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日筹备 생일 준비
🎥<往昔觅迹 지난날의 흔적 찾기>
따스한 노란 불빛 아래에서 샤오이는 식탁 위의 그릇과 젓가락을 치우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아직도 은은하게 음식 냄새가 남아 있었다.
내가 아직 다 먹지 못한 접시 몇 개를 집으려는 순간, 주름진 두 손이 날 가로막았다.
"아이고, 이런 건 샤오이가 하게 놔두렴."
"그게 무슨......"
"뭘 부끄러워하고 그러니, 샤오이가 모처럼 널 데려온 건데.
자자, 나랑 같이 거실에 가서 TV나 좀 보자."
샤오이는 식탁 위에 있는 접시 몇 개를 들고 나를 보며 웃었다.
"내가 하면 돼. 가서 TV 봐."
사양할 수 없어서 나는 예촨 아저씨와 소파에 앉았다.
부엌에서 이따금 물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샤오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촨은 TV를 켜고, 다시 부엌 쪽을 보고 나서야 탁자 밑에서 파일 봉투를 꺼내 내게 건넸다.
"oo, 지난번에 샤오이 어렸을 때 물건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거 전부 여기에 있단다."
난 파일 봉투를 받았고, 꽤 무게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귀찮기는 무슨, 곧 한 가족이 될 텐데 왜 이렇게 어려워하고 그러니."
예촨은 상냥하게 웃다가 잠시 후 뭔가 생각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아주 많이 있었는데 이사할 때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아서 전부 버렸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아쉽구나."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어서 벌써 아주 좋은걸요.
참, 이 일은 저랑 같이 샤오이한테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걱정하지 말렴."
난 파일 봉투를 일부러 가져온 큰 가방 속에 넣었다.
잠시 후, 샤오이는 자른 과일 몇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나 몰래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무슨 얘기할 게 있겠어......
난 예촨 아저씨랑 같이 TV 보고 있었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자자, 이 멜론 좀 먹어보렴.
내가 오늘 야채 시장에서 샀는데, 정말 달더구나."
샤오이는 의심스러운 듯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았다.
그는 자른 멜론 한 조각을 작은 포크로 집어 입 안에 넣고 씹었다.
"응, 괜찮네. 어느 가게에서 샀어?"
"들어가서 왼쪽으로 돌았을 때 세 번째 가게인데, 그 집 과일이......"
우리는 TV를 보면서 예촨과 이야기를 나눴고, 시간이 늦어서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샤오이가 현상금 길드 사람과 통화하는 사이에 나는 아까 받은 파일 봉투를 꺼냈다.
내가 예촨 아저씨한테 샤오이의 어린 시절 물건을 찾아달라고 부탁드린 이유는 당연히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샤오이의 생일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샤오이와 함께 보낸 이전의 두 번의 생일을 떠올려 보면, 첫 번째 생일은 내가 그를 데리고 광계시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했었고, 두 번째는 그가 나를 은나라로 데려갔었다.
이번 생일은 어떻게 축하해야 할지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여러가지 방안을 구상했지만 전부--엎어버렸다.
고심한 끝에 나는 샤오이의 어린 시절 추억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고, 어쩌면 그 추억 속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촨 아저씨가 뭘 찾으셨는지 모르겠네?"
파일 봉투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작문 공책 한 권과 사진 몇 장, 그리고 보석이 하나 들어 있었다.
"이상하다, 왜 보석이 있지?"
내가 그 짙푸른 보석을 집어 들었을 때 감촉은 차가웠고, 빛을 비추어 보니 그 안에는 마치 불꽃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쳐다보니 이 보석에는 뭔가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았지만, 또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됐고, 일단 다른 것부터 살펴봐야겠다."
나는 보석을 한쪽에 두고 또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는데, 이건 샤오이의 어린 시절 생일을 축하할 때 찍었던 것 같다.
사진 속 샤오이는 겨우 10살쯤 되어 보였고, 생일 축하라고 적힌 화려한 색의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눈앞에는 빨간색과 녹색 실과 건포도로 장식한 꽃빵과 형형색색의 초가 몇 개 꽂혀 있었다.
꼬마 샤오이의 모습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입가에 뚜렷하지 않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런 샤오이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고, 나는 유람선 위에서 샤오이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사진 속 꼬마 샤오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꼭 올해 너의 생일에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줄게."
未熄心火 아직 꺼지지 않은 마음속 불꽃
<01. 转动的梦想 회전하는 꿈>
< 夹在作文本里的道歉信 작문 공책에 끼워져 있는 사과 편지>
안녕, 샤오이!
너한테 사과하려고 이 편지를 써. 담임 선생님이 용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아이가 좋은 아이라고 하셨으니까.
오늘 내가 네 요요를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땅에 떨어뜨려서 요요를 깨뜨렸어. 난 이미 내 잘못을 깨달았으니까 여기에다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사실 난 계속 네가 요요를 그렇게 잘 가지고 노는 게 부러웠어. 그래서 네 요요에 무슨 특별한 게 있는 줄 알고 빌려서 갖고 놀고 싶었는데 그렇게 오래된 건 줄 모르고 떨어뜨리자마자 금이 갔어. 게다가 다음 주에 열리는 요요 대회에도 나갈 수 없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난 네가 날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이미 보상 방법도 생각해 놓았는데:
내가 최신 요요로 다시 하나 사줄 테니까 받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소에 요요 기술 좀 가르쳐줄 수 있어? 나도 너처럼 그렇게 대단해지고 싶어!
류웬
<02. 奢侈的美味 사치스러운 별미>
<叶伯伯的笔记 예촨 아저씨의 기록>
꽤 오래된 광고지 뒷면 여백에 마늘로 랍스터를 찌는 방법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아무렇게나 적어둔 것처럼 보이는 휘갈겨 쓴 글이 있었는데 적지 않게 고쳐 쓴 흔적이 있었다.
샤오이, 이번은 내가 너와 함께 보내는 두 번째 생일이자 너의 진짜 첫 번째 생일이구나. 지난번엔 내가 그런 일을 저질러서 너한테도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이 문장은 지워져 있다). 이제 나한테 거짓말하면 안 된다. 오늘은 내가 꼭 좋은 생일을 보낼 수 있게 해주마. 보렴, 이건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꽃빵 케이크란다, 마음에 드니? 이거 말고 랍스터도 있단다! 네가 지난번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랍스터는 이렇게 무섭게 생겼는데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좋아하냐고 말했었지? 내가 오늘 랍스터 마늘찜을 만들어 줄 테니까 우리도 이 무섭게 생긴 게 도대체 어떤 맛인지 좀 먹어보자꾸나. 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이 남았구나. 아들아, 생일 축하한다!
아이고, 샤오이한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
<03. 相遇的奇迹 만남의 기적>
< 少年与丢丢的回忆 소년과 주주의 추억>
주주가 오늘 또 내 슬리퍼를 물어뜯었다. 원래 슬리퍼는 이미 너덜너덜해졌는데 이제 또 "잇자국 도장"이 몇 개 더 생겼다. 난 원래 주주한테 주는 밥양이 너무 적은 줄 알았다. 어느 날 저녁에 큰 고기 뼈다귀를 다 먹고는 졸려서 눈도 뜨지 못하면서 내 발에 매달리고, 내 슬리퍼를 붙잡고 두 번 더 무는 걸 보고 나서야 이건 아마 주주가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방식이란 걸 깨달았다.
처음 주주를 주웠을 때 길거리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햄 소시지를 한 입 먹인 탓인지 꾀죄죄한 작은 검둥이는 나한테 달라붙었고,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다가 결국 나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가족들이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주주라고 불렀지만, 사실 이번에는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주야, 네가 갈 곳이 없다면 나랑 함께 지내자. 내가 한 입만 먹더라도, 널 푸대접하지는 않을 테니까.
<04. 幼时的祈愿 어린 시절의 소망>
< 萧逸的作文本 샤오이의 작문 공책>
《나의 이상》
선생님은 이상이란 네가 커서 되고 싶은 사람 같은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난 이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어른이 되었고, 돈도 벌 수 있고 스스로 나 자신을 잘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촨은 나보고 같이 야시장에 가서 노점을 차리자고 했고, 갈 때마다 나에게 10위안씩 주었다. 난 맛있는 음식을 사러 갈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돈을 모아야 하니까 예촨처럼 돈을 낭비할 수 없었다. 지난주에 그는 100위안 정도를 주고 빛이 나는 러닝화 한 켤레를 샀다. 그 신발을 신으면 분명 멋있을 거라면서 엄청 좋아하며 내게 주었지만 나는 하나도 좋지 않았다. 나한테는 차라리 고기나 많이 사주는 게 낫다. 밥을 많이 많이 먹으면 키도 더 크고 어른처럼 보일 테니까, 그러면 돈도 더 많이 벌고 혼자서도 살 수 있을 거다.
선생님 평가: 굉장히 생동감 있게 썼지만, 주제를 벗어났으니 더 분발하세요.
🎥刹那伊始 찰나의 시작
프로젝터 스크린에는 멋진 SF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주연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면서 화면 위로 자막이 천천히 굴러갔다.
"결말 정말 좋다......"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샤오이의 어깨에 기대 가볍게 하품했다.
"괜찮네, 적어도 보면서 잠들지는 않았으니까."
샤오이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스탠드를 켰고, 따스한 노란 불빛이 거실 한구석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이 틈에 핸드폰을 몰래 봤는데, 시간이 마침 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팔꿈치로 샤오이의 팔을 건드렸고, 경쾌한 말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샤오이, 배고프지 않아?"
샤오이는 나의 흥분한 표정을 보고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
"곧 잘 건데 뭘 먹게? 누가 자기 전에 먹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콧방귀를 뀌며 죄악의 손을 뻗어 샤오이의 얼굴을 잡았고, 말투를 낮추며 그를 위협했다.
"빨리 먹고 싶다고 말해!"
샤오이는 나를 보며 웃었고, 입꼬리를 올리며 큰 손 하나로 장난치고 있는 내 두 손을 딱 잡았다.
"알았어, 나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있어?"
"당연히 이렇게 나와야지."
나는 샤오이를 소파에서 끌어내 식탁 앞에 앉혔다.
"일단 눈 감고, 잠깐 기다려."
"이렇게 성대하게 한다고,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샤오이는 손등으로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고, 입가에 살짝 놀리는 듯한 미소를 드러냈다.
"어쨌든 실망하지 않을 거야!"
나는 재빨리 손바닥으로 그의 눈을 덮었고, 샤오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협조했다.
"눈 뜨면 안 돼."
나는 사뿐사뿐 부엌으로 걸어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얌전히 눈을 감고 있는 샤오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냉장고의 냉장실을 열어 미리 몰래 만들어 놓은 케이크를 꺼내 들고, 나는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샤오이 앞에 놓았다.
"됐어?"
"잠깐만, 아직 좀 남았어!"
난 시간을 흘끗 보고, 서둘러 준비한 생일 초와 라이터를 꺼냈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시간은 딱 0시가 되었다. 나는 샤오이 옆에 앉아서 볼을 받치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눈 떠도 돼."
샤오이가 눈을 뜨자, 그의 앞에는 바다 스타일의 청백색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샤오이, 생일 축하해."
🎥岁如今宵 오늘밤처럼 오래
정신을 차렸을 때 샤오이는 멍해진 내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듯 웃음 띤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너랑 같이 촛불 부는 거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더 멍하니 있으면 곧 초가 다 타버릴 거야."
그는 케이크 위의 초를 바라보았고, 파란 불꽃이 그의 눈 속에서 반짝거렸다. 나는 내가 촛불을 켜는 동안 그가 만든 작은 속임수라는 걸 알았다.
"안 돼, 촛불 불고 소원을 비는 건 생일 주인공만 할 수 있는 거야."
"꼭 그렇지는 않아, 나랑 같이 불면 소원이 이루어질 확률이 두 배로 높아지거든."
"이게 무슨 억지야......"
나는 샤오이 때문에 웃었고, 촛불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열기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의 포옹처럼 느껴졌다.
"억지든 아니든, 생일 주인공 마음대로 할 거야.
준비됐어? 소원 빌게."
내가 동의하기도 전에 샤오이는 눈을 감고 숨김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조용히 그가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았고, 문득 샤오이의 어린 시절 사진이 생각났다.
그때 그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이미 이루어졌을까?
내가 막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샤오이가 눈을 떴고, 나는 또 그에게 놀림당하지 않도록 급하게 정신 차렸다.
"소원은 빌었으니까 우리 같이 촛불 끄자!"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이 끝났을 때 나와 샤오이는 동시에 촛불을 껐다.
촛불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보며 나는 샤오이가 빈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묵묵히 기도했다.
"이제 케이크 자를 차례야!"
나는 케이크 자르는 칼을 집어 들고 건네주려는데 샤오이가 손을 같이 잡을 줄은 몰랐다.
분명 손을 정말 많이 잡았는데도, 매번 샤오이한테 손이 잡힐 때마다 난 가슴이 계속해서 두근거렸다.
"어떤 거 먹고 싶어?"
샤오이는 내 손을 잡고 케이크 위를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장식물이 비교적 적은 곳에 멈췄다.
칼로 두 번 자르자 케이크는 완벽한 각도의 삼각형이 되었다.
그런데 샤오이가 케이크 칼을 옆으로 돌려서 자른 케이크를 옮기려고 할 때 내 손가락에 실수로 케이크의 크림이 묻었다.
"에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크림을 핥다가 조롱으로 가득한 샤오이의 얼굴을 보았다.
"보아하니 어떤 먹보 고양이가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맛보고 싶었나 보네."
"아니거든!"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손을 뻗어 크림을 묻히고 샤오이의 얼굴에 바르려고 했지만 그에게 딱 잡혔다.
그는 내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고, 손끝의 크림을 가볍게 핥았다.
"응,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고, 맛이 딱 좋네."
샤오이의 말 속에는 다른 말이 있었고, 분명 크림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손끝에는 아직 촉촉한 감촉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얼굴의 열기를 무시한 채 일부러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생일 주인공한테 크림을 묻히는 것도 생일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좋아, 그럼 네 마음대로 발라."
샤오이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건 네가 말한 거야!"
나는 흥분해서 다시 크림을 묻혔지만, 막상 그의 얼굴에 묻히려고 할 때는 입가에만 살짝 발랐다.
"흥흥, 훔쳐먹은 고양이가 누구인지 볼까."
부드러운 크림이 그의 입가에 멈추자 샤오이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가 실소를 터뜨렸다.
"마음대로 바르라고 했더니 왜 배짱이 작아진 거야."
"어쨌든 내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까 네가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잖아."
샤오이는 손가락으로 입가의 크림을 닦아내고 혀를 내밀어 핥았다.
"역시 네 손에 있던 게 맛있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웃음기 머금은 눈으로 나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손을 뻗어 자른 케이크를 접시에 담아 그의 손에 밀어 넣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케이크나 먹어!"
"왜 이렇게 막무가내야? 아아아알았어, 말 안 할게."
샤오이는 어쩔 수 없는 척하며 한숨을 쉬더니 케이크를 한 스푼 떠서 내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자, 생일 주인공이 첫맛을 나눠줄게."
나는 입을 벌렸고, 크림이 혀끝에서 녹는 것이 느껴졌다.
눈앞의 샤오이를 보고, 나는 스스로 다가가 그와 함께 이 달콤함을 나눴다.
공기 중에는 케이크의 향긋한 달콤함이 풍겼지만, 케이크보다 더 만족스러운 샤오이의 검은 삼나무 향이 내 코와 마음을 가득 채웠다.
笶靥定格 웃는 얼굴의 법칙
🎥旋风光芒 회오리바람의 빛
샤오이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나서야 난 찾아다니던 선물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
샤오이는 손에 든 새파란 리본이 묶인 선물 상자를 보고 살짝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안에 뭐 있는데?"
"헤헤, 분명 네가 생각지도 못할 거일걸!"
"예촨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음모를 꾸민--"
그는 말을 반쯤 하다 일부러 멈추자 나는 약간 긴장해서 눈을 깜박거렸고,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난 정말 모르겠는데."
손바닥만 한 선물상자를 손바닥 위에 한 바퀴 돌리고는 샤오이는 좌우로 살펴보다가 제법 흥미가 생긴 듯 리본을 풀었다.
선물 상자 안에는 파란색으로 도색한 요요가 누워있었고, 금속 공은 눈부신 빛을 반사했다.
샤오이는 좀 놀란 듯 보였고, 의외라는 기색이 가득했다.
"요요?"
"맞아, 최근에 다시 만들어진 추억의 모델인데, 한번 해볼래?"
샤오이의 눈에 그리움이 스쳐 지나갔고, 샤오이는 요요 실을 감은 뒤에 고리를 손가락에 끼우고는 손을 들어 시원하게 내던졌다.
파란색 요요는 빠르게 회전하며 떨어지다가 다시 그의 손바닥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자 샤오이의 동작은 더 능숙해졌다.
"어떻게 나한테 이걸 선물할 생각을 했어?"
"네가 어렸을 때 비슷한 게 하나 있었다고 들어서 일부러 찾아봤어."
"그것까지 알게 된 거야?
확실히 어렸을 때 하나 가지고 있긴 했는데, 나중에는 재미없어서 안 갖고 놀았어."
그는 손으로 요요를 능숙하게 다루며 과거의 일을 간단하게 넘겼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들춰내지는 않았다.
사실 예촨 아저씨가 그때 샤오이는 재미가 없어진 게 아니라 요요가 누군가에 의해 망가져서 더 이상 갖고 놀지 않았다고 이미 내게 말씀해 주셨다.
"나도 어렸을 때 갖고 놀았는데, 그리고 TV에 나오는 중2병 같은 이름도 많이 배웠는데--
무슨 '풍화륜', 이니 '은월절도'니 '하늘을 나는 차' 같은 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너 기술은 좋은가 본데?"
"음......엄밀히 말하자면 '깨뜨리는' 기술은 좋아.
기술은 몇 개 배우지도 못했는데 손이 온통 푸르스름해졌거든."
나는 과장되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샤오이는 실소하며 나를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보았다.
"초보자는 다 그렇지."
"못 믿겠는데, 설마 너도 그랬어?"
"비슷했어, 아마 너보다는 조금 더 오래 버텼을걸."
"그럼 넌 어렸을 때 요요 어떻게 배웠는지 말해줄 수 있어?"
"그래, 근데 별로 할 말은 없는데."
그는 그 요요를 들어 올리고 눈앞에서 몇 번이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어렸을 때 갖고 놀던 그 요요는 이웃집 아이 거였어.
그는 갖고 놀다가 질려서 사륜자동차를 사고 싶다고 버리려고 했을 때 내가 보고 가져갔지."
나는 조금 마음이 아파서 샤오이의 손을 잡았고, 그는 달래듯 나를 보며 웃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따라 하다가 TV를 깨뜨릴 뻔했어.
나중에 공원에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같이 놀고 있는 걸 봤어.
나도 옆에서 보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배웠어."
샤오이가 손가락에 실을 걸자 요요가 가볍게 멈추고 손가락 사이를 점프했다.
"그럼 샤오 사장님이 솜씨를 한 번 보여주실 수 있나요?"
샤오이는 요요를 거두고 내 볼을 꼬집으며 흔들었다.
그런 다음 그는 일어서서 민첩하게 손을 들어 아래로 떨어뜨렸다.
등속으로 회전하던 요요는 한쪽에서 실을 타고 올라갔다가 마치 실 위에서 묘기를 부리듯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실에서 튕겨져 나왔다.
동시에 샤오이는 집게손가락으로 힘껏 요요를 아래로 밀고 두 번의 착지 동작을 하더니 마지막으로 위에서 요요를 거두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련의 동작에 눈을 똑바로 뜰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하다, 이건 뭐라고 불러?"
"롤러코스터. 서두르지 마, 더 복잡한 것도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서브, 링크, 던지기 같은 또 다른 기술을 보여줬는데.......하지만 가장 눈이 어지러워졌을 때 요요는 갑자기 속도를 잃더니 아래로 떨어졌다.
"아......!"
"그때 연습할 때도 좀 부족했는데, 지금도 부족하네."
샤오이는 요요를 잡고 천천히 실을 감았다.
"그게 딱 좋은 거지.
이제 요요가 있으니까 천천히 연습할 수 있잖아. 분명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날 그렇게 믿어?"
그의 질문을 듣고 나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리고 나도 도와줄 수 있거든, 예를 들면 이 요요에 멋진 이름을 지어주는 거라던가."
샤오이는 나 때문에 웃었고, 잠시 후 다시 요요의 매끄러운 금속 표면을 가볍게 문질렀다.
"예전에 공원에서 사람들하고 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멋진 기술을 익히고 나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보여줄 거라고 했거든.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비웃었어. 요요 가지고 노는 건 그냥 내가 재밌으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샤오이의 눈빛은 나를 주시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알 것 같아.
연습이 끝나면 제일 먼저 너에게 보여줄게."
黎明重奏 여명의 중주
<01. 转动的梦想 회전하는 꿈>
회오리바람의 빛
다시 한번 손목을 흔들고 요요를 던지자, 몇 년 전 방과 후에 놀던 시간이 다시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깨어나고 즐거웠던 부분이 커지면서 그녀의 웃음소리와 겹쳤다.
매일 저녁 6시에 종이와 펜을 안고 TV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요요를 던져 예촨의 물컵을 깨뜨렸고, 머리를 파묻고 손가락에 얽힌 실을 풀었다. 몇 번이고 반복된 연습에 부딪혀 팔은 멍투성이가 되었고……요요가 땅바닥에서 산산조각이 났을 때 그 장면은 갑자기 멈췄다.
손바닥 안에서 요요를 민첩하고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지만, 그때처럼 나를 흥분시키지 못했다. 대회를 놓쳤던 아쉬움조차도 지금은 이미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요요의 회전과 요요를 던지고 거두는 모습이 갑자기 그녀의 눈을 밝게 빛내는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성취감이 과거의 그 아이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人生至味 인생 진미
겨울의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식재료가 가득 담긴 장바구니 위에 쏟아지면서 집만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방금 마트에서 계속 숨기더니, 계산할 때도 나보고 먼저 주차장에 가 있으라고 하고.
이제 셰프님이 뭘 준비하셨는지 언제든지 봐도 되겠지?"
원래는 요리를 다 한 뒤의 수수께끼의 답을 밝히려고 했지만, 샤오이가 이렇게 말하니까 좀 쑥스러웠다.
"음......네가 정말 보고 싶다면 안되는 건 아니야!"
나는 장바구니를 들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그가 평소에 즐겨 먹는 집반찬 재료들이 있었고, 그 외에도 랍스터가 하나 있었다.
샤오이는 흥미로운 듯 랍스터를 쿡쿡 찔렀다.
"이렇게 성대하다고?"
"네 생일인데 당연히 성대해야지!"
나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샤오이의 어깨를 밀며 그를 떼어내려고 했다.
"생일 주인공님, 밥 먹을 때 다시 부를 테니까 일단 거실에 가서 좀 쉬고 계세요!"
하지만 샤오이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돌아서서 내 손을 잡았다.
"방금 충분히 쉬었으니까 도와줄게."
"어떻게 그래! 넌 오늘의 주인공인데 일을 시키면 안 되지."
나는 떳떳하게 그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는 여유 있게 나를 바라보았다.
"생일 주인공이 제일 왕이라면서, 생일 주인공이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되는 거야?"
이 이유에는 나도 반박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알겠어, 그럼 먼저 나랑 같이 채소부터 씻자!"
샤오이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잽싸게 내가 사 온 식재료를 씻었다.
모든 채소를 다 씻은 뒤에 나는 다시 샤오이에게 채소를 썰어 달라고 부탁했고, 난 고기를 재울 양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너무 크게 썰면 안 돼, 그러면 맛이 잘 안 들어."
"네, 셰프 아가씨."
샤오이가 채소를 썰고 있는 모습이 나보다 훨씬 깔끔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국식 식칼은 그의 손에서 가볍게 들어 올려졌고, 도마 위에서 탁탁거리며 채소가 썰리는 소리와 내가 냄비에 기름을 끓이는 지글지글한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경쾌한 부엌 교향곡이 되었다.
"넌 오늘 신 게 먹고 싶어, 아니면 매운 거 먹고 싶어?"
나는 식초를 들고 샤오이에게 물었고, 그는 냄비 안에 있는 음식을 보더니 재빨리 결정을 내렸다.
"이 요리는 식욕을 돋우기에는 신맛이 좋을 것 같아."
"역시 훌륭한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로 똑같지!"
나는 식재료와 적당량의 식초를 냄비에 부었고, 몇 번 뒤집으며 볶자 신선한 향이 확 풍겼다.
우리가 협력한 지 한 시간도 안 돼서 몇 가지 요리들이 잇달아 완성됐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갈비탕을 오랫동안 끓이고 있었고, 싱크대에 랍스터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랍스터는 어떻게 할 거야?"
"글쎄......"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샤오이의 손에 든 칼을 받아 옆에 내려놓았다.
"오늘 생일 주인공은 이미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
샤오이는 완성된 요리들을 힐끗 훑어보고는 반박하지 않고 내가 힘을 주는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다만 부엌 입구에 도착했을 때 샤오이는 다시 돌아섰다.
"왜 그래?"
내가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자 그는 문틀을 받치고 허리를 굽혀 가까이 다가왔고, 따뜻한 숨결이 내 이마를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키스해 줘, 애피타이저로."
"......!"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놀리고 있는 그의 눈빛 속에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왼쪽 입가에 키스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난 다시 그의 오른쪽 입가에 키스하고 나서 손을 떼고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생일 대증정이야, 하나 샀으니까 하나는 무료."
샤오이는 실소했고, 몸을 굽혀 내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고 나서야 옆에 있는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얼굴의 온도를 낮추려고 부채질을 했지만 입가의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잠시 후에야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 랍스터를 향해 칼을 갈았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파랑 생강을 볶아서 향을 내고, 통새우를 넣고......
나는 잘게 썬 랍스터 몇 조각을 삶은 면 위에 올려놓고 만족스럽게 손뼉을 쳤다.
"마지막 대성공!"
나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홍샤오 랍스터면을 샤오이 앞에 놓았다.
쫄깃한 면발에 맛있는 국물이 어우러지고, 그 위에 붉고 반질반질한 홍샤오 랍스터 몇 조각이 올라가 있어 보기만 해도 먹고 싶어진다.
희귀한 홍샤오 랍스터를 바라보며 샤오이는 알겠다는 듯 웃었다.
"홍샤오 랍스터? 이런 요리법은 흔하지 않은데."
"헤헤, 어떤 어린이가 홍샤오 랍스터를 아주 좋아한다고 들어서 특별히 만들었어!"
내가 이 얘기를 꺼내는 걸 들은 샤오이는 가볍게 기침했고, 얼굴빛이 살짝 붉어졌다.
"어렸을 땐 철이 없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법이 홍샤오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때 예촨이 보양식 해주려고 랍스터를 사 왔다고 했을 때 내가 보였던 첫 반응이 바로 홍샤오로 요리해달라는 거였어."
여기까지 말하자 샤오이는 뭔가 생각났는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결국 그 랍스터는 짰고, 너무 오래 익혀서 원래 맛은 거의 느낄 수 없었어."
"이번에 내가 만든 건 분명 맛있을 거야, 빨리 먹어 봐!"
나는 젓가락을 샤오이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랍스터 집게에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 몇 번 씹었다.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했고, 샤오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맛이야."
그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보고 요 며칠 동안 메뉴를 고민했던 노력이 결국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나는 진심으로 웃었다.
어렸을 때 일을 생각했는지 샤오이는 젓가락을 들고 가볍게 웃었다.
"한동안,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 냄비 안의 냄새를 맡으면서 진수성찬의 맛을 상상하곤 했어.
그때의 나는 분명 10년쯤 뒤에 누군가가 날 위해 이렇게 맛있는 홍샤오 랍스터면 한 그릇을 만들어 주려고 애쓸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거야."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는 부드러운 빛이 가득 차 있었다.
따스한 노란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며, 여름날 오후의 햇살처럼 내 마음을 녹였다.
<02. 奢侈的美味 사치스러운 별미>
인생 진미
예전에 예촨이 색도, 향도, 맛도 부족한 삶은 요리를 했을 때, 우리 둘은 참지 못하고 손을 잡고 거리의 그 식당에서 나는 향기를 맡았다.
주방장의 홍샤오 요리 솜씨는 정말 좋았다. 냄비를 흔들며 큰 수저로 힘차게 춤을 췄고,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 때 냄비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침을 삼켰다.
홍샤오는 우리가 먹고 입을 것이 부족했을 때 더욱 아름다운 환상을 담은 것과도 같았다. 난, 여러 번 그 냄비에 담긴 음식이 맛이 어떨지 상상했었다. 예촨이 만든 홍샤오러우는 짜고 또 너무 익었지만 내 마음속의 그 자리를 완전히 흔들 수는 없었다.
나중에 우리가 더 이상 먹고 마실 것이 부족하지 않게 되자 나는 이 일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그 어린 시절의 상상의 맛이 마치 그녀의 손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어 그 조그마한 소원을 이루어 준 것 같다.
🎥失而复得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길가의 짙은 녹색 가로수를 비추고, 차가 계속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야 속에 푸른 빛이 점점 더 많아졌다.
나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종종걸음으로 샤오이 옆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공원으로 들어갔다.
오늘 햇빛이 특히나 좋았다. 맑은 하늘 아래 잔디와 나무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빛깔로 물들었고, 화단 속 팬지와 알리숨은 겨울날에도 여전히 북적북적 활짝 피어있었다.
우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햇빛 아래에서 한가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나는 샤오이를 끌고 함께 넓은 잔디밭에 도착했는데, 기복 있는 잔디밭은 저 멀리까지 뻗어 있었고 완만한 비탈 아래 색색의 텐트들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 여기서 뭐 할 건데?"
"맞혀볼래?"
샤오이는 눈을 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텅 빈 내 손 위로 떨어졌다.
"네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우린 분명 캠핑하러 온 건 아닐 거고."
말하면서 그의 시선은 다시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향했다.
"샤오샤오얼이랑 녀석들을 데려온 것도 아니니까 강아지를 산책하러 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잘못 짚었는데."
나는 신비롭게 웃으며 샤오이의 손을 잡고 잔디밭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포동포동한 말라뮤트가 누워있었는데, 그의 덥수룩한 흑백의 털은 마치 풀밭 위에 떠 있는 구름처럼 보였다.
나는 다가가서 크고 통통한 개 옆에 서 있는 중년 아저씨에게 인사했다.
"송 아저씨, 안녕하세요. 전에 아저씨랑 린 아주머니를 찾아뵈었던 oo입니다."
"하하, 그래, 안녕."
송 아저씨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가 내 옆에 있는 샤오이를 보고 저도 모르게 한참을 훑어보았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큰 청년이 되었구나."
샤오이도 그를 알아본 듯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때 늘 폐를 끼쳤어요."
샤오이의 시선이 잔디밭의 통통한 개를 쓸어내렸고, 송 아저씨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벌써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는데 아직도 어떻게 이 일을 따지겠니?
이번에 이 아가씨가 우리를 찾아와서 너와 주주를 다시 만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송 아저씨는 손에 들고 있던 간식 주머니를 샤오이에게 건넨 다음 크고 통통한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몇 가지 당부했다.
"마침 내가 일이 좀 있으니까 주주 좀 잠깐 돌봐주렴."
"......고맙습니다."
송 아저씨는 나와 샤오이를 남겨두고 뒷짐을 지고 싱글벙글 웃으며 멀리 걸어가셨다.
"와, 정말 예쁘네!"
나는 일부러 큰소리로 감탄하며 샤오이를 통통한 개 앞으로 끌고 가서 허리를 굽히고 인사했다.
"안녕, 주주야."
나른해하던 말라뮤트는 고개를 들었고, 샤오이를 알아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향해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빙글빙글 돌았다.
"와, 아직도 너를 기억하나 봐!"
나는 신나게 샤오이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손에 든 간식 주머니를 흔들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그냥 간식을 먹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
"아닐걸, 난 보이는데. 틀림없이 널 기억하고 있어!"
크고 통통한 개는 동그란 머리를 들고, 눈도 동그랗게 뜨고 샤오이를 주시했다. 한참 뒤에 샤오이는 마침내 손을 들고 머리를 힘껏 문질렀다.
"주주."
"멍!"
그 이름을 외치자, 팽팽했던 샤오이의 턱도 많이 풀렸고,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주주는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샤오샤오얼이랑 샤오화룡보다 훨씬 평범하게 들리는데."
"그래? 난 그 녀석들 이름 마음에 드는데.
성이 모두 샤오니까 한 가족처럼 보이잖아."
샤오이가 간식 주머니에서 말린 닭고기 한 조각을 꺼내자 주주의 눈도 쉴 새 없이 그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앉아."
주주는 얌전히 앉았고, 군침을 흘리며 샤오이의 손에 있는 말린 닭고기를 주시했다.
"악수."
그가 손바닥을 내밀자 샤오이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커다란 발을 들어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주주 엄청 똑똑하다!"
"예전에도 그랬어. 먹는 것에 관해서는 제일 똑똑하다니까."
샤오이는 웃으며 말린 닭고기를 던졌고, 주주는 맛있게 간식을 먹고 나서 우리를 바라보며 재촉하듯 두 번 짖었다.
"더 놀고 싶어?"
"왈왈!"
샤오이가 옆에 있던 프리스비를 주워 던지자 주주는 돌풍처럼 속력을 내서 달려오다가 펄쩍 뛰어 공중에 뜬 프리스비를 꽉 물었다.
"정말 대단해!"
내 박수 소리에 주주는 프리스비를 입에 물고 다다다 달려왔고, 덥수룩한 털이 파도치듯 흔들리는 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즐겁다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간식 주머니는 곧 바닥났고, 주주도 놀다 지쳐 바닥에 엎드려 큰 머리는 샤오이의 다리 옆에 두었다.
나와 샤오이는 잔디밭 위에 앉았다. 머리 위의 하늘은 짙푸르렀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 속에는 햇살의 포근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내가 듣기로는 주주는 네가 주워 왔다고 하던데."
"응, 그때 주주는 겨우 이만했어."
샤오이는 손을 뻗어 손짓했다.
"정말 귀여웠겠다!"
"정말 귀여웠지만 말썽도 잘 피웠지.
집 안에 있는 물건은 전부 냄새를 맡고 핥았거든.
한 번은 주주가 예촨이 새로 산 가죽 구두를 물어뜯어서 구멍을 두 개나 냈는데, 예촨이 화가 나서 거의 죽을 지경이었던 게 기억 나. "
지금 와서도 샤오이가 주주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예촨 아저씨가 주주를 보냈을 때 넌 정말 화가 많이 났겠네."
"화도 많이 났지만 그것보다도 스스로 주주를 잘 돌볼 능력이 없다는 자책감이 더 컸어."
마치 그의 씁쓸함을 느낀 듯, 주주는 몸을 돌려 샤오이의 손을 핥았다.
"하지만 예촨을 탓할 수는 없잖아. 그때 우리는 주주를 키우기는커녕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데도 쉽지 않았으니까.
지금 생각해 봐도 주주를 보내는 게 가장 최선이었던 것 같아."
샤오이가 손으로 주주의 머리를 만지자 주주는 편안하게 눈을 가늘게 떴고,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
"어쨌든 너도 그땐 너무 어렸고, 주주도 많은 보살핌이 필요했잖아."
"응, 송 아저씨가 잘 보살펴 주셨으니까 이렇게 한 번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샤오이가 한숨 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샤오이에게 선물한 그 인형을 가방에서 꺼냈다.
이건 내가 송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주주를 빗질해서 생긴 털로 주주의 어렸을 때 모습대로 만든 인형이었고, 동글동글한 머리는 정말 천진난만해 보였다.
"봐봐, 내가 이 인형도 가져왔어!
아, 근데 나도 처음 만들어봐서 좀 투박한 것 같아."
나는 인형을 샤오이의 손에 건네주었고, 그는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주주 어렸을 때랑 정말 비슷해."
샤오이가 내 손을 잡고 바라보는 내 눈동자 속에도 따스한 햇살이 담긴 것 같았다.
"비록 내가 주주를 계속 데리고 있지는 못했지만, 지금 나에게도 샤오샤오이랑 녀석들이 있고, 그리고 샤오샤오우도 있잖아."
귓가에 떨어진 목소리에는 아주 가벼운 미소가 담겨 있었고, 따뜻하고 건조한 손바닥은 내 손등을 꼭 감싸주었다.
그가 인형을 주주 옆에 두었다. 크고 작은 말라뮤트 두 마리의 시간의 흐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03. 相遇的奇迹 만남의 기적>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강아지 한 마리의 수명은 십여 년밖에 되지 않는데, 주주의 삶 속에서 나는 주주의 처음의 아주 짧은 순간만을 함께 보냈을 뿐이었다.
그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에게 이 짧은 순간은 그 잿빛 나날 속에서 몇 안 되는 아주 따스한 색채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분노와 슬픔은, 마치 그 기억은 전부 구름과 안개로 막아둔 것처럼 이미 시간 속에서 희미해졌고,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리움과 아쉬움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주워주었다.
나는 주주가 여전히 날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주는 정말 설산처럼 통통했고, 예전처럼 식탐도 많고 노는 걸 좋아했다. 어쩌면 그 짧은 순간이 주주에게 있어서는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단지 주주가 내가 가장 무력했을 때 나타났던 것뿐이었다.
주주와 헤어질 때, 주주는 즐겁게 주인 발치를 따라 멀리 뛰어갔고, 마음속 아쉬움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비록 난 주주를 잃었지만, 주주는 자신만의 집을 찾아 행복하게 살았다. 나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손만 뻗으면 바로 그녀를 잡을 수 있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니지 않아도 우리의 먼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如愿以偿 소원 성취
황혼이 가까워지자 도시 하늘의 구름은 한 폭의 고전적인 유화처럼 물들었고, 가장 가까운 곳의 짙은 자줏빛이 먼 곳의 금빛으로 변해가는 게 너무 몽환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주황빛의 해질녘이 모든 향수의 온정을 불러왔고, 오락실 안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네온 불빛이 거리를 비추었다. 나와 샤오이는 함께 오락실로 걸어 들어갔다.
"우리 처음 다시 만났을 때, 같이 여기 와서 게임했던 거 기억해?"
종업원의 손에서 교환한 게임 코인을 받아 들고, 나는 돌아서서 샤오이를 바라보았다.
그도 분명 그때의 일을 떠올린 듯, 눈속에 웃음기가 스쳤다.
"당연하지. 만약 네가 잊었다면 우리 오늘 다시 재현할 수 있어."
그때 샤오이는 그 고난도 격투 게임을 단 한 개의 코인으로 클리어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어른들과 아이들도 모두 넋을 잃고 우리 주위를 촘촘하게 둘러쌌다.
"난 너 게임 실력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어."
"다 어렸을 때 연습했던 거야."
샤오이는 내 손에 게임 코인이 들어있는 작은 바구니를 받아들고 그 위에 새겨진 무늬를 힐끗 보았다.
"그땐 돈이 없어서 한참을 모아야 코인 몇 개로 겨우 놀 수 있었거든. 그래서 코인 하나하나가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해야 했지. "
"알겠다, 그래서 넌 몰래 꾸준히 기술을 연마해서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한 거구나!"
내가 일부러 진지함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샤오이는 내 손을 잡고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만 보고 한참 연습해서 겨우 목숨 하나로 깰 수 있었어."
"괜찮아, 지금 우리 게임 코인은 충분하니까!"
내가 샤오이의 손에 있는 작은 바구니를 잡고 흔들자, 안에서 게임 코인이 찰랑찰랑 소리 냈다.
"놀고 싶은 대로 놀고, 하고 싶은 만큼 놀자!"
신나는 음악 소리와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환호 속에서 우리는 돌아갈 생각도 잊고 줄지어 늘어선 게임기 사이를 누비며 즐겁게 놀았다.
"이제 이거 해볼까?"
나는 복싱 기계 앞에 멈춰 섰고, 위의 기록을 보니 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샤오이의 팔을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코치님 저 복싱 배우고 싶어요!"
"태도는 좋지만, 코치는 먼저 기초 실력을 확인해야 하거든."
샤오이는 게임 코인을 넣고 복싱 글러브를 가지고 와서 내게 끼워주었다.
나는 두 발을 벌리고 복싱 기계 앞에 섰고, 앞뒤로 손을 들어 주먹을 든 자세를 취했다. 샤오이는 뒤에 서서 내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힘주기 쉽게 팔은 너무 꽉 조이지 말고, 주먹을 날릴 때 호흡의 박자를 조절해."
그 내 팔을 두드리며 긴장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른발로 땅을 디디고, 허리를 돌릴 때 힘을 주면서 세게 주먹을 날리는 거야--"
퍽 --강력한 펀치 이후에 화면 위의 숫자가 빠르게 바뀌더니 결국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점수에 멈췄다.
"괜찮은 것 같은데?"
"응, 한 번 더 해볼래?"
"아니야, 이게 내 가장 좋은 점수일 거야."
나는 조금 세게 힘을 줬던 팔을 흔들며 기대에 찬 시선을 샤오이에게 보냈다.
"너도 전에 해본 적 있지? 몇 점 정도 나와?"
샤오이는 고개를 저었고, 이 복싱 기계에는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몇 초밖에 할 수 없는 기계에다가 게임 코인을 낭비하진 않았어.
게다가 그때 난 그렇게 힘이 세지도 않았고."
"하지만 지금 넌 완전히 다르잖아."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내 눈앞에 가져왔다.
샤오이의 손가락은 길고 가늘었고, 뼈마디도 뚜렷했으며, 손바닥 곳곳에 굳은살이 있어 보기만 해도 정말 강해 보였다.
"봐봐, 지금 넌 정말 대단해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보호해 줄 수 있잖아.
나도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널 보호해 줄 수 있을 거야!"
나는 팔을 들어 보디빌더 자세를 취하며 허세를 부렸고, 살짝 솟아오른 이두박근을 보여주었다.
"좋아, 하지만 아직 더 연습해야겠는데."
샤오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손가락을 내밀어 팽팽한 내 근육을 찔렀고, 나는 그의 팔뚝의 곡선을 보고 좀 부끄러워져서 손을 내렸다.
"적어도 복싱 기계 점수는 나랑 같아야 하니까."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흥미가 생겼고, 복싱 글러브를 벗어 샤오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너도 처음 하는 거니까 나보다 점수가 낮을지도 몰라."
"허, 자신만만한데. 그럼 내가 아주 제대로 보여줄게."
샤오이는 복싱 글러브를 끼고 손목을 움직이더니,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복싱 자세를 취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가 심호흡을 하고, 오른발에 힘을 실은 뒤 오른팔과 어깨를 동시에 앞으로 날리는 걸 보았다--
큰 소리가 나더니 복싱 기계 전체가 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펀치는 유난히 아름다웠고, 화면 위의 점수도 빠르게 올라갔다.
나는 계속해서 점프하는 숫자를 주시했고, 숫자는 네자릿수에서 멈추고 두 번 깜박이더니 원래 최고 점수를 갱신했다.
"정말 대단하다! 바로 기록을 깼어!"
나는 복싱 기계의 스피커를 따라 같이 환호성을 질렀고, 샤오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샤오이는 내 허리를 감싸 안았고,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도 약간의 희열이 보였다.
"원래 복싱이랑은 느낌이 좀 다르네."
"인생은 시도와 돌파에 달린 거잖아."
나는 샤오이를 도와 복싱 글러브를 벗겨주었고, 옛날 사진보다 더 의연해진 눈매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 어린 남자아이도, 이제는 혼자서도 자기 몫을 해내는 어른으로 성장했네."
내 감탄에도 그는 얼굴빛을 바꾸지 않고, 그저 운동으로 살짝 뜨거워진 손바닥이 내 오른손을 찾아 잡았다.
"어렸을 땐 늘 빨리 자라길 바랐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까 또 생각이 바뀌었어."
"어떻게 바뀌었는데?"
나는 그와 맞닿은 손을 흔들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시간이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내 곁의 소중한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떠들썩한 환호성 속에서 우리는 깍지를 끼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시곗바늘은 영원히 앞으로 향하겠지만, 이 순간은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밝게 빛나고 있다.
<04. 幼时的祈愿 어린 시절의 소망>
소원 성취
다시 한번 오락실에 왔는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 오락실은 모든 아이들에게 금기의 성지였다. 그곳의 게임과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즐거움과 유행, 그리고 반역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 갔다 오면 반에서 보름 동안 화제가 될 수 있었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마치 기괴하고 다채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곳은 눈부시고 멋있었다. 나는 코인 하나로 오랫동안 생각해 봐야 했고, 게임 안의 사람들은 게임 밖의 나처럼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코인 하나로 게임을 클리어할 때까지만 해도 인생도 이렇게 단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나에게 게임은 일종의 갈망, 성장에 대한 갈망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난 더 이상 게임과 인생을 연결짓지 않지만, 다만, 그녀의 환호성 속에서 익숙한 전광판들이 또 다른 색채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영화 속에서 말했듯이, 난 다 자란 뒤의 가장 좋은 시간에 그녀를 만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만나서, 가장 좋은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네가 몰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 모습은 난 일찍 알아차렸어.
그 서프라이즈를 기다리고, 서프라이즈를 열어보고, 다시 너와 함께 그 서프라이즈를 되새기는 게 그날보다 훨씬 더 기대됐어.
말을 다 하고 나면 지나가겠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지나가지 않게 뭔가 더 하고 싶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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