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최근 샤오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그는 늘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샤오이는 늘 활력이 넘치는 편이었는데도 최근 수면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었고, 아무리 많이 자도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네 말은,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된 게 꿈 때문이라는 거야?"
"응, 요즘 꿈을 정말 많이 꾸는데도 일어나면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이 안 나.
기억만 안 나는 거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문제는 일어난 뒤에도 잠이 너무 잘 온다는 거야."
"사람들은 대부분 자고 일어나면 꿈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잖아.
요즘 네가 낮에 생각을 너무 활발하게 해서 자기 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요즘 생각도 예전이랑 별반 다르진 않은데.
가장 이상한 건 현실의 내 기억력도 나빠진 것 같다는 거야.
어제 희미하게 내가 뭔가 잊은 것 같다고 느끼긴 했는데, 우리 같이 새 침구 사러 가기로 약속한 것도 네가 알려주고 나서야 생각났거든.
오늘도 그랬어. 만나고 나서야 뭔가 빠진 것 같았는데.
방금 생각났어. 너한테 선물로 주려고 했던 시범 경기 기념 인형을 깜빡하고 안 가져왔어."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생각났어.
너 그저께도, 엊그저께도 잊어버린 일 있었는데 매번 내가 알려주고 나서야 깨달았잖아."
"한두 번이면 몰라도, 이렇게 오랫동안 그러는 거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괜찮아,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면 반드시 이전의 그 활기찬 샤느님으로 되돌릴 수 있을 거야!"
내가 주먹을 쥐며 결의를 다지자 샤오이는 실소를 터뜨렸고,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잘 부탁드립니다'하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수면 환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서 침실부터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침실은 넓고 밝았으며,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내가 전에 왔을 때랑 별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작은 장식품이 하나 더 생긴 거 말고는......"
샤오이의 침대 머리맡에 작고 정교한 무화등(无火灯)이 있었는데, 투명한 등갓이 청자색 심지를 감싸고 있어 얼핏 보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한번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이거 우리가 지난번에 해변으로 휴가 갔을 때 섬의 작은 마을에서 샀던 등 아니야?"
"아, 생각났어!
그때 사장님이 이런 등은 불을 켜지 않아도 밝아진다고 소개하셨는데, 그 안에 그 부족만의 꿈고래풀 씨앗도 들어있다고 하셨어."
"이 등, 매일 밤 푸른 빛으로 밝아지던데. 향도 꽤 편안해서 내가 침대 머리맡에 뒀어."
"아무래도 좀 수상해 보이는데......그런데 이렇게 작은 등 하나가 정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을까?"
더 이상 의심할 만한 다른 대상이 없어서 난 의심을 잔뜩 품은 채 가까이 다가가서 등의 냄새를 맡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밤에만 효과가 있었어. 낮에는 그냥 평범한 씨앗일 뿐이고."
밤, 낮......난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내가 요즘 낮에 자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등이 나한테 영향을 줄 기회가 없었단 말이지......
아니면 오늘밤 우리 같이 잘래? 만약 나한테도 영향을 준다면 그건 확실히 이 등의 문제라는 걸 증명하는 거잖아!"
"좋아, 네가 적극적으로 이런 요구를 할 줄은 몰랐지만."
난 어리둥절해졌다가 내 말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지만, 샤오이는 만족한 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즘 너 날마다 밤새서 야근하느라 거의 회사에서만 생활했잖아. 네가 야근을 끝내고 돌아오면 나는 또 나가서 합숙 훈련하고.
요즘 우리 회전문에 들어선 것처럼 통 만나질 못했는데, 오늘 밤에 드디어 같이 쉴 수 있겠네."
행복한 기분은 잠시뿐이었는지 무의식적으로 그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런데 정말 이런 문제가 있다면, 너한테도 영향을 끼쳐서 네 기억력도 따라서 나빠지는 거 아니야?"
"그럼.....우리를 행복한 두 마리의 금붕어라고 생각하자, 7초의 행복을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좋잖아!
이렇게 하면 우리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계속 돌고 돌 수 있을 거야."
나는 샤오이의 몸에 걸터앉았고, 고개를 들고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곁에만 있다면, 정말 어떤 부작용이 있더라도 난 두렵지 않았다.
샤오이는 손을 뻗어 내 팔을 들고 자기 허리에 고정했고, 고개를 숙여 한없이 부드러움이 넘쳐나도록 내 입가에 키스했다.
"응, 그것도 좋네."
어느새 창밖에 황혼이 번지기 시작했고, 조각달의 가장자리가 희미하게 밤하늘에 박혀 있었다.
협탁 위의 무화등은 무슨 타이머라도 설정되어 있는 듯 점점 밝게 빛을 냈고, 샤오이가 갑자기 크게 하품했다.
"졸려? 그럼 우리 이제 쉬자."
"왜 이렇게 급해, 그럼 잘까."
샤오이는 내 허리를 안고 가볍게 나를 침대 위에 눕혔고, 일어나서 커튼을 당겨 달빛을 창밖에 가두었다.
준비는 다 됐는데도 난 처음으로 자는 것에 대해 긴장감이 느껴졌다. 뭔가 알아차린 듯 샤오이는 몸을 기울여 내게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다. 마음은 다시 평온해졌고, 나는 두 눈을 감았다.
<깊은 꿈을 회유하며>
-설령 카누 한 척만 있더라도, 나는 너를 데리고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먼바다를 건너갈 수 있어.
-지금까지도 모래사장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너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어.
-너와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탐험하는 건 내 꿈속 장면일 뿐만 아니라 너와 약속했던 일이기도 해.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은 온통 새파란 색으로 뒤덮인 하늘과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나는 낯선 섬에 있었다. 이곳은 햇빛이 화창하게 빛나고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종아리가 살짝 간지러웠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간지러움이 점점 심해졌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내 손바닥 크기의 한 무리의 소인(小人)들이 나를 둘러싸고 깡충깡충 뛰며 막대 치실만한 화살로 내 다리에 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던 그들은 모두 강적을 맞닥뜨린 표정이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나는 이제야 방금 그 이상한 느낌이 어디에서 왔는지 깨달았다. 이곳은 모든 것이 작아져 있었고, 건물, 동물, 주민들도 전부 완전히 책 속의 소인국처럼 미니 버전이었다.
미니 주민들은 내가 멍해져 있는 동안 결정을 내린 듯 긴 무명실로--아니 밧줄로 나를 묶고 광장으로 보내 처분을 기다렸다.
나는 순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고, 게다가 이 소인들을 다치게 할까 봐 할 수 없이 순순히 묶인 뒤에 다시 조심스럽게 지상의 건물을 피해 그들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얌전히 소인들에 의해 미니 버전 광장으로 이동한 뒤 안심할 수 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샤오이가 이미 그곳에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줄줄이 앉아있으니 거의 광장 전체가 꽉 찼다.
"지금 무슨 상황이야? 이거......꿈이지?"
몸집이 너무 컸던 내가 소리를 내자 우리를 잡아두고 있던 소인 병사들은 곧 귀청이 터지기라도 할 듯 재빨리 귀를 막았고, 나도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그냥 꿈이잖아, 잊었어? 우리 방금 같이 잤잖아."
이 꿈은 내 인지를 뛰어넘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진짜 같은 꿈속 세계를 느껴본 적 없었다. 이러한 현실감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세상 속에 있다는 느끼게 했다.
"너 예전 꿈도 이랬어?"
"기억이 안 나. 꿈속 상황은 변화무쌍해서 지금은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이야기하는 사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머리에 왕관을 쓰고, 손에는 홀장을 들고 국왕의 옷을 입고 있는 소인을 둘러싸고 광장의 중심부로 걸어갔다.
왕은 호위의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힘겹게 광장의 조형물 위로 올랐고, 그제야 겨우 땅바닥에 앉아 있는 우리를 대등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소인국 국왕
"우리와 거인국은 이미 백년 전에 서로 왕래하지 않기로 약조했는데, 갑자기 침입한 두 사람에게 무슨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왕의 체구는 작지만 표정과 말투는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위엄이 넘쳤고, 나와 샤오이는 다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거인국 말씀이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갑자기 나타난 거라서요."
소인국 국왕
"그렇다면 왜 바로 떠나지 않은 것입니까?"
"저희도 가고 싶습니다만, 여기 있는 배들이 우리한테는......너무 작아서 말이죠."
샤오이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고 손짓하려다가 그의 팔을 묶은 밧줄을 잡고 있는 병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을 보고 바로 힘을 뺐다. 국왕은 눈앞의 모든 것을 보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눈을 감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인국 국왕
"섬의 가장 동쪽에 거목 두 그루가 있습니다, 바로 이날을 위해 존재했던 것 같네요......"
"거목이요?"
소인국 국왕
"그 두 그루의 나무는 매우 거대하고, 해변에서 자랐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옮길 수 없었지요.
그 나무들이 언제 자랐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쩌면 배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듣고 보니 가능하겠네요. 당신들에게는 거목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평범한 크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국왕께서 그 두 나무로 카누 만드는 걸 허락하신다면 우리는 떠날 수 있습니다."
국왕은 뭔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샤오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소인국 국왕
"당신들이 나무를 베서 우리를 공격할 무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얌전히 떠날 거라는 걸 내가 어떻게 믿죠?"
"만약 저희가 정말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손짓발짓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소인국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카누만 완성되면 바로 떠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우리를 깊게 바라보던 국왕의 시선은 전혀 구속하지 못한 밧줄에서 점차 우리의 얼굴로 옮겨갔다.
나와 샤오이는 꼼짝하지 않았고, 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뒤에야 국왕은 뒷짐을 진 채 결정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국 국왕
"여봐라, 그들을 섬의 동쪽으로 데려다 주거라."
"감사합니다, 국왕님!"
나와 샤오이는 눈이 마주쳤고, 서로의 눈 속에서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조금만 힘을 주면 끊어질 것 같은 무명실이 몸에 남아 있어서 참을성 있게 소인국의 병사들이 풀어줄 수 있도록 구속된 자세를 유지하려 애썼다.
자유를 되찾은 우리는 병사들을 따라 한참을 가다가 섬의 맨 동쪽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역시나 두 그루의 큰 나무가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평소에 보던 나무의 크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소인국 주변에서 자라는 관목 숲에 비하면 이 두 나무는 정해신침(定海神针)처럼 거대해 보였다.
"이제 질문이 있는데......샤오이, 카누 만들 수 있어?"
방금 국왕에게 바로 떠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 객관적인 문제로 인해 난처해졌다. 샤오이도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턱을 만졌다.
"실제로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 하지만, 꿈을 꾸고 있는 거잖아?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럼 이런 꿈을 많이 꿔보신 샤오 선배님이 어떻게 해야 할지 빨리 가르쳐주시겠어요?"
내가 숭배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과장되게 눈을 계속해서 몇 번이고 깜빡이자 날 보고 샤오이는 웃으며 입술을 오므렸다.
"꿈속에서는, 네 생각이 실재한다고 믿기만 하면 실현할 수 있어."
"너무 철학적으로 들리는데 시범 좀 보여줄래?"
내가 아직도 샤오이의 말을 소화하려고 애쓰는 동안 그가 갑자기 손뼉을 쳤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그루의 나무가 두 척의 카누로 변했고, 노까지 세트로 전부 갖춰졌다.
내가 미처 감탄할 틈도 없이 소인국의 국왕은 숨을 들이마셨고, 조심스럽고도 감히 믿을 수 없는 듯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인국 국왕
"역시 거인들과 왕래해서는 안 된다는 조상의 가르침을 들어야 한다니까, 거인은 전부 요술을 부릴 줄 아나 보군......"
나와 샤오이는 입꼬리를 굽혀 국왕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고, 소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했다.
카누에 탔을 때 갑자기 손에 뭔가가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소인국 주민들이 가는 길에 먹으라고 준비해준 음식이었다.
손에 쥐어진 콩알만한 음식에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 정이 나를 감싸주었다. 꿈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난 어쩌면 더 오래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결국 헤어지긴 해야 했다. 우리는 카누를 타고 소인국 해안을 떠났다. 끝없이 넓은 바다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해안선마저 사라졌고,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모든 폭풍 전에는 항상 평온이 접두사로 사용되는 것처럼 꿈속 세상은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더 빠르게 변했다. 해면이 삽화처럼 한 페이지를 넘어가자 순식간에 파도가 거세졌고, 하늘에도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카누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 속에서 휘청거렸고, 광풍이 휘몰아치며 바닷물마저 어둡고 짙은 잿빛으로 변했다.
샤오이는 제일 먼저 내 손이 배에서 떨어지지 않게 잡았다. 얼굴을 때리는 바닷물에 나는 눈을 뜰 수 없었고, 단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내가 믿는 바를 믿어야 한다고, 다음 순간에 반드시 변화의 조짐이 생길 거라고 되뇔 수밖에 없었다.
변화의 조짐은 확실히 생겼다. 거대한 충돌이 느껴져 난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는데, 갑자기 나타난 고래가 우리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고, 보잘 것없는 카누는 피할 길이 없었다.
샤오이는 몸을 돌려 선실로 굴러와 팔로 나를 단단히 감쌌지만 고래가 입을 벌리면서 해면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났고, 다음 순간 우리는 파도에 휩쓸려 고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인의 성>
-거대한 나무의 꼭대기가 너무 높아서 우리는 나무 구멍에 숨었고, 그렇게 걱정 없는 한 쌍의 작은 다람쥐가 되었어.
-멀리 있는 성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문제없어. 똑바로 앉아, 내가 전속력으로 달려서 데려가 줄게.
-이렇게 커졌는데도 멍하니 있네. 얼굴은 왜 볼록해졌어, 불평하는 거야?
-그럼 방해하기로 한 거야? 찻주전자부터 뒤집을까, 아니면 몰래 기어 올라가서 거인의 수염을 뽑을까?
눈앞의 세상은 칠흑같이 캄캄했고, 모든 것이 이 안에 밀봉되어 빛조차 들어올 수도,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나는 이 구멍 밖의 거칠고 사나운 파도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다행히 내 앞에는 모든 두려움을 막아주는 튼튼한 장벽이 있었고, 그건 샤오이의 품이었다.
어둠 속에서 샤오이는 천부를 사용해 손끝에서 피어오른 짙푸른 불꽃으로 이 블랙홀을 환하게 비춰주었고, 그제야 나는 주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고래에게 삼켜졌지만 뱃속으로 들어가진 않았고 이 입 속에 머물러 있었다. 고요한 가운데 어디선가 참지 못할 쓴웃음이 밀려왔다.
"난 네가 말한 대로 좋은 조짐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조급해 하지 마, 어쩌면 우리는 이미 구조됐을지도 몰라."
샤오이는 한 손으로는 나를 품에 꽉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해 주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힘껏 그를 안았다.
마치 샤오이의 말을 증명하듯 진동은 점차 잦아들었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던 풍랑 소리도 멀어졌다.
고래는 점점 더 천천히 헤엄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벌렸다.
갑자기 나타난 바깥세상의 빛에 난 눈을 뜰 수 없었고, 적응하고 나니 눈앞에 새로운 섬 하나가 불쑥 나타나 있었다.
꿈속에서 '상상'이라는 이 두 글자가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니. 고래는 우리를 안전하고 평온한 해역으로 데려갔고, 카누를 가볍게 뱉어내고는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한동안은 안전할 것 같......."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카누를 저어 물가에 배를 대고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나는 눈앞의 광경에 놀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 섬의 나무들은 전부 하늘을 찌를 듯이 큰 거목들보다도 높이 솟아 있었고 거대했다.
우리 몸으로는 심지어 나뭇가지와 잎에 가려진 태양도 볼 수 없었다.
"샤오이, 나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
말이 떨어진 순간 우리 앞에 있던 거묵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계속 위를 올려다보니 이 거목은 뜻밖에도 거인의 두 다리였다!
거인의 가벼운 발걸음은 우리에게 있어서 땅과 산이 뒤흔들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거인에게서 떨어진 돌멩이 하나가 엄청난 기세로 우리를 향해 굴러왔다.
"빨리 비켜!"
샤오이는 나를 안고 땅바닥에 뒹굴어 간신히 바위를 피했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거인의 손에 한 사람씩 들어 올려졌다.
거인은 우리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고양이와 강아지를 들어 올리듯 우리를 들고 신기하게 훑어보았다.
거인
"정말 귀한 작은 물건이군, 국왕께 바치면 분명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우리가 힘껏 발길질하며 반항할수록 거인은 더욱더 감격했고, 그는 환하게 씨익 웃으며 이렇게 우리를 들고 멀리 하늘까지 치솟은 궁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두 발이 다시 땅으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내 가슴은 더 조여들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가 있는 곳은 거인국이었다. 하지만 소인국 때 강한 적과 같은 취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곳의 왕은 의외로 우리를 그의 다른 애완동물과 함께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명령이 하달된 뒤에 우리는 거대한 방으로 보내졌다. 거인의 애완동물이 무엇인지, 얼마나 클지 알 수 없어서 샤오이는 계속 경계하며 나를 감싸고 구석에 숨었다.
???
"야옹--"
천둥이 치는 듯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거대한 고양이 한 마리가 이미 기척도 없이 등을 구부리고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탐조등처럼 밝은 눈동자에 두 개의 작은 그림자가 거꾸로 비치고 있었다.
거대한 고양이가 발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을 뿐인데, 그 바람이 우리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이 발견이 거대 고양이의 흥미를 불러왔는지 고양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발을 가지고 즐겁게 우리를 가지고 놀았다.
"잠깐 멈춰봐!"
샤오이의 동작은 빨랐지만 거대 고양이 앞에서는 좀 힘들었다. 하지만 기회를 틈타 나를 데리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이 기회에 우리는 마침내 이 거대 고양이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는데--
"잠깐만, 이거 샤오샤오이 아니야?!
샤오샤오이, 너 어떻게 주인의 꿈에서 악당이 될 수 있어?!"
거대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박거리다가 동작을 멈췄다. 샤오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초대형 샤오샤오이를 보며 잠시 침묵했다.
"크흠, 샤오샤오이가 요즘 네 관심을 너무 많이 끌어서 그런 것 같아.
너 요즘 그렇게 늦게까지 야근하면서 매번 돌아올 때마다 고양이부터 만져주잖아."
이게 바로 샤오샤오이가 꿈속에서 이렇게 나쁜 거대 고양이로 설정된 이유인 건가? 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아니거든!
내가 가끔 너무 늦게 들어왔잖아. 푹 자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굿나잇 키스를 해도 네가 일어나지 않아서, 꼬맹이들을 보러 간 거야......"
샤오이는 처음에 놀랐다가 갑자기 심각해졌다.
"빨리 이 무화등 일을 해결해야겠어.
그것만 아니었어도 나도 그렇게 깊게 자지 않았을 거고, 네 굿나잇 키스를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샤오이의 눈 속에 담긴 괴로움과 아쉬움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보기 드물게 치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다가가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이제 우리 억울한 샤느님에게 보상해 드리면 되겠죠?"
거대 고양이
"야, 너네 그만해!"
거대 고양이가 갑자기 말을 했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이를 드러냈다. 나와 샤오이는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양이가 우리랑 소통할 수 있다면 문제 해결은 쉬울 것이다!
거대 고양이
"너네 악당에 대한 존중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앞에서 수다나 떨 것이지, 무슨, 무슨......"
거대 고양이는 마치 우리가 방금 한 동작을 강력하게 규탄하려는 듯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고, 결국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돌리곤 흥하고 화를 냈다.
도도한 대형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는 아까 고양이가 가져온 위험을 뒤로한 채 마음 놓고 고양이를 놀렸다.
"음, 샤오샤오이는 살짝 건드려 보려고 했을 뿐이지 우릴 해칠 생각이 없었으니까 악당이라고 할 수 없잖아, 그렇지?"
거대 고양이
"난 그냥 너희 두 사람이 낯익어서 그랬다냥, 나는 샤오샤오이가 아니라고!"
나는 말하면서 이미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가볍게 솜털을 쓰다듬었다. 거대 고양이는 머리를 높게 들고 꼬리도 높이 세웠지만, 목에서는 그르렁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넘쳐흘렀다. 샤오이는 바로 내 뒤에서 고양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넌 샤오샤오이가 아닌데 어떻게 우리가 낯익을 수 있어?"
거대 고양이
"내가 전에 고서를 한 권 본 적 있는데, 거기에 그려진 사람들이 너희들이랑 꽤 닮았거든."
"거인국은 정말 신기하네, 고양이가 말도 하고 책도 읽을 줄 알고."
내가 이렇게 감격하고 있을 때 샤오이는 신속하게 거대 고양이의 말 속의 요점을 포착했다.
"그 책은 어딨는데?"
거대 고양이는 눈을 감고 계속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몸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샤오샤오이의 사육사인 샤오이는 거의 바로 거대 고양이의 뜻을 이해했다.
"우리를 데려다주려나 봐."
"정말 잘됐네!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샤오샤오이 덕분에 우린 분명 더 빨리 모든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럴 때 또 농담할 기분이 들다니. 샤오이는 웃음을 참으며 내가 일어나서 고양이 머리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었고, 자신도 가볍게 올라왔다.
내가 거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고양이의 목에서 또 그르렁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났고, 고양이는 침착하게 일어섰다. 그렇게 고양이 한 마리와 두 사람이 출발했다.
<꿈을 해석하는 돌 책>
-네가 쓴 표류병이라면 아무리 멀리 떠내려가더라도, 파도를 타고 내게 돌아올 거야.
-이번에 내가 하트 모양 진주를 또 찾을 수 있는지 없는지 봐봐.
-나이테가 한 바퀴, 또 한 바퀴 계속 돌고 도는 것처럼 나도 너의 손을 잡고 계속 걸어갈게.
-이 돌 책에 아직 비어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새기는 건 어때?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그 아래에도 똑같이 부드러운 고양이 털이 있었다. 거대 고양이 버스는 빠르게 우리를 초대형 석조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다른 석조들을 지나 우리는 중앙에 있는 원형 제단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책처럼 생긴 석조가 하나 있었을 뿐, 주변은 텅 비어있었다.
거대 고양이
"도착했다냥! 내가 말한 게 바로 이 책이다냥!"
나랑 샤오이는 축구 경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커다란 책 페이지로 직접 올라섰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 건 수없이 왕복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세상에, 책을 읽는다는 게 뇌를 피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체력을 시험하는 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게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800m 달리기랑 다를 게 뭐야......"
"내가 여기 있는데 고작 800m를 걱정할 게 뭐가 있어? 내가 업어주면 되는데."
"나도 네가 체력이 좋다는 건 알지, 하물며 못 할 게 없는 꿈속인데."
"못 믿는 거야?"
나는 분명 진지한 말투였는데, 샤오이는 정말 실행에 옮기려는 듯 스스로 쪼그리고 앉아서 당해낼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목을 껴안고 또 뺨에 쪽쪽 뽀뽀했다.
"믿어, 믿어. 내 말은 우리가 따로 반반씩 보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는 거야."
샤오이와 반을 나눠서 나는 처음부터 보고 그는 중간부터 보기로 했는데, 책 페이지에 새겨진 한 쌍의 주인공은 확실히 우리랑 다소 비슷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까지 닮은 것 같다고 말하기는 어려웠고, 글씨는 부식되어 읽을 수가 없어서 더듬거리며 읽었다. 곧 석양이 붉게 물들자 하늘가의 파도가 암초를 씻어내는 소리도 커졌다.
"큰일이네, 200m도 못 본 것 같은데 어두워지는 건 아니겠지......"
"뭐가 그렇게 급해?"
내가 마침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샤오이는 내게 익숙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페이지 맨 끝에서 내 앞으로 돌아왔다.
"해독 방법을 바꿔서 겨우 이야기를 하나로 합치긴 했는데. 듣고 싶어?"
나는 샤오이의 방법이 궁금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방법은 사실 간단했는데, 그림을 먼저 본 다음에 글자를 보고 그림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에 따라 역으로 모호한 글씨를 추측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 그냥 사랑 이야기야.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다른 두 섬에서 떨어져 살고 있었거든. 그래서 매번 배를 타고 바닷속 암류의 소용돌이를 뛰어넘어야 만날 수 있었어.
여러 번 바다를 건너서 데이트하는 동안 그들은 바다의 고래 한 마리와 친구가 되었대.
매번 만날 때마다 고래에게 맛있는 음식도 가져다주고.
그러다가 만나기가 어려워지자 소통하는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 표류병으로 편지를 전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어.
하지만 표류병이 늘 상대방의 해안까지 잘 도착하는 건 아니었어.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사이에......오해가 생긴 거야.
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마음이 변했다고 오해하고......그 이후로는 만날 때마다 먼저 싸우게 됐어."
마치 지금까지 전개된 이야기의 분위기를 과장하듯 샤오이가 이렇게 말하자 석양빛은 약해졌고, 주변의 바람 소리는 약간 시끄러워졌다.
이렇게 바람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커플들 이야기처럼 들리네.
만날 수도 없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누구나 이상한 생각을 하기 쉬우니까."
"난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
내가 가끔 외국에서 시합이 있거나 네가 오랫동안 출장 갔던 거 기억해?
우린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시차 때문에 매일 연락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잖아. 하지만 난 아무 걱정하지 않았어.
말하자면 두 사람에게 갈등이 생긴 건 시간이나 공간의 거리 때문이 아니란 거야.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믿지 못하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의 말은 태연하고 직설적이어서 순식간에 내 생각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놓았다. 그런 것 같긴 하다......그건 확실하다. 흔들리지 않는 신뢰는 모든 의심을 깨뜨리는 예리한 칼날이니까.
그런데......샤오이는 정말 그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태연했을까? 나는 문득 그가 샤오샤오이에게 질투하던 모습이 떠올라서 놀리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맞긴 한데, 결국 네 입장에서는 내가 고양이만 놀아주고 넌 무시했다는 게 억울하다는 거지?"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가 내 뺨을 움켜잡고 좌우로 훑어보더니 손을 놓고 웃었다.
"왜 나에 대해 좋은 건 기억해 주지 않는 건데? 아, 앞으로는 샤오샤오이도 질투 못 하겠네."
'야옹--' 갑자기 일부러 길게 끄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대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까지 땅바닥에 누워 햇빛에 뱃가죽을 쬐고 있던 고양이가 어느새 몸을 돌려 일어나고는 눈꺼풀을 살짝 치켜올린 채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대 고양이
"또 시작이다냥......제 3자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냥! 난 갈거다냥!"
고양이가 그렇게 말하며 제단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샤오이가 고양이를 불러세웠다.
"잠깐만, 가지 마. 책에 있는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거대 고양이
"너도 발견했냥? 나머지 반은 소인국에 있는 두 그루의 거대한 나무에 있다고 들었다냥!"
"소인국에 있는......두 그루의......거대한 나무?"
나는 어색하게 샤오이를 바라보았고, 역시 조금 놀란 듯한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렇다.....그 두 그루의 나무는 우리가 카누를 만들기 위해 베었던 나무였다.
"쯧, 보아하니 빨리 우리 카누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거대 고양이
"무슨 카누다냥?"
"흠흠, 아무튼 우리 좀 해변으로 데려다줄래? 가보면 알게 될 거야."
가는 길에 나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거대 고양이에게 다시 이야기해 주었는데, 거대 고양이는 가십거리의 전모를 알고 싶은지 더 빨리 신나게 달렸다.
해안가에 도착했을 때 밀물에 모래사장까지 떠밀려온 카누는 그대로 있었고, 누런 모래에 덮여있을 뿐이었다.
고양이가 앞으로 나와서 고양이 발로 두세 번 모래를 털어내자 이전에 눈치채지 못했던 선체에 희미한 글자와 그림이 나타났다!
"이야기의 결말은 계속 우리 눈앞에 숨겨져 있었구나."
거대 고양이
"말해달라냥, 빨리빨리!"
"네 고양이 머리가 너무 크잖아, 뒤로 좀 가."
복실복실한 고양이 머리가 나와 샤오이 사이에 끼어들자 샤오이가 밀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자 샤오이는 하는 수 없이 고양이를 그냥 내버려두고 고양이의 코를 돌아 내 곁으로 왔고, 옆에서 끌어안았다.
밝은 마지막 석양을 빌려 나는 나머지 이야기를 빠르게 읽었다. 하지만 읽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야기 결말이 너무 아쉬워."
"내 방법을 배워서 이렇게 빨리 읽은 거야? 그럼 알려줘."
"결국 그들은 갈등 때문에 점점 서로를 원망하게 되었고,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됐어.
오직 그 고래만이 밤낮으로 바다를 떠돌아다녔대.
외롭게 그들의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친구들이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면서."
"쯧, 왜 배드엔딩이지? 도대체 어디가 우리를 닮았다는 거야.
샤오샤오이랑 닮았다고 하니까 헛소리를 하나 본데, 정말 앙큼한 고양이야."
샤오이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고양이에게 꿀밤을 먹였다. 나도 고민하다가 따라 한 대 먹였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랑 전혀 다르잖아!"
거대 고양이
"헛소리가 아니라냥! 닮았다냥! 너희 둘, 부창부수, 착한 고양이를 괴롭히고! 고양이는 착한데, 인간은 나빠!"
"그럼 말해봐, 어디가 닮았는데?"
거대 고양이
"음......체형? 너네들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그림 속의 인간이랑 엄청 닮았다냥!"
이 논리도 일리가 없진 않아서 반박하려다가 말문이 막힌 샤오이의 표정을 보자 결국 내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이제 와서 이야기가 배드엔딩인지 아닌지 왜 신경 쓰는 거지?"
"내 탓 하는 거야? 그 고양이가 먼저 헛소리했는데 우리는 대외적으로 같은 편이 되어야 하는 거 아냐?"
떠들썩한 소리가 해변에 메아리치고, 마치 그 옛 친구들을 부르는 것처럼 먼바다에서 고래의 울음소리가 느리고 길게 들려왔다......
<고래 등 섬>
-나만의 푸른 불꽃은 영원히 너를 해치지 않아. 네가 필요할 때 따뜻함만 가져다줄 거야.
-이 고래가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바꿔볼까?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이 해면에 비치는 은하수 같다고? 어떤 별이 마음에 들어? 내가 대신 따줄게.
-어쩌면 꿈속에서만은 불이 없어도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등이 있을지도 몰라. 나도 그렇다고? 어둠에 뒤덮여 있어도, 네 마음은 밝혀줄 수 있어.
-고래 등 위의 끝나지 않은 전설은, 우리가 계속하는 거야. 세상의 모든 바다에 너와 나의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게.
슬픔으로 가득 찬 고래의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부르고 있다는 느낌도 점점 더 뚜렷해졌다.
내 관심은 걷잡을 수 없이 끌렸고, 샤오이는 벌써 내 손을 잡았다.
"가볼까?"
"응! 그럼 대형 샤오샤오이야, 안녕~"
나는 돌아서서 거대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고양이는 여전히 고개를 높게 들고 흥거렸지만 바다로 나가는 우리를 지켜보려는 듯 꾸물거리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카누는 다시 바다로 들어갔고, 곧 우리는 소리를 따라 고래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은 없었고, 수면 위에는 잔잔한 슬픔만이 떠 있었다.
고래의 입안은 여전히 어둡고 빛이 없었지만, 내가 전에 느꼈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끝없는 고요함만이 느껴졌다.
익숙한 짙푸른 불꽃이 제때 켜졌다.
샤오이의 시선이 불빛을 사이에 두고 내게 꽂혔고, 가물거리는 눈빛에 나는 그의 눈 속에 담긴 기대감을 알아차렸다.
"다음 이야기는 네가 찾아야지."
깨끗하고 가벼운 웃음으로 물든 그의 목소리에 나는 완전히 긴장을 풀고 손끝에 정신을 집중했다.
막 손을 들어 고래의 이빨을 만지자, 사방에서 짙은 슬픈 감정이 쏟아져 들어왔다.
내 눈앞에 낯선 장면이 나타났다--
헤어진 남녀는 각자 자신의 섬으로 돌아갔고, 그들이 이 관계에 대해 떠올릴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나 오해가 쌓일수록,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두 섬은 점점 더 멀어졌고, 그 틈은 그들의 몸에도 투영되어 거인국과 소인국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사람은 바다 한가운데서 세월과 계절에 상관없이 홀로 기다리며 고래가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여기까지 회상하자 화면이 갑자기 썰물처럼 사라졌다.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다. 샤오이가 위로하듯 내 손을 어루만졌고,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뭘 봤길래 그렇게 슬픈 표정이야?"
난 내가 본 장면을 한 번 더 이야기했고, 샤오이는 조용히 경청하다가 나중에는 나처럼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역시 제일 외로운 건 제자리에 남겨진 고래겠네."
감정의 근원의 중심에 있으면 더 강한 감각적 경험이 느껴진다. 여기 곳곳에는 고래의 상실감이 가득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헤어질 운명이라면, 처음부터 만난 적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나는 답을 모른다. 한 줄기 물기둥이 갑자기 튀어나와 내 생각을 끊어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를 공중으로 밀어냈다!
갑작스럽게 하늘로 날아오르자 내 심장은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샤오이의 품속에 숨어들었다.
수없이 위기를 마주쳤을 때와 똑같은 동작으로 내가 고개를 숙인 순간, 그가 나를 품에 완전히 감싸안아 준 바로 그 순간에 안도감이 드는 목소리가 가슴을 통해 내 귓속으로 들려왔다--
"무서워하지 마. 내 꿈속이니까 넌 괜찮아."
꿈의 세계는 꿈의 주인이 지배한다. 물줄기가 흐르는 계단은 우리를 고래의 등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샤오이의 힘으로 나는 똑바로 서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바다 위의 별하늘이야. 아마 이 고래가 그 연인에게 계속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이었을 거야."
"네 말은, 그러니까 고래의 마지막 소원이 그 사람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이곳을 헤매고 다녔다는 거야?"
"아마도. 결국 그 두 사람에게 고래의 등은 바로 세 번째 섬이자 그들이 만나는 곳이었으니까."
"친구들한테 정이 들어서 자유로운 고래는 움직이는 작은 섬이 된 거구나.
동물의 감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것 같아.
그래서 고래는 넓은 바다에서는 휴식처가, 폭풍 속에서는 피난처가 되어주고 싶었나 봐."
"응. 결국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를 기다린 건 고래뿐이었고.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순 없잖아."
샤오이의 말에 우리는 모두 침묵에 빠졌다. 잠시 후, 나는 가볍게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이제 우리가 대신 증명해 줬으니까, 고래의 소원을 이뤄준 셈이겠지?"
고래가 길게 울부짖으며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높이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몸이 갑자기 바람을 안고 흩어졌고, 역행하는 유성우처럼 별빛이 반짝이다가 다시 천천히 바다로 떨어졌다.
나와 샤오이는 말없이 이 특별한 고래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소리 하나 없는 침묵 속에서, 손가락만은 단단히 서로 얽혀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별들이 서로 반사되며 합쳐졌고, 빛은 천천히 흩어졌다가 하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빛으로 변했다.
나는 멍하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샤오이의 녹색 눈동자 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는 뭇별들의 잔상이 수많은 말을 대신했다.
"아직 안 깼어?"
샤오이는 웃으며 손을 뻗어 내 얼굴을 꼬집었다. 그가 손에 살짝 힘을 주자 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고, 그제야 꿈나라가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익숙한 방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다음, 샤오이를 올려다보며 떠보듯 입을 열었다.
"샤오이, 방금 꿈 기억나?"
"기억나. 어떤 사람이 꿈에서 고양이한테 질투하면 안 된다고 혼냈거든."
"그런 것만 기억하지! 꿈에서 질투하면서도 말하지 않은 사람이 누군데?"
"말할게, 말할게."
그는 웃으면서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기웃거리며 그 등을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이 등이랑 씨앗은 정말 좀 특이한 것 같아."
"그럼 우리 지금 바로 자료나 현지 기록 좀 찾아볼까?"
"그래. 일어나자, 게으른 고양이야--"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 샤오이와 함께 조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무화등의 씨앗이 약간의 수면 유도 효과가 있으며 매일 밤마다 꿈을 꾸게 만드는 향기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근데 왜 사람의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작용은 왜 적혀있지 않지?"
"과학의 범주 안에서 아직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예를 들면 우리가 왜 같은 꿈속으로 함께 들어가게 되었는지 같은.
넌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씨앗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그의 시선이 무화등의 케이스로 향하자 나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등 케이스는 부족이 살고 있는 섬 고유의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나는 꿈속의 두 척의 카누가 떠올랐다.
이 등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터넷에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았고, 또 번역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냈다--
원래 무화등에는 현지의 부족에 관한 전설이 하나 있다고 한다.
한 쌍의 연인이 서로 다른 섬에서 떨어져 살게 되면, 등 안의 씨앗이 연인의 마음을 느끼고 서로를 찾을 수 있게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 무화등을 사용한 대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엮은 아름다운 기억들 중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까지 본 샤오이는 마우스를 아래로 스크롤 하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대가가 그렇게 무거운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두 사람이 함께한다면 셀 수 없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을 테니까.
오래된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다시 새롭게 보충하면 되잖아."
"원칙은 이런데......하지만 대가라고 한 이상 분명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일 텐데.
우리가 꿈속의 그 연인들처럼 큰 바다에서 서로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행복을 너무 많이 버려야 해서 그런 거 아닐까?
만나면 함께 새로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의심 때문에 원망과 미움만 쌓였잖아.
이건 완전 악순환이지."
"다른 가능성도 있어.
행복에 겨워 안내하는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신뢰의 바다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렸잖아.
이런 상황에서 좋은 기억을 대가로 내놓든 아니든 그들의 관계는 이미 깨지기 시작한 거야.
결국 그 등은 서로를 흔들리게 만드는 신호에 불과해."
"그러네......이렇게 들으니까 왜 이 등이 불길한 물건 같지? 안 돼, 빨리 버리자!"
내가 일어나서 행동으로 옮기려 하자 샤오이가 먼저 한발 앞서서 등을 들고 두 번 손대중해 보았다.
"불길한 물건이라기보다는 기껏해야 시험인 거지. 특히 충분히 굳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하지만 우리는 다르잖아. 봐봐, 내가 너에 관한 일을 잊어버려도 너는 화내거나 슬퍼하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너의 첫 반응은 내가 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이유를 찾는 거니까.
그래서 이 등이 우리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나쁜 점은 사람을 너무 오래, 너무 깊게 잠들게 한다는 거야."
"풉, 널 충분히 자게 해주는 게 왜 나쁜 점이야?"
"아주 좋긴 하지. 하지만 다음에 너의 달콤한 꿈의 키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확실히 치워야겠어."
"우리의 기억력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그런데 우리가 앞으로 똑같은 꿈나라로 떠나고 싶다면 다시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샤오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함께 이 신기한 작은 등을 원래 상자에 다시 담아 기묘한 기억을 손수 봉인하는 것처럼 상자 뚜껑의 자물쇠를 잠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관일까? 나와 그는 서로를 굳게 믿었고, 잡은 손도 영원히 굳건할 것이다. 다시 봉인을 푸는 날, 우리는 우리만의 추억이 가득한 특별한 꿈나라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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