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日筹备 생일 준비
🎥<如愿序曲 소원의 서막>
오후의 산들바람이 커튼을 흔들고, 햇빛이 내 앞에 놓인 유리컵 속의 수박 얼음을 환하게 비추었다.
나는 얼음을 가볍게 휘저었지만, 마음은 컵 속의 거품처럼 둥둥 떠다녔다.
며칠 뒤면 찰리수의 생일이 다가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가 함께한 지 벌써 3년이나 되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안하무인 격이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나는 이제 그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 그에게도 난 똑같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 난 찰리수와 함께 꼭 의식감이 넘치는 생일을 보내고 싶다.
"직접 만든 케이크, 생일 선물, 즐거운 데이트.....하나도 빠질 수 없지!"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면에서 나는 이미 며칠 동안 머리를 긁적거리며 몇 가지 계획을 세워봤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아이디어 전문가'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니까 정말 뇌세포를 많이 써야 하네, 누가 알겠어!"
병목 현상에 빠진 나는 계속해서 눈앞의 얼음을 휘젓다가 언뜻 탁자 위에서 연보랏빛을 뿜어내는 모래시계 모양의 작은 유리 소품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내가 며칠 전 야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노점상은 '시간 프리즘'이라고 소개하며 과거의 자신을 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난 이런 과장된 말을 믿은 게 아니라 이 소품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에 끌렸던 것뿐이다.
안팎으로 겹겹이 쌓인 반짝이는 유리 공간 속에 연보라색의 고운 모래가 흐르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면, 정말 빨려 들어가 현실을 잊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소품을 돌리면서 사색하던 중에 손끝으로 전해지는 시원한 감촉에 생각의 갈피가 단번에 열렸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과거'는 특별히 소중하다. 난 그의 과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가 성장하면서 겪은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이 아이디어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들어온 한 줄기 빛과 같아서, 나는 어떻게 그와 함께 의식감 넘치는 생일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했다——
나는 그를 위해 세월 속에 표류하고 있던 귀중한 문물을 건져내서 다시 우리의 모습으로, 새로운 추억을 도금하고 싶다.
斑驳旧忆 알록달록한 옛 기억
<01. 成长的心愿 성장에 대한 소원>
<吉叔的日记 지 삼촌의 일기>
수요일 맑음
오늘 도련님이 또 뒷산에 가셨다. 도련님은 꼼짝도 하지 않고 정오부터 황혼까지 그곳에 앉아 계셨다. 마치 햇빛 속의 조각상 같았고, 그때가 도련님이 가장 조용할 때였다.
사실 도련님이 날개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을 때부터 더 이상 그 산속에 가서 연습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도련님은 종종 그곳에 가서 앉아 계셨다. 아마 산 뒤에 높은 건물이 별로 없어서 날아가지 않고도 먼 곳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도련님은 줄곧 본인이 도대체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질문에 대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아는 건 도련님이 분명 그 산보다 더 멀리, 도련님이 볼 수 있는 곳보다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도련님은 마치 바람을 타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날개를 사용하는 자세가 꽤 능숙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도련님이 그렇게 멀리 날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에 도련님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올 것이다.
도련님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겠지.
<02. 旧时友谊 옛날의 우정>
<游乐园的遗憾 놀이공원의 아쉬움>
기념 앨범 속 메모
찰리수,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
지난번에 네가 우리랑 같이 자이로드롭을 타지 않아서 우리는 모두 네가 우리랑 노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메이메이(美美)가 넌 그냥 조금 무서운 거라고 나한테 몰래 알려줬어. 메이메이가 네 다리가 덜덜 떨고 있다는 걸 봤다고!
모두들 네가 자이로드롭을 무서워한다고 믿지도 않았고 그때 널 심하게 비웃긴 했지만 지금 난 널 격려하고 싶어.
찰리수, 자이로드롭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아. 넌 반드시 자이로드롭을 정복할 수 있어!
다음에 만날 때는 네가 자이로드롭을 탈 수 있는 용감한 소년이 되어있기를 바랄게!
<03. 心爱的童话 사랑하는 동화>
<夹在童话书里的纸条 동화책에 끼워져 있던 쪽지>
오늘 아버지가 내가 책꽂이에 두었던 동화책을 모두 가져가셨다.
아버지는 동화는 실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지루하고 거짓된 이야기로 아이들을 속인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 베개 밑에 숨겨져 있던 동화책 한 권은 발견하지 못하셨다. 그리고 그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동화책이다. 이 책이랑 쪽지를 아버지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더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천천히 읽어야겠다. 하룻밤에 이야기 하나씩만 보면, 책 한 권만 있어도 오래 볼 수 있을 테니까.
......
동화는 다 거짓말일까? 아버지의 말씀은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이야기 속의 작은 양철 병사가 결국 불꽃이 되어버렸다 해도, 세상에는 작은 양철 병사들이 정말 많을 테니까 반드시 자신을 찾아낼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04. 一等奖作文 글짓기 1등>
<未得的金币 얻을 수 없는 금화>
황금상을 받은 작문
......
그 지하철 토큰은 묵직했고, 지하철 칸의 조명이 그 위에 은은한 빛을 입혔다. 그건 마치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작은 태양처럼, 내 손안에 누워 있었다.
햇빛이 보의 모든 거리를 밝게 비추고, 지하철 토큰은 나를 데리고 도시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아쉽게도 지하철역을 떠날 때 토큰은 자동 개찰기의 큰 입속에 삼켜졌다.
토큰은 자동 개찰기의 양철 뱃속으로 떨어지면서 무거운 "쿵——" 소리를 냈고, 수많은 비슷한 토큰들 사이로 잠겼다.
......
아버지는 이 도시에 머지않아 차씨 가문의 산업이 들어서게 될 거라 말씀하셨다. 중심 광장 주변에 빌딩이 우뚝 솟아 있는 것처럼, 보의 상업 기둥이 될 것이라고.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그 복잡하고 심오한 어휘를 알아듣지 못했고, 다만 고개를 돌려 다시 지하철역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가 되면, 나만의 지하철 토큰을 찾을 수 있을까?
🎥奇点之始 특이점의 시작
요 며칠, 나는 찰리수의 생일날 이벤트의 모든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계획했고, 그의 심미에 맞는 호텔을 순조롭게 장소로 예약했다.
비록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나는 분명 가슴이 아팠지만 찰리수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 모든 것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모든 걸 준비한 뒤 나는 찰리수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날 일정을 예약했다. 내가 구체적인 계획을 소개하는 걸 듣고 그는 별생각 없이 승낙했다.
"물론이지! 내가 인생의 남은 모든 생일을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걸 의심하지 말아줘."
드디어 생일 당일이 되었다. 호텔 입구에 차가 멈췄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내게 걸어오는 찰리수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는 완벽한 광채가 번쩍였다.
그의 맑은 보라색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나는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졌다.
"이......일단 이거 먼저 써요."
나는 미리 준비한 안대를 꺼내 특수 제작한 원단으로 그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어? 스포일러 될까 봐 무서운 거야? 점점 더 기대되는데."
그는 내가 손을 잡도록 내버려 뒀다. 나는 그를 데리고 로비를 통과하고, 계단을 올라간 뒤에 복도를 지나 내가 예약한 방에 도착했다.
"여긴.....우리 둘뿐인 것 같고. 아주 달콤한 냄새도 맡은 것 같아."
시각을 잃은 찰리수는 풍부한 호기심으로 예민하게 주위에 반응했고 나는 그를 테이블 앞에 데려간 뒤에 안대를 벗겼다.
"좋아요. 당신은 여기 앉아서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돌아서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제 이 생일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을 꺼낼 때다......
🎥独家烟火 독점 불꽃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꼬마 찰리수의 모습은 눈앞에서 사라졌고, 대신 찰리수의 약간 의아한 눈빛이 돌아왔다.
"아까부터 당신이 계속 못 알아들을 말만 있어서 약혼남은 걱정되 걸.
그런데 이렇게 밝게 웃고 있는데, 생일 주인공인 나랑 같이 나누지 못할 즐거움이 있는 거야?"
내가 막 시간 프리즘에 대해 자세히 말하려는데, 케이크 위의 초가 벌써 절반이나 녹은 걸 언뜻 보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오래 지난 줄도 모를 만큼 넋이 나가 있었다.
"찰리수, 생일 초가 다 타버리기 전에 빨리 소원을 빌어야 해요!"
"응, 불꽃이 한창이니까 소원 빌기 딱 좋을 때야."
들쑥날쑥한 형형색색의 불꽃이 피어나면서 촛불과 함께 춤추는 교향곡이 찰리수의 뺨에 비쳤다.
"찰리수, 생일 축하해요!"
찰리 수는 빙긋 웃으며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그가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진지한 모습은 마치 고전주의의 아름다운 조각상 같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의 입가엔 행복한 웃음이 떠올랐고, 나도 마음속으로 묵묵히 그의 모든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는 두 눈을 다시 뜨고 자랑스러운 폐활량으로 앞에 놓인 케이크의 촛불을 한 번에 불어서 껐다.
"촛불이 다 꺼졌다는 건 분명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다는 뜻일 거예요!"
"응, 그리고 약혼녀가 가세해 주면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
그리고 내가 방에 불을 켜자 찰리수는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는 케이크를 접시에 담아주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 쪽을 흘끗 봤다.
"이제 알려줘도 될까? 방금 뭐가 내 약혼녀를 그렇게 즐겁게 웃게 했는지."
"말을 하면서 나 자신도 잘 안 믿어지긴 하는데요......
제가 '시간 프리즘'이라는 작은 장난감으로 어린 시절의 당신을 보았어요.
그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귀여웠어요! 그의 얼굴도 꼬집었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정말 다시 한번 또 꼬집고 싶다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찰리수가 손에 들고 있던 포크가 허공에 멈췄고, 억울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데이트를 위해 특별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급 spa 케어를 받고 왔는데.
한 번 잡아봐, 내 지금 얼굴로는 충분한지, 안 충, 분, 한, 지?"
찰리수가 자기 자신까지 질투할 줄은 몰랐는데......그의 기분을 생각해서 나는 아주 과장된 자세로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쿡쿡 찔렀다.
"와, 정말, 정말 부드러워요! 이게 바로 최고급 관리의 효과인가요? 한 번 더 만져봐도 돼요?"
이 말을 하자 찰리수는 도리어 나의 손목을 잡고 내 동작을 막았다.
"이 일은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까 우린 계속 만족을 늦추는 게임을 하는 건 어때."
나는 웃으며 그의 손금을 매만지며 상쇄시켰다.'만족을 늦추자' 는 그의 말은 틀림없었다. 오늘의 모든 것은 단지 서막일 뿐이니까.
앞으로 며칠 동안 우리는 계속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서프라이즈와 감동으로 가득 찬 속편을 끊임없이 열어갈 것이다.
重返乐园 낙원으로 돌아가다
🎥并肩飞翔 함께 비상
지금 난 찰리수와 함께 교외 삼림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맑은 공기가 우릴 감싸고 있고, 여기서 내려다보면 작은 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아하니, 약혼녀가 나를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생일 서프라이즈" 같은데.
지금 날 위해서 비밀을 밝혀줄 수 있을까? 이 가방 안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찰리수는 어깨에 걸친 검은 배낭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그를 도와 가방을 내려 그 안에 든 행글라이더를 꺼내 재빠르게 조립했다.
"행글라이더예요! 요즘에 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어? 어떻게 행글라이더를 배울 생각을 했어?"
"음......아마도 당신을 알게 된 후부터 자꾸만 나는 것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왠지 날개를 펴고 날아보면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최근에 지 삼촌한테 들었는데, 당신이 어렸을 때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멀리 날아가면 돌아올 방향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 해보진 못했다면서요.
오늘 제가 배터리를 충분히 준비했으니까 당신이 얼마나 오래 날고 싶어 하든 전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찰리수는 약간 놀랍고 의아한 표정을 드러냈고, 그 놀라움은 그의 눈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웃음으로 녹아들었다.
"생각도 못했어. 약혼녀가 나보다 나 자신의 마음속 소원을 더 잘 알 정도로 진화했다니.
약혼녀와 함께 세상을 두루 돌아다닌다니--아, 말만 했을 뿐인데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네."
"당연하죠. 제가 언제 당신 생일을 대충대충 보낸 적 있나요."
"좋아, 그럼 오늘의 하늘을 우리 둘만의 낙원으로 만들자!"
찰리수는 기다리지 못하고 날아오르려는 듯 벼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급하게 장비를 착용하고 행글라이더의 조작 지지대에 몸을 굽힌 채 손잡이를 꽉 쥐었다.
다음은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 날 날려주길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날씨 상황이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이륙에 성공하기는커녕 나는 강한 바람 때문에 서 있기도 힘들었고, 도움닫기 하기에도 어려웠다.
"약혼남이 먼저 당신을 데리고 날아볼까?
아마 당신에게 부족한 건 기술이 아니라 단지 약간의 안전감일 거야."
"좋아요!"
찰리수는 앞으로 나와 나란히 서서 보호장치를 한 뒤에 나와 함께 행글라이더의 손잡이를 잡았다.
뒤에서 셋을 센 뒤에 우리는 호흡을 맞춰 도움닫기를 하기 위해 벼랑을 향해 달렸다. 그의 강력한 추진력 아래 나의 몸과 마음은 순간 멈추고, 무중력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날아올랐다.
"긴장 풀어, 자기야. 바람에 싸인 느낌이 정말 미묘하지 않아?"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은데, 이렇게 강한 바람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 조금 무서워요.
당신은 처음 비행을 배웠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해요?"
"말해줄 테니까 비웃지는 말아줘. 난 나는 걸 배우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
그때 난 아직 어렸고, 날개도 너무 작았는데, 이륙 연습을 하는 산은 나한테 너무 높았거든.
매번 용기를 내야 훌쩍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공중에서 몇 번 파닥거리다 산비탈에 세차게 내동댕이쳐졌지.
모래랑 자갈을 끼고 많이 뒹굴어야 잠시 멈출 수 있었는데 온몸이 아파서 부서질 것 같았어.
그래도 여전히 다시 추락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맞서 다음 시험 비행을 위해 억지로 기어올랐어.
그때 난, 정말 내가 새가 아니길 바랐어. 날아다니는 법을 배우거나 이런 두려움을 겪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래도 당신은 결국 해냈잖아요!"
"응, 그날은 날이 밝기도 전에 나는 멍하게 우리 집 뒤에 있는 낭떠러지로 걸어갔어. 난 항상 그곳에서 시험 비행을 했거든.
산골짜기에는 안개가 가득 찼고, 구름바다는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까지 내 발아래서 나뒹굴었어.
......마치 끝없이 넓은 자유의 나라 같았고, 오직 날개만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갈 수 있었어.
그래서 나는 날개를 폈어. 깃털을 뚫고 가는 바람을 맞으면서 평소에 수없이 시도했던 것처럼 훌쩍 몸을 날렸어.
그리고 나서 날개는 바람에 받쳐졌고, 내 몸은 확 가벼워졌어. 바람의 일부가 된 것 같았지.
그 뒤로 비상은 내게 있어서 숨 쉬는 것과 같아졌지."
"......방금까지 조금 감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약혼녀도 정말 잘하네.
아까부터 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봐봐, 내 도움 없이도 당신은 안정적으로 날고 있잖아."
정신을 번쩍 차리고 난 고개를 숙였다. 과연, 행글라이더를 조종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바람 소리는 더 이상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지상의 모든 것은 더 이상 멀게 보이지 않고 추상화 속의 필치처럼 희미한 윤곽만이 남았다.
내가 갑자기 그가 말한 자유의 나라로 뛰어든 것처럼 햇빛이 비치고 구름이 걷혔다.
찰리수는 보호 장치를 풀고 자신의 두 검은 날개를 펴고 나와 나란히 비행했다.
온갖 속박을 떨쳐버리고, 세상에 마치 나와 찰리수 둘만 남아 서로 의지한 채 함께 세상 끝까지 하고 싶은 대로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웃고 떠드는 사이 우리는 이미 멀리 날아갔다. 몸 아래 풍경은 고요한 산림에서 소란스러운 도시로, 야생화가 만발한 자연 보호 구역에서 푸른 바닷가까지 끊임없이 바뀌었다.
행글라이더의 배터리를 몇 번이나 갈아 끼웠는데도 찰리수는 멈출 마음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동행하던 갈매기들과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기분이 정말 좋아 보였다.
"찰리수, 통역 좀 해줘요. 무슨 얘기 했어요?"
"좋아, 갈매기들이--
이런 높이에서 인간을 보다니,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이런 일은 정말 흔치 않아!
이 사람은 누군지 안 봐도 알아, 분명 차 대장이야! 큰 날개는 좀 육중해 보이지만 겉모습은 훌륭하네.
대장 오늘 생일이라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우리가 몇 가지 공연을 해서 생일을 축하해 줄게!"
찰리수는 새 떼가 재잘재잘거리는 흉내를 냈고, 크게 웃으며 나를 놀렸다.
하지만 모든 새들이 기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눈꺼풀을 축 늘어뜨린 갈매기 한 마리가 유난히 의기소침해 보였다.
"찰리수, 줄 끝에 있는 저 새는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뭐라 중얼거리나 들어볼까? '왜 그렇게 높이 나는 거야? 새들도 쉬어야 하는데, 차라리 부두에 가서 감자튀김이나 주문하지.'
난 지금까지 생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는데, 하지만 말해줘야겠어. 새가 살면서 감자튀김을 추구할 순 있지만, 감자튀김만 있지는 않거든."
갈매기가 한참 동안 재잘거렸다.
"허, 새의 고통을 모른다고 욕하는 것 같은데."
난 지난번에 부두에서 비싼 감자튀김 한 봉지를 샀다가 한 개도 먹지 못하고 갈매기가 통째로 물어가 버린 경험이 떠올라 바로 불만을 뱉었다.
"찰리수, 쟤한테 말해줘요. 인간의 감자튀김을 뺏는 건 문명적이지 않다고."
"맞아. 너희 둘, 앞으로는 다시 이런 짓하면 안 돼. 특히 내 약혼녀한테 손대지 말고. 확실히 기억해 둬. 알았지?"
어떤 말이 기죽은 갈매기를 짓누르는 최후의 지푸라기라도 되었는지, 갑자기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내게로 빠르게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급강하하더니--
찌지직 소리를 내며 행글라이더를 쪼아 큰 구멍을 냈다! 순간 균형을 잃은 난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추락했다--
하지만 그 검은 날개의 움직임이 내 생각보다 빨랐다. 찰리수는 날갯짓을 하며 내 몸 아래로 돌아 두 팔을 뻗었고, 공주님 안기 자세로 떨어진 나를 받쳤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정말 반항적인 녀석들이야. 나중에 내가 반드시 제대로 혼내줄게.
행글라이더는 이제 쓸모가 없으니까 벗어. 다음 여정은 내가 당신을 데리고 비행할 거니까."
놀란 가슴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서인지, 긴 시간 비행으로 살짝 축축해진 찰리수의 가슴에 착 달라붙어서인지 볼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고, 나는 이미 난폭한 갈매기에게 계산하는 걸 잊은 지 오래였다.
"이렇게 오래 날면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찰리수는 가볍게 웃었다.
"당신은 약혼남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겠어. 이번 생일이 이렇게나 훌륭한데, 오늘 남은 시간을 나는 조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꽉 잡아. 난 아직 당신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고 싶은 경치가 많거든."
그렇게 나는 찰리수의 품에서 석양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길 때까지 그와 함께 돌아다녔다.
"이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할 또 완벽한 저녁을 먹으러 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완벽한 귀로 시간이네."
"좋아요, 이제 착륙할 건가요?
그럼 우리 봐볼까요, 오늘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
다시 오랜만에 땅 위로 내려온 뒤, 나는 제일 먼저 핸드폰을 꺼내 app에서의 거리 측정 결과를 찰리수에게 보여주었다.
"521.55km? 역시 완벽한 하루야. 이 숫자까지도 이렇게 완벽하잖아."
"정말로요.....게다가 500km가 넘었어요! 차 선수 오늘 활약이 정말 뛰어나셨네요.
후반에 저를 안고 다니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었을 텐데!"
"약혼녀, 여기는 좀 고쳐야 할 것 같아.
당신을 안는 건 날 힘들게 하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말해야 해.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었다고."
화려한 등불이 처음 밝혀진 초저녁, 그는 나의 의아한 눈빛을 마주했고 눈가에는 매혹적인 광채가 일렁였다.
"난 지금까지 오늘처럼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난 당신에게 감사해야 해.
521km,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 숫자가 바로 내가 가장 기억해야 할 성과야."
流光心迹 세월의 속마음
<01. 成长的心愿 성장에 대한 소원>
비행의 여정
사실 어렸을 때 난 이미 몰래 좀 더 멀리, 적어도 비행 연습을 하는 산비탈보다 조금 더 멀리 날아가려고 해본 적이 있다.
나는 맑은 오후에 날아올랐고 부드러운 바람이 내 날개의 깃털을 빠져나가 날개를 받쳤다. 나는 먼 곳의 경치를 눈앞의 익숙한 세상으로부터 점점 낯설어져서 방향을 알 수 없을 때까지 열심히 상상했다.
그리고 수없이 멀리 바라본 시야의 끝은 아직도 너무 멀고 멀어서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만 같았다.
그때 난 내게 말했다. Charile, 조금만 기다려. 언젠가 너 스스로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될 거야, 라고.
그녀가 패러글라이딩의 두 날개를 펴고 나와 함께 푸른 하늘을 날았을 때, 나는 마침내 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그 소원이 이루어질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이번에는, 혼자만의 비행이 아니니까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이번에는, 우린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계속 앞으로 날아가 도시가 사라질 때까지 날아갈 수 있고, 시간이 멈춘다면 바람만이 닿을 수 있는 한계까지도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失速诱惑 속도를 잃은 유혹
"아, 이게......약혼녀가 말한 '놀이공원 간판 아이템'이야?"
찰리수는 옆에 서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자이로드롭을 난처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나는 가볍게 그의 손을 잡았다.
"당신을 여기로 데려오고 싶었던 이유는 제가 당신의 초등학교 졸업 기념 앨범을 뒤적거리다가 당신 친구의 메모를 봤기 때문이에요.
'찰리수, 자이로드롭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아! 넌 분명 자이로드롭을 정복할 수 있어!
다음에 만날 때는 네가 자이로드롭을 탈 수 있는 용감한 소년이 되어있기를 바랄게!'
차 선생님의 어린 시절에 이렇게 귀여운 아쉬움이 남아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찰리수는 콧방귀를 뀌며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솟아오른 옅은 붉은 빛을 감추려는 듯했다.
"8살짜리 소년에게 40~50층 높이의 자이로드롭은 당연히 엄청 위압적인 거 아니겠어."
"그 후에는요? 정복에 성공했나요?"
"어......아직 기회가 없었지."
"당신 말 들어보니까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은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해서, 아직 조오오금 겁나긴 해. 하지만 분명한 건 호기심이 한 수 위야."
"이왕이면 오늘 저도 당신이랑 같이 체험하게 해줘요!
제가 함께 있으면 당신의 조오오금의 두려움을 상쇄해 줄지도 모르잖아요?"
그는 미간을 치켜들고 잠시 나를 훑어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겠군. 정말 교과서처럼 차근차근 이끌어가고 있네. 하지만 당신은 원래부터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었어.
약혼녀가 200m 상공에서 추락하는 걸 경험하게 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이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선물을 거절하겠어?
함께 두려움을 넘어서면, 우리의 마음은 분명 더 긴밀하게 연결될 거라 믿어."
내가 격려하듯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어깨를 단단히 잡고 자이로드롭의 매표소를 향해 걸어갔다.
자이로드롭에 앉자 찰리수는 내게 몸을 숙이고 안전 잠금장치가 잘 잠겼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시동을 걸었다는 직원의 안내방송과 함께 자이로드롭이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약혼녀, 당신 안색이 좀 창백해진 것 같은데."
나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입으로는 무섭지 않다고 말했지만, 눈길이 닿는 곳마다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점점 작아져서 내 몸은 저절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무서워하지 말고 내 손 꽉 잡아."
찰리수는 안전봉 밑에서 나를 향해 팔을 뻗으며 내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땀에 젖은 내 손을 감싸며 그의 건조한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에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나도 그의 확고한 의지에 영향을 받았는지 갑자기 그렇게 무서운 것 같지도 않았다.
자이로드롭은 벌써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왔고, 주변의 공기가 다 굳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 잠깐의 멈춤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내 의식이 조금 풀린 순간 자이로드롭이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악--!"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소리를 질렀고, 이성은 자유낙하가 주는 자극에 의해 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가속도의 추락이 온몸의 기류를 둔중하게 만들며 사방에서 심장을 압박했다. 죽음이 지척에 있는 것 같았고, 짧은 1분이 반세기처럼 길게 느껴졌다.
사신의 낫이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가 또 갑자기 인간 세상에 떨어진 것 같았지만 오감은 여전히 하늘 끝 저 멀리 흩어져서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찰리수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힘이 나를 깨울 때까지.
"좋아, 약혼녀, 우리는 안전하게 착륙했어. 느낌이 어때?"
찰리수가 가볍게 두드려주자 내 호흡은 조금씩 평온해졌다. 나는 몸을 짓누르고 있던 안전바를 풀고 일어섰다.
"어......느낌은......정말 짜릿했어요!!"
공포를 떨쳐버리려고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바로 지금 내 모습이 정말 우습게 느껴졌다. 찰리수는 웃으면서 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보아하니 당신이 이 아이템과 사랑에 빠지는 건 머지않은 것 같군. 그럼 이제 나랑 같이 가서 뭐 좀 먹고 에너지 보충할까?"
"좋아요!"
찰리수는 곧장 나를 식당가로 데리고 갔다. 노점 앞에 기대서 굶주린 호랑이가 먹이를 덮치듯 메뉴를 집어 들더니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만둣국, 아이스크림, 감주, 크레페......"
근질근질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지 못하고 소곤거렸다.
"당신 설마 '한 판에 다 볶아버리려는 건' 아니겠죠?" (모든 메뉴를 다 주문하겠다는 뜻 같음)
찰리수는 처음 듣는 말인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알아차리고는 손을 번쩍 들었다.
"당신 말이 맞을걸. 사장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다 볶아주세요'!"
"......"
간이 접시와 잔이 점차 차곡차곡 가득 쌓였다. 찰리수는 크레페를 들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고, 얼굴 전체에 거의 다 묻었다.
"방금 그렇게 자극적인 자이로드롭을 타서 당신이 완전히 입맛이 없을 줄 알았어요."
내 말에 크레페를 다 먹은 찰리수는 고개를 들었고 볼에는 아직도 크림이 살짝 묻어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 소원을 이루고 나니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졌어. 모든 게 풀려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하, 공포를 뛰어넘은 느낌이 좋았던 게 아닐까요?"
"맞아. 무중력 상태에서 느껴지는 빈사 상태를 체험해 보니 다른 두려움은 이미 멀찌감치 사라졌어."
"다른 두려움이요?"
"응, 내 자신이 위축될 것 같다는 두려움,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어둠 속에서 무능해질 것 같다는 두려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난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하지만 아까 자이로드롭에서 떨어지는 순간 나는 그냥 모든 생물들과 같아졌어.
호르몬과 아드레날린 자극으로 머릿속에는 '살아있다는 게 정말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만 남았으니까."
나는 마음이 살짝 시큰해졌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 꼭대기에 고집스럽게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만져주었다.
"맞아요, 찰리수, 살아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제 난 음식도 즐기고, 바람도 즐기고, 아무 목적 없는 시간도 보내고 싶어졌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약혼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즐기는 거지.
당신이 생명의 의미는 원대한 이상 속에 담겨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간단하고 사소한 일에도 담겨있다는 걸 알게 해줬으니까."
"네!
그렇다면 차 선생님이 원대한 이상을 추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게요!"
"좋아."
찰리수는 손에 든 크레페를 들고 나의 잔과 '건배'한 뒤에 단숨에 먹어치웠고, 이어서 작은 만두를 하나 건져 내 입에 가져다주었다.
"입 벌려봐, 아--"
나는 한입에 삼켰다. 왠지 모르게 이 만두는 맛이 좀 달콤한 것 같았다.
<02. 游乐园的遗憾 놀이공원의 아쉬움>
추락하는 순간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태생적으로 생겨난다.
나는 내가 의사로서 의지와 의식으로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심장이 하늘의 최고점으로부터 떨어지던 순간 난 공포를 이겨낸다는 건 단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을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연결고리가 손끝에서 전해져오면서 그 아쉬움은 구름처럼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고, 두려움 앞에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처럼 무중력 상태의 죽음이 오는 순간에 심장의 고동을 더없이 또렷하게 느꼈고, 생명의 순수한 의미 또한 느꼈다.
내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오기 전에 우리는 늘 서로의 손을 꼭 잡을 것이며, 세상의 모든 위험과 두려움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锡兵舞剧 양철 병사 무용극
입장하고 착석하자마자 불빛이 서서히 꺼지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었고, 분장한 배우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가뿐하게 스텝을 밟으면서 무대에 등장했다. 마지막은 오늘의 주인공인 외다리 양철 병사였다.
많은 고급 장난감 중에서 그는 그렇게 평범해 보였다. 장난감들은 그를 싫어했고, 주인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변함 없이 총을 꿋꿋이 메고 꼼짝하지 않고 보초를 섰다.
검은 요정은 그를 비웃었고, 그는 도랑에 빠져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비명도 지르지 않고 여전히 우뚝 서서 그의 존엄성을 지켰다......
무대 위에서 물살과 큰 물고기의 모습이 양철 병사의 몸 위를 비치자, 그는 팔을 힘차게 흔들며 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는 천천히 팔을 앞으로 뻗으며 상체를 앞으로 숙였지만 손에 든 총자루는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마치 추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책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대단해......"
찰리수는 갑자기 내 귓가로 바짝 다가와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그를 놀라게 한 사실을 발견했다--
양철 병사 역을 맡은 배우의 무게중심은 모두 왼쪽 다리에 있었고, 원래 오른쪽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투명한 재질의 의족이 장착되어 있었다.
외다리 양철 병사는 불빛이 만들어 낸 시각적 마술인 줄 알았는데 정말 왼쪽 다리 하나밖에 없을 줄은 몰랐다.
그가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거친 뒤에 이런 동작을 완성해 낼 수 있었을까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젊은 그의 얼굴은 마치 양철 병사 자신인 것처럼 의연하고도 순수해 보였다.
"약혼녀, 이 제작진이 개인적인 기부를 받아줄 것 같아?"
나는 어리둥절해졌지만 곧 찰리수가 그만의 방식으로 공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이따가 공연 끝나고 무대 뒤로 가서 직접 물어볼까요?"
찰리수는 '응'하고 대답했고, 우리는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양철 병사가 겪던 시련도 끝이 났고, 급박했던 음악도 점차 허령해졌다.
양철 병사의 이상형이었던 발레리나 아가씨는 빙빙 돌면서 무대 위에 올랐고, 그와 함께 양철 병사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던 환상의 춤을 추었다.
다시 불이 켜지고 공연이 끝났다. 역시 찰리수는 일어나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Bravo!"
그 혼자서 박수 치는 소리가 극장 절반을 뒤덮은 걸 보니, 그는 이 공연을 정말 즐긴 것 같았다.
기부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조명이 켜지자 찰리수는 앞장서서 관중석을 빠져나가 복도로 이동했고, 무대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뜻밖에도 그 양철 병사 배우는 무대 뒤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무대 옆쪽에서 한 계단씩 내려와 관중석 쪽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양철 병사'는 찰리수 앞에 서서 감격에 겨운 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저기 찰리수 선생님이시죠? 저 로스트(罗斯特)예요, 절 기억하시나요?"
찰리수는 잠시 멍하니 그를 훑어보다가 문득 깨달았는지 깜짝 놀라며 젊은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로스트, 너였구나! 정말 대단해, 보아하니 너의 꿈을 이룬 것 같네."
"네, 제가 해냈어요, 찰리수 선생님! 선생님이 그때 격려해 주신 덕분이에요!"
로스트는 흥분해서 볼이 빨개졌다. 내가 옆에 서 있는 걸 본 로스트는 일부러 돌아서서 내게 설명해 주었다.
"아, 그게 말이죠. 10년 전에 찰리수 선생님이 저를 화재 현장에서 구해주셨거든요!
그때 전 한쪽 다리가 부러져서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절단해야 했어요. 저는 제가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전 정말 더 이상 살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일부러 병원에 절 보러 오셔서 격려도 해주셨고, 제 성질도 받아주셨어요......
찰리수 선생님의 그때 그 말씀 덕분에, 저는 버틸 수 있었어요!"
"네, 사실 전 다 알고 있어요."
찰리 수는 나를 돌아보더니 놀라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니까, 내 약혼녀가 이 아름다운 우연의 일치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는 거지, 맞지?"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업무가 쭉 일부 NGO 단체 및 공익 프로젝트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거든요.
지난번에 이 극단의 자료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로스트의 경험이랑 당신의 경험에서 이런 접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게다가 무용수가 된 이후에 로스트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공연하고 있더라고요.
순리대로, 전 당연히 당신을 데리고 이 공연을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정말 양철 병사 이야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주석이네......로스트, 그 말들이 너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나야말로 영광이야."
"그럼 선생님은요? 선생님은 지금 무슨 일하고 계세요?"
약간의 자부심 때문인지 나는 찰리수보다 먼저 대답했다.
"더 이상 소방관은 아니지만 찰리수는 여전히 남을 돕고 구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상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도 내 마음속의 '꿋꿋한 양철 병사'야."
"대단해요, 정말 대단하세요......"
로스트는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몸을 돌려 화장대에서 정교한 중절모를 집어 들고 정중하게 찰리수의 손에 건네주었다.
"참, 이건 저희 극단이 귀빈을 위해 준비한 <꿋꿋한 양철 병사>의 100번째 투어 기념식이에요!
꼭 받아주세요! 제 마음속에서, 선생님은 이 양철 병사의 중절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에요."
"그래, 선물 고마워."
로스트와 헤어진 뒤에 찰리수는 극단 단장을 찾아가 기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장을 떠날 때 객석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우리의 대화 소리는 이렇게 큰 홀에서 메아리쳤다.
"원래 퇴장하고 나서 당신한테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로스트가 당신을 알아봤네요."
"예전에는 소방 업무를 그만둔 것에 대해 좀 아쉬움이 남았었어.
하지만 지금 난 그 시절은 멀어지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항상 선명하게 느끼고 있어.
약혼녀, 당신은 역시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서프라이즈 고마워."
"그 많은 사람들한테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전 살짝 질투가 났었어요......
하지만 아마 이것도 양철 병사의 중절모처럼 자부심의 무게라는 생각이 들어요."
<03. 心爱的童话 사랑하는 동화>
양철 병사의 대관식
그 해 병실에서 로스트를 만나기 전에 난 먼저 그의 통곡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것이 과연 그에게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몸은 화재 현장에서 구출되었지만, 춤의 심장은 이미 큰불에 까맣게 타버려서 잿더미가 된 것 같았으니까.
이건 내가 생각했던 생존자의 결말이 아니었다.
나는 심지어 만약 그때의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차라리 생명의 희망을 포기하고 부서져 버린 꿈과 함께 그 불 속에 남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까지 하곤 했다.
하지만 내 약혼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과거의 찰리수가 한 일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녀가 직접 양철 병사의 중절모를 내 머리에 씌워줬을 때, 나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그녀의 눈을 보았다. 이건 꿋꿋한 양철 병사에게 있어서 최고의 수훈 선물이다.
나는 어쩌면 동화가 정말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진짜 세상에서 어린 양철 병사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검은 요정을 만났지만, 결국 그는 황금 같은 심장을 화염에 태우지 않고도 발레리나 아가씨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니까.
그리고 이건 우리만의 동화의 결말이다.
🎥地铁奇遇 지하철에서의 우연한 만남
미로처럼 비좁은 통로, 낡고 빛바랜 타일, 겹겹이 쌓인 낙서들......보 지하철의 유구한 역사가 내가 지하로 향하는 순간 덮쳐왔다.
수많은 행인 외에도 길거리 밴드, 노점상, 예술가들까지 아우르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이 넓은 지하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역의 자동 발권기 앞에 서서 네모반듯한 카드를 보니 씁쓸함이 느껴졌다.
찰리수를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지금 보니 시간도 낭비하고 헛걸음한 것 같았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찰리수가 어렸을 때 쓴 글에서 그가 보 지하철의 토큰을 정말 좋아했다는 걸 읽고 나서였다.
'무거운 황금빛 지하철 토큰은 정말 예뻤다. 아쉽지만 지하철역을 떠날 때 돌려줘야 했다......'
기념으로 지하철 토큰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며 좋을 텐데--나는 꼬마 찰리수의 글에서 그의 소원을 읽었다.
지하철 토큰을 얻는 게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닐 줄은 알았지만 난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했다는 것을 간과했고, 이곳의 승차권은 이미 기계 시스템과 함께 세대 교체되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찰리수는 내게 다가왔고, 보랏빛 눈동자를 살짝 가늘어지더니 마치 순식간에 사건의 경위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오, 생각났어. 어렸을 때 보에 처음 와서 내가 지하철 토큰을 주제로 글을 썼던 것 같아.
설마 약혼녀의 진짜 의도는 이 도시만의 지하철 토큰을 나한테 선물하려 했던 거야?"
그가 쉽게 속마음을 간파해서 나는 아예 더 이상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맞아요.
아무리 비싸고 희귀한 선물이어도 살 수 있다면 당신에게 특별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전 당신한테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금속 토큰이 진작에 교체됐을 줄은 몰랐어요."
넓고 따뜻한 손바닥이 갑자기 내 머리 위로 올라오더니, 나의 잡생각을 끊어버렸다.
"내 생일에 탄식하는 건 약혼녀가 할 일이 아니야.
당신이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써서 날 생각해 줬는데 난 벌써 정말 감동했어.
여기 서서 계속 아쉬워하기보다는 우리 같이 구경해 볼까? 어차피 표도 샀으니까.
가자, 완벽한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우리는 지하철역을 목적 없이 돌아다녔고, 거리의 밴드가 멀리서 활기찬 멜로디를 보내줘서 내 기분도 발걸음을 따라 조금씩 전환됐다.
"봐봐, 남서쪽의 이 선로랑 이 지선은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확장한 거래.
도시도 나처럼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
"어렸을 때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여기로 데리고 왔나요?"
"응, 한동안 그 사람은 여기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정했거든.
난 여기서 지하철을 처음 탔는데, 사람들이 급하게 돈을 넣는 모습도 그렇게 신기했었어.
그의 거창한 성취욕에 영향을 받은 건지, 나도 일종의 '원대한' 포부가 생겼는데--
'미래의 내가 이 도시의 주인이 되는 것.' 아쉽게도 아직까지 달성하진 못했지만."
나는 그 단순한 호기심에 어리둥절한 포부를 품었던 작은 남자아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 상상은 찰리수의 '악'하는 나지막한 외침에 의해 끊어졌다.
그는 뒤통수를 감싸고는 무고한 모습으로 땅바닥에서 자신을 향해 '기습 공격'한 종이비행기를 주워 들고, 몸을 돌려 지하철역의 망망한 인파를 둘러보았다.
"Hey you guys! 그래요, 바로 당신이요!
Now 지금 당장 we subway band랑 같이 공연할 준비가 됐나요?"
저쪽 지하통로에서 괴상망측한 복장을 한 채 악기를 품고 있던 세 남자가 우리를 불렀다. 그들이 종이비행기를 던진 '범인'인 것 같았다.
"아직도 거기서 뭐 해요? 빨리 와요! 요, 자세히 보니까 당신 잘생겼네요.....혹시 음악 공부한 적 있어요? 노래 부를 줄 알아요?"
그들은 종이비행기를 던져서 무작위로 사람을 골라 길거리 공연에 참여시키는 것 같았는데, 찰리수가 그 종이비행기가 명중한 '행운아'였던 것이다.
찰리수는 갑작스러운 초대라는 '위험에 직면했어도 침착했다'. 그는 외투의 주름을 매만지고 또 이마 앞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은 없는데요. 하지만 완벽한 저는 음악에 처음 참여하는 도전에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날 참여시키려면 반드시 제 약혼녀를 데려와야 해요. 그녀가 옆에 있어야 제가 더 잘할 수 있거든요."
"문제없죠.
그럼 은빛 머리카락 친구와 그의 사랑스러운 약혼녀분, 저와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 보시겠어요?"
갑자기 일어난 일에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리드 보컬로 보이는 이 남자는 우리를 위해 분담하기 시작했다.
"그냥 멜로디를 따라 해봐요, 당신의 목소리로 저음 부분을 강화하는 건데요......말만 해서는 소용없죠, 우리 조금만 연습해 봅시다."
보컬은 기타를 치더니 곧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울음을 그치고 나면 다 잘될 거야~"
"오~오~오~"
"내 손을 꼭 잡아, 난 항상 네 곁에 있을게~"
"워~워~워~"
"음......어쩐지 어딘가 잘못된 거 같은데......"
"형, 저 사람이 형보다 더 보컬 같은데요."
비록 몇 마디의 즉흥적인 하모니였지만, 찰리수의 낮고 섹시한 목소리가 정말 돋보였다.
"어쩔 수 없네. 완벽한 사람은 뭘 해도 이렇게 완벽하다니까."
"......됐어요, 당신 그만 부르고, 리듬에 맞춰서 손가락이나 튕겨요!"
찰리수는 자신감에 가득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그의 활약이 전혀 '완벽'하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완벽한 찰리수가 리듬감 면에서 부족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가 손가락을 튕겨서 낸 소리는 마치 큰 거위의 자신감 있는 오리발처럼 항상 "끽" 소리를 내며 정확히 악구의 정가운데를 밟았다......
예상치 못한 리듬에 메인 보컬은 목이 메여 견딜 수 없었고, 나는 찰리수가 고의로 그런 건지 실수로 그런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당신은 뭘 하든 완벽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불완전한 완벽함이 담겨 있는 게 진정한 완벽함이죠. 가끔씩 나타나는 불 완벽함에 나의 친구, 익숙해져야 해요."
메인 보컬의 얼굴이 빠르게 거의 붉어져서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했다.
"제안이 하나 있는데요. 찰리수는......작은 새를 한 마리 키우고 있어서 평소에 휘파람을 불면서 의사소통하거든요.
그러니까 반주로 그가 휘파람을 불게 하는 건 어떨까요?"
찰리수의 눈이 반짝였다.
"역시 약혼녀가 내 장점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이 제안 괜찮은데요, 시도해 볼 만해요."
과연, 내 예상대로 휘파람을 부는 이 분야에서는 본체가 새인 찰리수와 견줄 자가 없었다.
때로는 높고 명랑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맴돌면서 찰리수가 부는 휘파람은 매우 화려했지만 의외로 메인 보컬의 노랫소리와 호흡이 잘 맞아서 많은 관광객들을 매료시켰다.
몇 시간이 지나자, 밴드 앞에 놓인 바이올린 케이스는 이미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으로 가득 찼다.
We subway band 멤버들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고, 공연을 마친 뒤에도 우리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봤어요? 관광객들이 우리 공연을 특히 좋아하더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재촉하는 것도 잊었다니까!"
"내가 말했잖아요, 완벽한 사람이 자기 자리를 정확히 찾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빨리 시작할 수 있다고."
찰리수는 환하게 웃었다. 그의 어깨와 내 어깨를 맞대면서 난 어린아이 같은 그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건 내 약혼녀의 '백락' 덕분이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기꺼이 멈추기까지 하는 걸 보니 우리의 공연을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그중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나온 걸 보니까, 방금 기차역에서 나온 것 같았어.
이 즉흥 공연이 그들에게 이 도시의 첫인상을 더 즐겁게 만들어줬다면ㅡㅡ
내 어릴 적 '도시의 주인이 되겠다'는 이상보다 더 신선하고 낭만적이지 않아?"
나는 찰리수의 기쁨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시에 밴드를 도와 바이올린 케이스 속의 동전을 세어 보았다.
내 손끝이 바이올린 케이스 안의 사이 공간을 스쳤을 때, 갑자기 마음속에 기이한 느낌이 솟아올랐다.
나는 더듬으며 그 사이에서 특이한 모양의 반짝이는 금화를 꺼내서 찰리수에게 보여주었다.
"찰리수, 이게 뭔지 한 번 봐볼래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금화를 보자 찰리수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놀라움의 빛이 반짝였다.
"이건 내가 어렸을 때 쓰던 지하철 토큰 같은데?"
"우리 아버지 세대가 실수로 거기에 떨어뜨린 걸 수도 있어요. 어쨌든 그들도 지하철의 예술가니까요."
"그렇구나! 사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예전의 지하철 토큰을 찾기 위해서였어요.
전 그걸 생일 선물로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거든요......"
내가 무의식적으로 찰리수를 쳐다보자, 밴드 멤버들은 모두 알겠다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죠, 완벽한 친구!
생일 축하해요! 이 토큰 당신에게 줄게요!"
메인 보컬이 주먹을 쥐고 찰리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자, 찰리수 역시 웃으면서 주먹을 쥐고 그와 주먹을 부딪치며 화답했다.
"당신과 당신의 소녀가 매일 즐겁고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요!"
메인 보컬의 허락을 받고 나는 그 토큰을 찰리수의 손에 넣어주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순수한 빛으로 번쩍였다.
"고마워요 여러분. 고마워, 약혼녀. 오늘은 정말 기념할 만한 날이야, 나 너무 행복해.
유치한 나를 비웃고 싶어도 괜찮아. 이게 이 즐거움을 지키는 마법이라면 나는 이 마법을 계속 이어갈 거니까."
"어떻게 당신을 비웃을 수 있어요, 부러워하기에도 이미 늦었는데.
사실, 이것도 제가 이 토큰을 통해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거였어요--
찰리수.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든, 혹은 이 세상이 아무리 당신을 실망시키고 막막하게 만들더라도,
난 당신이 항상 단순한 즐거움과 단순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의 눈 밑에 은하수가 쏟아진 듯, 갑자기 그는 몸을 기울여 내 이마 위에 키스했다.
"우리는 역시 마음이 통하네. 이건 내가 줄곧 내 자신에게 기대하던 거였어.
이게 당신의 소원이라면......난 더 이 소원을 이뤄줄 자신이 있어."
<未得的金币 얻을 수 없는 금화>
사이 공간의 행운
어렸을 때 난, 아버지가 정해준 노선을 따라 지하철역과 거리, 큰 건물 사이를 오가며 번화하고 아름다운 보의 모습을 보았지만 또 그의 판도와 야망에 사로잡혔었다.
하지만 지금 우린 손을 잡고 햇살 속을 거닐며, 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고, 행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고 있다. 온 도시가 우리의 도착을 축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바이올린 케이스 사이 공간에서 그 지하철 토큰을 찾고 웃으며 나를 바라봤을 때, 나는 시간이 앞으로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기억 속에서의 보의 아름다운 빛이 흐르기 시작했고, 금빛으로 반짝이는 옅은 베일이 그녀의 머리카락 위에 드리워졌다.
나는 더 이상 이 빛의 도시의 주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소망을 이루려는 포부에 가득 차 있던,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는 아이가 아니다.
내 약혼녀 덕분에, 나를 위해 더 좋은 방법을 찾아준 그녀 덕분에, 그 어린 시절을 거두어 간 태양은 결국 다시 내 손바닥 위로 돌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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