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을, 나는 눈을 감고 이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DAY. 1
DAY. 2
DA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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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DAY. 6
DAY. 7
이벤트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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